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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301 vote 1 2017.02.07 (19:32:11)

  

    문연역과 안귀납


    누구나 질의 포지션에 서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재명이나 트럼프처럼 입자를 건드리면 격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공격받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아는 거다. ‘박근혜 구속’, ‘새누리 해체’ 이런거 들고 나오면 상대방도 같은 수단으로 반격한다.


    이미지를 구기게 된다. 어른과 아이가 다투면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재명이 변희재와 싸우면 변희재의 구린 이미지가 이재명에게 덧칠된다. 그러므로 상대가 반박할 수 없는 질의 포지션에 서야 한다. 그런데 질에는 방향이 없다. 귀납적 접근인 때문이다.


    귀납은 에너지 개념이 없고 대신 관측개념이 있다. 안철수의 새정치나 반기문의 정치교체나 안희정의 대연정이나 다 귀납의 관점이다. ‘지구가 돈다.’와 ‘지구는 돈다.’는 뜻이 다르다. 지구가 돈다는 말은 관측자 시점이다. ‘지구는 돈다.’는 물物 자체의 시점이다.


    ‘민주주의는’와 ‘민주주의가’는 의미가 다르다. 조사로 ‘가~’를 쓰면 곧 대상화 되고 타자화 된다. 이미 망해 있다. 주체에서 분리되면 곧 에너지는 빠져나가고 없다. 일의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는다. ‘기차는 간다.’고 하면 기차가 어디로 가지? 다음 단계가 있다.


    ‘기차가 간다.’고 하면 ‘기차가 잘 가는구나.’ 거기서 끝이다. 조사 ‘가’는 관측자인 나와 거리를 벌리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소가 풀을 뜯는구나. 개가 뼈다귀를 쫓는구나. 다 남의 이야기다. 그런데 말이다. 개는 풀을 뜯는다. 왜냐하면 배고프니까.


    이 경우는 반드시 다음 닫계가 있다. ‘는’은 대칭을 만들기 때문이다. ‘새는 난다.’고 하면? ‘뱀은 긴다.’로 받쳐줘야 한다. ‘새는 날고 뱀은 긴다’로 댓구를 이뤄 문장이 된다. ‘새가 간다’고 하면? 끝이다. 더 없다. ‘는’과 ‘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안철수와 반기문과 안희정의 공통점은 자신을 관측자로 놓고 ‘민주주의’를 목적어로 쓴다는 거다. 새정치니 정치교체니 대연정이니 하며 말은 잘도 주워섬기지만 그게 목적어다. 안철수가 주어이고 새정치가 목적어면 국민은? 동사다. 국민은 동원된다.


    국민은 필요에 따라 동원되는 동사에 불과하니 ‘안철수는 새정치를 시킨다.’는 것이다. 국민이 주어가 아니다. 문재인의 적폐청산은 국민이 주어다. 국민이 적폐청산을 하고 국민이 국가대청소를 한다. 안철수가 새정치 하면 실패고 새정치가 안철수를 쓰면 성공이다.


    영화를 안 봤으니 깊이 들어가지 않겠다. 컨택트 보신 분은 알 것이다. 언어가 인간을 규정한다. 중국어는 시제가 없다. 중국어가 중국의 한계를 규정한다. 영어는 간단한 언어다. 라틴어도 문법이 간단하다. 간단해야 세계어 된다. 문법이 복잡하면 의사소통 실패다.


    중국어가 간단한 이유는 수백개의 민족이 하나의 한족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복잡한 것을 마이너스 시켰기 때문이다. 역시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다. 영어도 문법이 간단하므로 구글번역의 중국어와 영어 번역성공률은 매우 높다. 한국어는 참 골치아픈 언어다.


    그러나 골치아픈 언어라야 철학적 사유가 가능하다. ‘는’과 ‘가’의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해명할 수 있다. 조사는 사실 없어도 된다. ‘는’이나 ‘가’를 빼고 써도 말귀는 알아듣는다. ‘새 날고 뱀 긴다’ 해도 된다. 이게 대칭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거다.


    ‘는’이라고 해야 정확하게 대칭이 맞아진다. 진리에 도달하려면 가장 완벽한 언어를 얻어야 한다. 인간의 언어로는 당연히 부족하고 그 언어를 넘어야 한다. 언어에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깨달음이다. 결론을 내리자. 연역과 귀납의 차이다.


    누구든 본능적으로 질의 포지션에 서려고 하지만 학교에서 배워서 아는 먹물들은 귀납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새정치는’이 아니라 ‘새정치가’로 된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새정치가 나쁜게 아니고 ‘새정치가’가 나쁜 것이다. 이미 바깥에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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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를 목적어로 쓰는 순간 이미 헌정치가 되어 있습니다. 왜? 새정치를 하는게 안철수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를 해서 어디로 가겠다가 아니라 새정치가 종착역입니다. 근데 사람들이 원래 종착역이 되면 여유 부리고 안 갑니다.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근대화를 해라. 개화를 해라. 하고 무려 30년간 떠들어도 조선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근대화를 해서 만주로 쳐들어가자고 하니 모두 벌떡 일어났습니다. 박정희 미쳐서 혈서 썼습니다. 1차 만주 먹고, 2차 북경 찍고, 3차 인도를 접수하자고 다음다음단계까지 말해줘야 인간은 비로소 움직입니다. 새정치든 대연정이든 민주주의든 정치교체든 그게 목적이 되면 절대로 망합니다. 배워라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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