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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062 vote 0 2016.08.08 (19:06:59)

     

    역사는 진화의 역사다


    왜 역사를 하는가? 족보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우리는 그룹이 아니다. 집합이 아니다. 오른팔과 왼팔은 그룹이 아니다. 손가락 다섯은 갈래이지 그룹이 아니다. 길은 길과 연결된다. 길은 그룹이 아니다. 네트워크는 뭉쳐있지 않으니 그룹이 아니다. 존재는 물질이 아니라 사건이며 집합된 것이 아니라 전개된 것이다.


    우리는 모아보는 집합의 논리, 그룹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틀렸다. 풀어보는 전개의 논리, 갈래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역사하는 것이다. 세상은 뭉쳐 있지 않으니 에너지는 뭉친데서 나오지 않고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풀어지는 데서 나온다. 뭉치는 힘이 아니라 풀어내는 실마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40억년 전에 지구에 처음 생명이 출현했다. 그리고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천만에. 복제로 보면 지구에는 하나의 생명이 존재할 뿐이다. 그 하나의 생명체가 40억년간 줄기차게 지구를 장악해온 것이다. 나무의 낙엽이 떨어져 썩어 거름이 되지만 뿌리를 타고 다시 나무로 되돌아간다. 나무는 줄곧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생명은 진화하지 않았다. 족보를 이어왔을 뿐이다. 창조론은 틀렸다. 지구에는 하나의 생명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은 없다. 종 개념은 인간에 의해 자의로 명명되었으니 이제 종의 관점을 폐기해야 한다. 종의 관점은 대결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작위적인 분별에 불과하니 비교하여 성적매길 목적으로 만든 가짜다.


    공룡류는 원래 없으며 조류의 거대시기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공룡개념은 쥬라기 공원 영화 찍는데나 써먹을 목적의 허구다. 마찬가지로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별개의 종은 없으며 그저 인류의 한 갈래에 불과함이 밝혀지고 있다. 비교하고 분별하기 좋아하는 인간이 지어낸 환상이다. 인종주의 시대에 조작된 차별의 논리다.


    우리는 그동안 많이도 속아왔다. 생명은 40억년간 끊임없이 족보를 이어왔다. 우주도 137억년간 진화해왔다. 우주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우주가 다른 종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이 우주가 그때 그 우주다. 마찬가지로 생명 역시 모습이 바뀌었을 뿐 다른 생명으로 된 것은 아니다. 이 생명이 40억 년 전의 그 생명이다.


    나무가 나이테를 간직하듯이 40억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하나 둘 셋 하고 세어보는 관점은 집합의 관점이다. 틀렸다. 갈래의 관점으로 보면 숲은 그대로 풀려나간 하나의 생명체다. 생태계는 그대로 하나의 생명이다.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그것이기 때문에 족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며 그래서 역사다.  


    진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빛을 복제하면 눈이 되고, 소리를 복제하면 귀가 되고, 바람을 복제하면 털이 된다. 상호작용하여 외부환경을 개체 내부로 들여오는 것이 진화다. 그 방법으로 생명이 지구를 장악하는 정도를 높여온 것이 진화다. 상호작용의 긴밀한 정도를 높여왔다. 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생명도 복잡해졌다. 


    40억년 전에 지구환경이 단순했기에 생명도 단순했고 지금은 지구환경이 복잡해졌기에 생명도 복잡한 거다. 종이 어느 종보다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관점은 인간사를 빗댄 것이니 이는 천박한 태도다. 생명은 삶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우월함도 없고 열등함도 없으며 다만 널리 전개하여 환경을 장악해 들어갈 뿐이다.


    우리는 우주의 진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생명의 진화를 바라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생명의 진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문명의 진화를 바라보아야 한다. 문명의 진화가 역사다. 문명이 환경을 장악한 정도가 높아지는 것이 역사의 진보다. 역사는 진보의 역사이며 보수의 역사는 없다. 환경을 장악하는 한 방향으로 간다.    


    역사는 강자와 약자의 대결이 아니며,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아니며,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며 다만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환경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각자 장악해 들어가는 것이다. 크게 보면 유목민 환경의 의사결정구조와 농경민 환경의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도시민 환경의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농경민은 노동력 동원에 주목하는 가부장제로 특징되고, 유목민은 역할분담에 주목하는 계급제로 특징되고, 도시민은 공적자산 운용에 주목하는 대의제로 특징된다. 축구를 해도 권위적인 군대축구와 포메이션에 집착하는 축구와 역으로 가는 토털싸커가 있으니 본질은 동원력이다. 상황에 맞는 동원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 외에 수렵채집인의 배타적인 의사결정방식이나 주고받기식 거래를 위주로 하는 상인의 의사결정방식도 있다. 각자 환경에 맞는 의사결정방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21세기 현대사회에 걸맞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수렵채집인과 상인과 농경민과 유목민과 도시민의 방법이 상황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생명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으로 줄기차게 지구를 장악해 왔듯이 인간 역시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가변적인 환경에 맞게 다양하고 신속한 방법으로 장악해들어가야 한다. 상호작용의 긴밀도를 높여가야 한다. 그것이 진보다. 진보는 족보를 만든다. 족보는 갈래를 이룬다. 그리고 한 방향으로 일제히 나아간다.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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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안에도 도시민이 쓰는 회의체와, 유목민이 쓰는 직급과, 상인이 쓰는 교섭과, 농경민이 쓰는 동원과, 채집인이 쓰는 독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국가에도 이 다섯은 갖추어 있어야 합니다. 이 다섯 중에 한 가지 방법에 매몰되면 잠시 흥하고 길게 망합니다. 무뇌좌파는 회의만 하다가 망하고, 보수꼴통은 동원만 하다 망합니다. 박근혜의 사드결정에 중국과의 교섭도 없고, 미국으로부터의 독립도 없고, 의회승인의 절차를 밟지 않으니 직급도 없고, 공개 토론회나 청문회 한 번 안하니 회의도 없이 오직 감상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으로 동원 하나에만 올인하듯이 말입니다.  


[레벨:3]나는나여유

2016.08.09 (14:27:48)

글을 읽고 나니 정신이 없네요...

한 10대는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제가 이해도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어떤 글이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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