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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401 vote 0 2013.12.16 (19:26:10)

    가짜 원인과 진짜 원인


    사과는 왜 떨어질까? 무겁기 때문이다. 사과가 에드벌룬처럼 가볍다면 공중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 무거움은 사과 안에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그 층위에 없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만유인력이 증명하듯이 사과가 떨어지는 진짜 이유는 사과와 지구와의 관계다. 답은 바깥에 있다.


    우리는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안에서 찾아지는 것은 대칭이다. 가벼운 사과와 무거운 사과로 나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눈다. 정상인과 비정상으로 나눈다. 장애인이나 성적 소수자, 특정한 지역 혹은 특정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비정상으로 치부된다. 이 방법은 실패한다.


    당신의 문제는 당신 안의 성격이나 소질이나 노력에 있지 않다. 당신 밖의 환경과 소속집단과 사회 시스템에 있다. 당신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 태어났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 틀림없다. 환경과 소속집단과 사회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높은 층위로 올라가서 바깥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진정한 답을 찾아야 한다.


    당신 내부의 성격이나 노력이나 소질은 그 환경과 상호작용한 결과다. 이 또한 부분적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상대적이고 2차적인 원인이다. 근본적이고 절대적이며 1차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진짜는 따로 있다. 당신이 공부를 못한 진짜 원인은 바깥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있다.


    반면 당신이 공부를 친구보다 못한 상대적 원인은 당신 안에 있다. 상대적 원인은 비교된다. 우리는 보통 비교된 원인, 상대적 원인, 부분적 원인, 2차적 원인을 찾아놓고 원인을 다 찾은것처럼 착각한다. 일단 말은 되지만 거짓이다.


    상대적 원인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면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진다. 당신은 용케 빠져나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다른 사람을 가난하게 하는 방법으로 당신이 부유하게 된다면 진정한 문제해결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하면, 더 노력하면 당신은 물론 잘 살 수 있지만 그 방법으로 모두가 잘 살 수는 없다.


    내부에서 쥐어짜는 방법이 처음에는 일정한 효과를 내지만 곧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여 교착되고 만다. 처음에는 약간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었으나 나중에는 두배, 세배, 열배의 노력을 해도 성공할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판사나 검사가 될 수는 없고, 모두가 의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상대적 원인 ..  내부에서 대칭시키고 비교한다.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다. 일시적, 제한적 효과를 얻는다. 문제를 남에게 떠넘긴다. 


    ◎ 절대적 원인 .. 바깥과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인다. 새로 창의하고 개척한다. 완전히 다른 단계로 올라선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  


    상부구조로 올라가서 진짜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선과 악, 부지런과 게으럼, 우월함과 열등함, 정상과 비정상, 여자와 남자, 흑인과 백인, 전라도와 경상도처럼 내부에서 대칭되고 교착되고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과 발명처럼, 신대륙 개척처럼, 예술가의 창조처럼, 결코 비교되지 않는 것이며, 그것은 그러한 내부에서의 대칭과 경쟁과 교착을 극복하는 비대칭이다.


    바깥과의 폭넓은 상호작용에서 그것은 얻어진다. 그 바깥을 보는 눈을 훈련해야 한다.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상호작용의 밀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바깥세계와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끝없이 밖에서 새 물을 공급해야 한다. 동학혁명군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자가발전하는 방법으로는 초기에 약간의 성과를 내지만 반드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 98퍼센트 근접해도 2퍼센트 부족해서 실패한다. 펌프질을 아무리 해도 밖에서 들어와야 하는 마중물 한 바가지가 없어서 실패한다. 관문의 입구까지는 갈 수 있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반드시 밖에서 문을 열어줘야 한다.


    ####


    먼저 의사결정단위를 찾아야 한다. 의사결정은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상호작용의 단위가 의사결정의 단위다. 단위는 작은 것과 큰 것이 있다.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가장 큰 것 까지 찾아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오류는 중간에서 하나쯤 찾아놓고 곧 답을 찾았다고 여기는데 이게 잠시 효과를 내다가 곧 작동을 멈추어서 혼란에 빠지는 형태로 일어난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찾아야 제대로 된 방향성이 얻어진다. 비로소 대칭에서 비대칭으로 올라설 수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하나의 축구공을 찾고, 머리와 꼬리에서 하나의 몸통을 찾는다.


    가장 작은 것은 개인이고 가장 큰 것은 인류다. 개인주의라는 의사결정단위에서 휴머니즘이라는 의사결정단위를 다이렉트로 연결할 때 인류가 가야할 길은 명백해진다. 대개 중간의 의사결정단위인 가족주의나 부족주의, 국가주의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이것이 일시적 성과를 내지만 곧 더 큰 부작용을 낳아서 교착되고 마는 형태로 실패한다. 중간에서 해메지 말고 커다란 아우트라인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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