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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43 vote 1 2022.10.08 (23:00:18)

    구조론은 구조로 보는 지식이다. 구조는 안이다. 안이 아닌 것은 밖이다. 인간은 밖을 본다. 구조론은 안을 본다.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학문이 외학이라면 구조론은 내학이다. 외학은 밖을 본다. 왜 밖을 보는가?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을 보려면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한다. 그것이 구조다. 


    수학도 도구를 쓴다. 수학의 도구는 수다. 수는 관계다. 엄지가 한 개라면 검지는 두 개, 중지는 세 개다. 이때 낱개를 세므로 크기는 무시한다. 주어진 객체 중에서 어떤 하나의 요소를 추출하여 기준을 정하고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수학이다. 그것이 추상화하는 것이다. 수학은 추상의 학문이다. 


    수학의 특징은 중간에 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는 점이다. 미적분을 배우려면 그 이전까지 배운 지식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전부 한 줄에 꿰어져 서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덧셈은 아는데 곱셈을 몰라요. 곱셈은 몰라도 나눗셈은 할 수 있어요. 이런거 없다. 하나가 틀리면 다 틀리는게 수학이다. 


    구조론은 대칭을 쓴다. 역시 하나를 모르면 전부 모른다. 구조는 같은 것을 반복하여 집적하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대칭을 쌓는다. 대칭의 대칭이다. 수학이라면 뺄셈은 덧셈을 뒤집는다. 곱셈은 덧셈을 쌓는다. 나눗셈은 곱셈을 뒤집는다. 그러므로 컴퓨터는 0과 1로 전부 커버할 수 있다. 


    0과 1을 켜켜이 쌓아서 거대한 형상변경의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 컴퓨터다. 컴퓨터란 0과 1을 켜켜이 쌓아서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다른 모양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낸 관계망의 체계다. 최고의 수학자는 수학의 모든 영역을 빈틈없이 알고 있다. 구슬을 실에 꿰듯이 전부 한 줄에 꿰어낸다. 


    어떤 하나 객체가 있다면 수학은 그것의 모든 각도에서의 모습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다. 수학이 모르는 것은 수학이 발생한 경로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수학은 요소를 추상하는 방법을 쓴다. 그 요소가 어디서 기원하는가다. 구조론은 안이고 수학은 밖이다. 수학은 안을 뒤집어 밖을 드러낸다. 


    구조론을 다양한 객체에 투영시키면 수학이 된다. 빛을 프리즘에 투과시키면 스크린에 비추면 상이 되고 뒤집으면 다시 빛으로 돌아간다.


    구조론은 수학 이전의 학문이다. 구조론에서 수학이 나오고 수학에서 과학이 나온다. 안에서 밖이 나오고 밖에서 여러 것이 나온다. 안을 뒤집어 밖을 얻고 다시 밖에서 여러 가지를 대입하는 것이다.


    구조론은 수학의 발생경로를 추적한다. 결과는 밖이고 원인은 안이다. 수학이 결과학이라면 구조론은 원인학이다. 인간은 사물의 밖에 있다. 밖은 어떤 둘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다. 곧 둘이다.


    사과가 있다면 사과의 밖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과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공기다. 사과의 밖은 사과가 사과 아닌 것의 충돌지점이다. 수학은 어떤 둘을 충돌을 바라보는 것이다. 충돌은 결과이므로 수학은 결과학이다. 반대로 구조론은 객체의 내부를 바라보는 원인학이다. 


   수학의 점의 낱개든 선의 길이든 면의 너비든 입체의 부피든 물체의 질량이든 둘의 대비다. 천칭저울은 둘을 저울에 달아 비교한다. 즉 수학은 비교다. 비교는 둘의 비교다. 구조론은 하나다. 하나 안에서 처리한다.


    하나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저절로가 있다. 둘의 비교는 외부에서 누가 인위적으로 작업해야 한다. 손가락으로 낱개를 셈하든, 줄자로 길이를 재든, 콤파스로 너비를 재든, 됫박으로 부피를 재든 반드시 둘이 필요하다.


    구조론은 하나의 점을 찾고 수학은 두 점을 연결한다. 구조론이 찾는 하나의 점은 내부에 있다. 밖에서 안은 보이지 않으므로 대칭을 쓴다. 대칭을 쓰려면 축이 필요하다. 축을 정하려면 닫힌계가 필요하다. 닫힌계 시스템 안에서 축의 메커니즘을, 메커니즘 안에서 상호작용의 방향성을, 방향성 안에서 대칭을, 대칭 안에서 패턴을 찾는다. 다른 점은 좁혀 들어간다는 거다. 


    구조론은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점차 좁아진다. 그런데 수학은 반대로 넓어진다. 발산하는 것이다. 0차원 점에서 1차원 선을 찾고, 선에서 2차원 면을 찾고, 면에서 3차원 입체를 찾는다. 그 이상은 모른다. 4차원을 모르기 때문에 수학은 사건의 시작점을 찾지 못한다. 


    수학은 결과에서 원인을 추적한다. 그런데 원인에 도달하지 못한다. 원인에 도달하면 바로 그것이 구조론이다. 원인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지해 있는 대상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원인은 변화다. 변화는 움직인다. 제자리에서는 입체보다 큰 것이 없다. 거기가 끝이다.


    안에서 밖으로 넓혀가는 방향으로 추적한다면 그것이 정지해 있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야 한다. 반대로 밖에서 안으로 좁혀간다면 움직이는 화살의 도착점을 추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에너지가 밖에서 안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안에서 밖으로 간다면 질량보존의 법칙을 어긴다.


    움직임은 입체보다 크다. 사건은 입체보다 크다. 에너지는 객체보다 더 큰 것에서 격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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