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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64 vote 0 2023.08.20 (19:28:56)

    지도교수를 포함해 세 번이나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는 괴짜 천재 오펜하이머. 대통령 트루먼 앞에서는 징징대는 촌뜨기 행동. 확실히 정치인이 과학자보다 멀리 본다. 과학자 반대편에 더 한심한 군인들이 있다. 김용옥이 정치인 앞에서 빌빌대는 행동을 보면 납득.


    영화에서는 루이스 스트로스라는 빌런이 산만하게 만들었지만 오펜하이머는 불안정한 내면의 소유자가 맞다. 영화에는 말끔한 신사로 나오지만 이는 맨하탄 프로젝트라는 중책을 맡아서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교수 시절에는 장발에 꾀죄죄한 히피 복장을 했다고. 


    세상을 무대뽀 군인에게 맡겨놓으면 안 되듯이 순진한 과학자에게 맡겨놓아도 안 된다. 쑥맥인 검사나 교활한 언론인도 마찬가지. 오펜하이머의 행동은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집단지성이다. 정치인은 과학자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도 마찬가지.


    일부 과학자들이 제 발로 소련에 핵기밀을 유출했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원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국힘당 둘 다 망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정의당이 순진한 짓 하다가 망한 것이나 오펜하이머와 동료들이 순진하게 굴다가 당한 거나 같다. 


    과학자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힘을 자기들 손에 틀어쥐고 있으려고 정치인을 엿먹인다. 오펜하이머를 배신한 수소폭탄의 아버지 에드워드 텔러는 로스 앨러모스의 동료들에게 왕따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그래도 의리는 있었다. 의리가 이념보다 소중하다. 


    부인은 오펜하이머에게 왜 싸우지 않고 순교자가 되려고 하느냐고 따진다. 새턴 V 로켓을 만든 폰 브라운 박사도 비슷하다. 영광의 시절은 짧고 나치 부역자로 몰려서 왕따가 된다. 정치인은 언제나 과학자를 이용하고 버린다. 토사구팽. 그 원한은 아직까지 남은듯. 


    물정 모르는 과학자들이 냉전의 본질을 읽어내지 못하고 순진한 촌뜨기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오펜하이머가 동료 앞에서는 카리스마를 보이고 존경을 받았지만 정치판에 가면 바보가 된다. 왜 그랬을까? 원래 과학자가 다 순진해서 오펜하이머가 그중 나은거.


    한국도 마찬가지다. 쟁쟁한 지식인들이 청와대 주변에 가면 일제히 바보가 된다. 사회생활 한 번도 못해본 사람처럼. 정치인의 구색맞추기 치어리더 역할이나 할 뿐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지식인 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하여간 오펜하이머는 윤석열 까는 영화다. 


    오펜하이머 때려잡은 매카시가 누구인가? 윤석열이다. 어렸을 때 나는 전 세계의 과학자를 전부 불러모아 잠실체육관 같은 곳에 가둬놓고 3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다그치면 상온핵융합도 단번에 가능할 것이라는 공상을 하곤 했다. 만화책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그것을 사회주의라고 믿었다. 노동자 농민 타령은 표 얻으려고 하는 빈말이고 본질은 과학이지. 과학이 사회주의야. 오펜하이머는 박사급 과학자 2천여 명을 3년간 사막에 가둬놓았다. 연구원 6천 명과 그 가족들에 지원인력까지 총 숫자는 13만 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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