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652 vote 0 2006.02.17 (22:22:38)

학문은 질서에 대한 물음이다. 질서는 룰이고 척도이기도 하고 모랄이기도 하다. 만유의 척도가 세계에 표준하는가 아니면 개인에 표준하는가이다.

세계인(cosmopolitan)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유인이 될 것인가이다.

서구중심의 근대이성은 다만 세계인이 될 것을 역설할 뿐 자유인이 될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참된 모범은 세계인이면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밖으로는 우주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안으로는 깨달은 사람이어야 한다. 국가와, 이념과, 종교와, 성별과, 피부색과, 문화권의 차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온전히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룰을 따르는 것이 모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강자의 룰, 서구의 룰, 기독교문화권의 룰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십상이다. 그것은 김영삼의 세계화 구호처럼 맹랑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에서 독립적 인격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세계는 가장 크고 개인은 가장 작다. 가장 작은 것에서 완성된 자가 가장 큰 것의 완성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세계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개인으로 완성된 자가 완성된 세계의 비전을 제출할 수 있다. 개인에서 완성된 자가 세계의 비전을 볼 수 있고 세계의 비전을 본 자가 진정한 세계인일 수 있다.  

깨달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느 위치에서이든 독립적으로 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주어져 있는 기성의 룰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룰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다.

노숙자와 어울릴 때는 노숙자의 수준에 맞는 룰을, 왕과 대화할 때는 왕의 룰을, 예술가와 어울릴 때는 예술가의 룰을, 자연에 동화될 때는 무위자연의 룰을 언제든지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자신의 룰을 완성한 자가 천하의 룰을 제시할 수 있다. 세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룰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내면의 깊이가 없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르르 몰려 다니기 잘 하는 나약한 군중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강한 개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인은 세계의 룰을 아는 사람이다. 자유인은 자기 자신의 룰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 타인의 룰을 존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너의 룰과 나의 룰이 다르지만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519 노무현은 언제나 옳은가? 김동렬 2002-11-11 15102
6518 단일화 논쟁을 더 확대하고 이용해야 한다 아다리 2002-11-11 13271
6517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빼빼로데이 2002-11-11 15526
6516 김경재 박범진의 라디오대담 김동렬 2002-11-12 16100
6515 Re..이거 실제상황이유? 스피릿 2002-11-12 13813
6514 Re.. 구두로 들었음 김동렬 2002-11-12 14114
6513 골때리는 정몽준식 정치 김동렬 2002-11-12 17255
6512 "개구리소년들 둔기로 타살"-법의학교실(종합) image 김동렬 2002-11-12 25513
6511 후단협의 쓰레기들의 작태(프레시안) 김동렬 2002-11-12 17641
6510 [정몽준+동교동] 환상의 부패조 image 김동렬 2002-11-13 16230
6509 압권은 귀 잡아당기기 image 김동렬 2002-11-13 12820
6508 농담도 못해요? 김동렬 2002-11-14 17809
6507 더 한 개그도 있는데요 뭘...개혁당 개그 김이준태 2002-11-14 15623
6506 후보회담을 앞두고 - 노후보는 정치력을 발휘하라 image 김동렬 2002-11-14 15856
6505 유권자의 자존심을 건드려라! image 김동렬 2002-11-14 16407
6504 Re..>>전나리 재미 있슴다. 김이준태 2002-11-14 15962
6503 전 대통령감은 아닌가 봅니다. ^^;;; 탱글이 2002-11-15 16025
6502 Re.. 반갑습니다. 김동렬 2002-11-15 15164
6501 Re.. 오늘밤 회담에 성과가 있기를 빌며 김동렬 2002-11-15 14829
6500 21세기 첫대통령이 노무현이어야 하는 이유 김동렬 2002-11-15 16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