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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65 vote 0 2023.09.05 (14:58:51)

    성소수자는 왜 존재하는가? 구조론은 목적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사냥하러 가고 없을 때 마을에 남겨진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위하여' 들어가면 거짓말이다. 메커니즘은 내부에 조절장치가 있다. 성소수자는 진화 메커니즘의 조절장치로 볼 수 있다.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 하는 것이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그래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선까지? 성별 양극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남자가 남자답거나 여자가 여자다운 것은 종의 생존에 유리하면서 동시에 불리하다는 모순은 조절되어야 한다.


    여자 집단 속에 남자 역할 하는 사람이 일부 있어야 한다. 남자 집단에도 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부 있어야 한다. 남자 동성애자는 여자의 뇌를 가지고 남자의 몸에 갇힌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복잡하게 나눠지고 있더라마는 투박하게는 그렇다. 


    구조론에서 미는 극한의 법칙을 이용하여 사고실험을 해보자. 어떤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나 남자인데 남자 좋아하세요?’ 하고 수작을 걸면 어떨까? 5퍼센트 확률로 성공한다는 설이 있다. 대부분의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엥?


    80년대에 경험한 일이다. 40년 전. 그때 나는 20대 중반이었다. 혼자 남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중에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어떤 30대 후반에 후줄근한 옷차림의 남자가 빈 벤치가 여럿 있는데도 굳이 내 옆자리에 앉더니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이었다. 


    게슴츠레한 눈빛에 역겨운 미소. 아, 이래서 여자가 남자를 싫어하는구나.. 하고 알아버렸다. 이후 비슷한 일을 몇 번 더 겪었는데. 여자는 기본적으로 남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솔로가 이렇게 많을 리 없다. 그런데 동성애자 남자는 남자를 좋아한다. 


    이성애자 여자 - 남자를 싫어한다. 역겨워! 재수 없어. 짜증나. 꺼져버려!
    이성애자 남자 – 여자를 좋아한다.
    동성애자 남자 – 남자를 좋아한다.
    동성애자 여자 – 여자를 좋아한다.


    동성애자 남자는 기본 모드로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의 뇌를 갖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여자는 남자를 보기만 하면.. 게슴츠레한 눈빛이 되지 않는다. 남초사이트에 넘쳐나는 좌절담, 실패담으로 알 수 있다. 여자도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걸로 논쟁을 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논하려는 것은 좋아한다는게 의미가 정확히 뭐냐는 말이다. 권력관계가 개입해 있다. 지배한다는 의미가 있다. 필요하다는 의미도 있다. 사랑한다는 의미도 있다. 섹스의 의미도 있다. 다양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대칭이다. 여자도 남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다르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과 여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은 다른 의미다. 좋아한다는게 뭔데? 필요+지배+사랑+섹스 중에서 뭘 말하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눈빛과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동성애자의 눈빛은 다르다. 남자와 여자도 다른 거다. 


    엄마를 보고 좋아하는 아이의 눈빛과 사슴을 보고 좋아하는 사자의 눈빛은 다르다. 둘 다 좋아하는 것은 같은데 눈빛이 다르다. 마동석을 보고 귀여워하는 여자의 눈빛과 아기를 보고 귀여워하는 남자의 눈빛은 다른 거다. 귀여워하는 것은 같은데 다른 본능이다.


    사고실험을 해보자. 전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사회에서 많은 교육을 받고 많은 제약을 당한다. 순수한 자연상태라고 치자. 부모의 잔소리도 없고, 종교의 억압도 없고, 사회적 평판도 없다고 치고. 아담과 이브처럼. 무인도에 남자 한 명과 여자 열 명이 표착해 있다. 


    선택권은 남자 한 명에게 있다. 남자 한 명은 평등주의 정신을 발휘하여 여자 열 명과 골고루 잤다. 반대로 여자 한 명과 남자 열 명이 표착했다. 선택권은 여자 한 명에게 있다. 여자 한 명은 평등주의를 저버리고 가장 멋진 남자 한 명과 잤다. 남자 동성애자의 선택은?


    남자는 여자가 많을수록 좋다. 자연의 법칙과 일치한다. 무인도에서 섬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까지 인구를 늘려야 한다. 여자 입장은 남자가 많을수록 피곤하다. 일부다처제가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여자는 남자가 한 명 이상 있기만 하면 되므로 공유하는 것이다. 


    비대칭이라는 말이다. 동성애자 남자 하나가 열 명의 남자들과 함께 무인도에 표착했다. 동성애자 남자는 한 명의 남자만 선택했을까? 선택권은 동성애자 남자에게 있다. 동성애자 남자는 동성애자 남자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성애자 남자를 더 좋아한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뇌를 타고 나느냐다. 또 하나는 어떤 호르몬이 나오느냐다. 남자의 뇌 + 남자의 호르몬일 수도 있고, 여자의 뇌 + 남자의 호르몬일 수도 있다. 매우 복잡하다. 결론은 비대칭성이다. 지배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남자 – 보스에게 사랑받고 싶다. 여자를 지배하고 싶다.
    여자 –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다. 자녀를 지배하고 싶다.


    아기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가 아기를 지배하는 마음은 다르다. 물론 여자도 남자를 지배하고 싶어한다. 남자도 여자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미묘하게 각도가 틀어져 있다. 비대칭적이다. 당연히 대칭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남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과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눈에 잘 띄는 것이다. 상당히 강하다, 남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드러운 것이다.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 비호감이다. 


    여자가 예쁘기를 원하는 것은 자기를 보호하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뻐야 눈에 잘 띄고 위기 때 제일 먼저 구출된다. 생존문제다. 생존하려면 강해야 한다. 여자에게 예쁜 것은 눈에 잘 띄고 제일 먼저 구출되고 살아남는 것이며 그것은 강한 것이다. 


    남자는 위기 때 약자부터 구하려고 한다. 약한 아기를 구해야 한다. 남자는 눈에 잘 띄면서 약해 보이는 사람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문화권의 차이도 있다. 백인 중에도 바이킹의 후예들은 강한 여성을 선호하는 듯하다. 동아시아인들은 더 약한 여자를 선호하는 듯.


    귀엽다는 말의 의미가 성별에 따라 다른 것도 같은 이치다. 원래 흑인, 장애인, 성소수자 이야기는 잘해봤자 욕먹는다. 그러나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이항대립적 사고에 이분법에 흑백논리는 틀린 것이다. 대칭적 사유는 틀렸다. 세상은 비대칭적이다.


    그래서? 모든 문제는 물리적인 장벽을 하나씩 제거해야 해결된다. 프레임을 걸고 집단에 호소하는 정치적 맞대응 놀음이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다. 대부분 이념몰이로 사람만 모으고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교착되어 있다.


    세상은 비대칭이다. 대칭적 사유에 빠져 억지평등을 추구하므로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예컨대 진보가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과 보수가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은 다르다. 보수는 맹목적 지지고 진보는 조건부 지지다. 진보는 자기를 지지한다. 


    보수가 방어모드면 진보는 공격모드다. 진보는 조건부 지지로 누구를 세워놓고 그다음에 나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자기 계획이 있으므로 자기가 당선시켜놓고 다음 날부터 바로 흔들기 시작한다. 보수는 대통령에게 기대하는게 없다. 진보가 아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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