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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48 vote 0 2022.09.24 (21:20:44)

    세상은 구조다. 구조의 반대는 원자다. 원자를 뒤집으면 구조가 된다.


    원자는 쪼갤 수 없다. 구조는 쪼갤 수 있다. 구조는 관절과 같다. 어떤 둘을 연결할 수 있고 그 연결을 끊을 수도 있다. 거기서 어떤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세상은 의사결정의 집합이다.


    원자는 종결점이다. 구조는 시작점이다. 원자의 쪼갤 수 없는 성질은 인간의 분석이 끝나는 지점이다. 자동차는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거기서 더 쪼갤 수 없다. 반면 구조는 상호작용의 시작점이다. 그 부품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다. 상호작용으로 연결한다.


    원자는 밖의 작용에 대응한다. 구조는 안에서 결정한다. 원자는 쪼갤 수 있는 내부가 없으므로 밖을 보게 된다. 외부의 작용에 반작용으로 대응한다. 구조의 연결은 어떤 둘 사이에서 일어나므로 안을 보게 된다. 구조는 내부에서 의사결정한다.


    원자는 주체의 사정을 반영한다. 구조는 객체 자체의 질서다. 원자는 관측자인 인간과 대칭시킨 것이다. 외부의 관측자가 개입해 있다. 구조는 주체인 인간을 배제하고 객체 내부의 자체적인 대칭을 추적한다.


    원자는 하나의 객체다. 구조는 둘의 관계다. 원자는 혼자 있고 구조는 반드시 둘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구조는 대칭이고 대칭은 원래 둘이다. 원자도 대칭이지만 관측의 주체인 인간과 대칭되는 하나의 객체다.


    원자 - 내부가 없다. 분석의 종결점, 밖의 작용에 대응, 관측자인 인간과 대칭, 하나의 객체


    구조 - 내부를 연결한다. 상호작용의 시작점, 안에서 의사결정, 객체 자체의 대칭, 둘의 관계


    원자와 구조는 다섯 가지가 상반된다. 원자는 내부가 없고 구조는 내부를 연결한다. 원자는 분석의 종결점이고 구조는 상호작용의 시작점이다. 원자는 바깥의 작용에 맞서고 구조는 내부에서 의사결정한다. 원자는 관측자인 인간과 대칭되고 구조는 객체에 내재된 대칭이다. 원자는 하나로 존재하고 구조는 둘의 관계로 성립한다.


    구조와 원자는 모든 점에서 상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간단하다. 뒤집어보면 되는데 인류 문명사 1만 년 동안 아무도 뒤집어보지 않았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인데 이것에 매몰되어 저것을 보지 않았다.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반대쪽을 살펴볼 만한데 아무도 원자의 반대쪽을 살펴보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왜 원자론을 생각했을까?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을 건축하려면 벽돌이 필요하다. 신이 우주를 건축한다면 원자를 조립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주는 스스로 건축한다. 원자는 스스로 건축하지 못한다. 반드시 누가 조립해줘야 한다. 존재가 스스로 건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상호작용의 구조가 필요하다.


    원자와 구조는 모든 면에서 상반되므로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은 스스로 움직이는가, 아니면 외부에서 누가 움직여줘야 하는가다. 자체 엔진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작동하는가, 아니면 외력의 작용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가다. 전자가 구조라면 후자는 원자다. 원자론은 인간이 그 능동의 역할을 맡아버린데 따른 실패다. 자연은 저절로 돌아가는 것인데 원자는 저절로가 아니라 인위다.


    구조든 원자든 대칭을 추적한다는 점은 같다. 원자론은 관측자인 인간이 능동적인 대칭의 주체가 되고 원자는 객체로 초대된다. 구조론은 객체 자체에 내재한 대칭을 찾아낸다. 그것은 상호작용이다. 구조와 원자는 하나의 대칭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다. 인류는 그중의 하나에만 꽂혀서 반대쪽을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쉽다. 그저 반대쪽을 보면 된다. 그런데 왜 못 보는가? 프레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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