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362 vote 0 2017.06.26 (23:25:27)

     

    연결과 분리


    자연은 연결과 분리라는 두 가지 상태가 있다. 연결은 어떤 2의 연결이다. 분리는 그중에서 1의 분리다. 둘을 합치게 하려면 두 사람에게 각각 전화를 해야 하지만 둘 사이를 떼놓으려면 두 사람 중의 한 명에게만 연락해도 된다. 둘을 만나게 할 때는 두 사람에게 각각 약속장소를 통보해야 하지만 둘을 헤어지게 할 때는 한 사람에게만 통보해도 된다.


    결혼비용이 이혼비용보다 더 든다. 먹는 비용이 배설비용보다 더 든다. 언제나 덧셈이 힘들고 뺄셈이 쉽다. 지지율 올리기가 어렵고 지지율 떨어지기는 한순간이다. 돈 벌기가 어렵고 돈 쓰기가 쉽다. 그러므로 자연은 언제나 쉬운 쪽으로 간다. 자연은 마이너스로 간다. 의사결정비용 때문이다. 비용은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에서 지불해야만 한다.


    자연은 외상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쌀 열 가마를 운반한다고 치자. 운반비용은 어떻게 조달하지? 그 쌀가마에서 일부를 비용으로 지출한다. 그러므로 쌀을 부산까지 운반하다가 보면 절반으로 줄어 있다. 반은 운반 중에 노임으로 지출된다. 고리대금업자가 선이자 떼는 것과 같다. 봉건 왕조시대라 치자. 세금이 제대로 걷히기나 할까? 


    조선왕조는 세금이 가혹해서 망한 게 아니고 삼정의 문란으로 법질서가 붕괴해서 망한 것이다. 세금이 십분의 일이라면 그 세금을 서울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은? 세수의 절반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중간에서 샌다. 중간에서 사라지는 손실분을 메꾼다고 추가로 세금을 거두었는데 이를 작서모雀鼠耗라 하였으니 쥐와 새가 먹어치웠다는 말이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닫힌계를 알아야 한다. 에너지는 분리되고 혹은 연결되니 더하고 빼면 같아서 이를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라 한다. 에너지 총량은 변함이 없는데 비용은 손실된다. 에너지가 사라지고 없는 것은 아니다. 단, 분리되어 있다. 계系는 이을 계이니 이어져 있어야 한다. 연결되어야 한다. 연결이 끊어져 있으니 연결하는 비용이 든다. 


    에너지는 보존되지만, 에너지의 상태는 연결되지 않고 끊어져 있다. 구슬은 서 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용기에 담겨있지 않고 바닥에 흩어져 있다. 알바비 10만 원은 그대로 주는데 못된 점주가 그만둔 알바를 골탕 먹이려고 1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서 주는 것과 같다. 만 원짜리 지폐로 지불하든 동전으로 바꿔서 지불하든 에너지 총량은 같은 거다. 


    이러한 의사결정 비용의 문제를 과학은 충분히 탐구하지 않았다. 열역학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그냥 그렇더라 하는 수준이다. 열이 고온에서 저온으로는 가는데, 그 반대로는 안가더라 하는 식이다. 비용이 든다면 그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코스가 결이다. 에너지는 결따라 간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에너지를 아끼는 구조다. 


    이 순서대로 가야 의사결정비용을 절감하여 중간에서 새는 세금이 없다. 선이자를 떼도 덜 뗀다.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치자. 햇볕은 제한되어 있다. 빨리 자라는 나무가 햇볕을 독점한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를 밟은 나무가 빨리 자라고 그렇지 못한 나무는 햇빛을 보지 못해 죽는다. 돌이 굴러간다고 치자. 이 순서대로 가야 기슭까지 간다.

  

0.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514 이재명 필승법 김동렬 2023-10-15 3930
6513 겸손이 오만이다 1 김동렬 2023-10-14 3802
6512 신과 권력 김동렬 2023-10-13 3787
6511 비겁한 이스라엘인들 김동렬 2023-10-12 3476
6510 엘리트는 안돼 민중은 안돼 김동렬 2023-10-12 3654
6509 존재와 소유 3 김동렬 2023-10-11 3627
6508 21세기에 게토 운영한 네타냐후 image 김동렬 2023-10-10 3099
6507 전율하는 인간 김동렬 2023-10-09 3745
6506 정신병자 하나가 인류 죽인다 - 이팔전쟁 김동렬 2023-10-08 3289
6505 황선홍과 비뚤어진 한국인들 김동렬 2023-10-08 3900
6504 인간의 진실 김동렬 2023-10-07 2479
6503 권력의 근거 김동렬 2023-10-06 2831
6502 위험한 찌아찌아 한글장사 김동렬 2023-10-05 3543
6501 지적설계와 인공지능 도약 김동렬 2023-10-05 3166
6500 인간의 의미 김동렬 2023-10-04 2466
6499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다 김동렬 2023-10-03 3599
6498 21세기 천동설 김동렬 2023-10-02 2179
6497 하나의 단일자 김동렬 2023-10-02 2159
6496 수준이하의 과학자들 김동렬 2023-10-01 3615
6495 신의 입장 2 김동렬 2023-09-30 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