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526 vote 0 2016.05.16 (22:27:10)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유아틱한 자기소개는 철학이 아니다. 나를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천하를 놓아야 한다. 내 개인의 생각을 발표하지 말고 대신 천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천하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나를 배제함으로써 집단에 이르며, 집단을 배제함으로써 정상에 이르며, 거기서 비로소 신과의 일대일을 이룬다. 거기서 천하의 큰 일을 발견하고 기승전결로 그 일을 전개시켜 낸다. [생각의 정석 107회]


    언어는 동사+목적어+주어다. 변하는 것은 목적어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로 사귀려다가 결혼하게도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주어다. 그러나 그 주어도 변한다. 주어는 나다. 나는 변하지 않지만, 대신 크게 확장된다. 나의 가족, 나의 국가, 나의 세계로 점차 커진다.


    의사결정은 그렇게 커진 전체 단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은 오늘에서 끝나지 않고 내일로 모레로 계속 이어져 가기 때문이다. 작은 ‘나’를 주어로 삼으면 아침저녁으로 변덕을 일으킨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생각이 다르고,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 그것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실패한다.



aDSC01523.JPG


    10년 후에 도착할 편지를 보낸다면 어떨까? 답신을 받는다면 20년 후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는 쓸 수 없다. 인생은 적어도 50년의 계획이다. 50년은 변하지 않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 삼아야 한다. 소년은 열일곱에 친구와 헤어진다. 30년 후 다시 만날 때를 상상하며 그것을 등대의 불빛으로 삼아 인생의 항해를 하는 것이다.


[레벨:30]솔숲길

2016.05.17 (12:16:45)

[생각의 정석 108회] 안철수의 국민당

http://gujoron.com/xe/65940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550 논어 더보기 2 김동렬 2016-06-21 6097
3549 사랑 118, 결단의 에너지 1 김동렬 2016-06-21 5683
3548 서세원과 조영남 2 김동렬 2016-06-20 6389
3547 구조론의 원점 김동렬 2016-06-17 5559
3546 구조론의 출발 3 김동렬 2016-06-16 5543
3545 사랑 117, 낚이지 말고 낚아라 1 김동렬 2016-06-16 5398
3544 이스터 섬의 진실 image 1 김동렬 2016-06-14 6275
3543 최초에는 최초가 없다 image 김동렬 2016-06-13 5380
3542 인지혁명이 시작되다 image 1 김동렬 2016-06-13 6220
3541 사랑 116, 쾌락과 고통 image 4 김동렬 2016-06-13 5256
3540 무속과 종교의 차이 image 1 김동렬 2016-06-10 6084
3539 인생의 의미는 있다 image 1 김동렬 2016-06-10 5581
3538 역사는 종교로부터 시작되었다 image 6 김동렬 2016-06-09 6347
3537 공자의 최종결론 image 1 김동렬 2016-06-08 5708
3536 한국인에게만 있는 것 image 김동렬 2016-06-08 5757
3535 한국이 강한 이유 image 김동렬 2016-06-07 5972
3534 사랑 115, 나를 키우는 것이 정답이다 2 김동렬 2016-06-07 5658
3533 율곡의 천도책 image 3 김동렬 2016-06-06 5756
3532 진중권의 수구꼴통 논리 image 3 김동렬 2016-06-05 5974
3531 브라질 땅콩 법칙 image 김동렬 2016-06-03 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