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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27 vote 0 2017.02.10 (12:57:39)


    ‘나는 꽃이 좋다’고 말하면 그것은 마음이다. 마음의 마음은? 마음은 의도이다. 그것은 나의 의도다. 나의 마음이지 마음의 마음이 아니다. 사람은 예쁜 것을 추구한다. 과연 그럴까? 천경자의 미인도에 그려진 모델의 얼굴이 못생겨서 미인도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수다. 미인이 아니잖아. 황당하다.


    마음 자신의 마음이 있다. 그것은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은 예쁜 것을 추구하는게 아니다. 자극을 추구하고 반응을 추구하고 상호작용을 추구하고 권력을 추구한다. 인간의 진짜 마음은 권력이며 여인이 예쁜 것을 추구한다면 그 예쁨을 수단으로 남성을 조종하려는 권력의지가 잠복하여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의 마음이다. 그 이전에 집단무의식이 있다. 집단이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가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오도록 유인하는게 있다. 버스가 흔들리면 승객은 좌석에 앉거나 손잡이를 붙잡으려고 한다. 집단을 흔들면 개인은 광장으로 나와서 의사결정 중심에 서려고 한다.


    가장자리가 많이 흔들리고 중심이 덜 흔들리기 때문이다. 나무라도 가장자리의 잔가지가 휘청댈뿐 중심의 큰 줄기는 거뜬하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집단이 흔들리면 처음에는 가장자리로 가서 숨으려고 한다. 시끄러우니까 스트레스를 피한다. 그러나 세게 흔들리면 다들 광장으로 나와서 촛불을 높이 든다.


    자신을 흔드는 방해자를 피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들이친다. ‘나는 이게 좋다.’ 며 쉽게 말해버리는 인간들의 행동에 대해서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런게 좋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때다.‘ 하며 꼬아주는 맛이 있어야 한다. 단세포도 아니고 말이다.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르는 세상이다.


    빨간 것이 좋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남들이 파란 것을 좋아하니까 나는 빨간 것으로 균형을 맞추겠다 하며 한 수 더 내다봐야 한다. 이건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는 거다. 그냥 좋으니까 좋다고 말하면 뻘쭘하잖아. 음식을 먹더라도 이건 조화가 되니깐. 이건 궁합이 맞으니깐. 이건 건강에 좋으니깐.


    하며 한 단계 올라가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냥 ‘좋당’ 하고 동사를 투척하면 어색하다. 낯간지럽다. 민망하다. 마음의 마음은 미적 원리 그 자체에 내재한 기승전결의 진행이다. 빨간게 좋다고 말하면 안 되고 이 분위기에, 이런 날씨에, 이 조명에는, 이런 날에, 이런 장소는 빨간 것이 좋다고 말해야 한다.


    그게 마음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나를 기준으로 하면 안 되고 집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박그네 풍자그림이 잘 그렸다고 가치있는게 아니라 때가 때이니만큼 역사성이 있다. 일화가 반영되어 있으면 걸작이 된다. 그게 맥락이고 의미고 마음의 마음이다. 정리하자. 마음의 마음은 셋이다.


    1) 좋다.>반응한다.>상호작용한다.>매력있다.>권력의지다.
    2) 좋다.>어울린다.>다음 단계가 있다.>방향성 있다.>복제된다.
    3) 좋다.>영향을 미친다.>사회적 맥락>의사결정중심>전략의 선택.


    이런 것을 판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어의 언어, 진리의 진리, 원리의 원리며 항상 더 높은 단계가 있는 것이다. 뭔가 포착되는게 있으면 반드시 그 이상의 상부구조가 있다. 그것이 메커니즘이고 그 작동에는 방향성이 있고 한 점에 수렴되어야 한다. 내 마음을 거론하면 자기소개고 마음의 마음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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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은 변덕스러우나 마음의 마음은 변덕이 없소. 내 마음은 변화하지만 마음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안심할 수 있소. 변화하지만 그 안에 균형이 있으니 변화할수록 도리어 아름답소. 분노하고 슬퍼하고 노래하고 춤 추고 마음가는대로 행동해도 도에서 어긋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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