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840 vote 0 2002.12.11 (09:34:56)

사람 사는 곳엔 우연한 인연으로 잠깐이나 또는 일생동안 관계가 유지되듯 외람된 소리지만 캐나다 노무현 후원회를 만든 동기가 있다는 필자는 영원한 상처를 지울 수 없는 일이 있다.

지금부터 34년전 1968년 초봄 창원 신병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끝내고 동부전선 을지부대(당시 12사단)로 배치돼 복무하는 동안 얼마 후 훈련소 동기인 노무현씨가 같은 부대로 전출 왔다.

전병부대에서 이럭저럭 졸병생활을 엮어가며 시간이 흘러 제대를 얼마 안 남기고 사소한 일로 필자는 뒤집어쓰고 2개월 간 영창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졸병이 군 감방에 들어가면 표현하기 조차 힘든 처절한 입장에 되는데 이때 동기인 노무현 상병이 이리뛰고 저리뛰다 직송상관부관을 변호인으로 내세워 군법회의때 열변 덕분에 다행히 남한산성에 가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나 제대를 할 수 있었다.

제대 후 헤어져 필자는 복학을 해 졸업하고 기술 3급으로 대한석탄공사에 근무하다 괜찮은 직장 팽개치고 1978년 이민와 공장을 다니다 편의점을 시작할 무렵 5공 청문회가 열렸다.

그때 10여년이 지나 TV에서 노무현씨를 접했을 땐 벌컥 군대 생활이 떠올라 한없는 눈물을 흘린 것은 지금까지 필자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위의 사실은 필자 개인적인 일이었지만 같은 졸병으로서 심한 곤궁에 처한 동기를 살려 무사히 제대를 할 수 있게 발버둥친 노무현씨는 이후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일이며, 기업이나 단체의 골칫거리 문제만 터지면 스스로 몸을 던져 풀어가는 천상 하늘이 내린 사람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위 글은 군대 동기인 고천석(캐나다 거주)씨가 지난 12월 2일자 중앙일보 미주판 독자 투고에 실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의 일부분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07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649
6806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184
6805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48
6804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53
6803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167
6802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524
6801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103
6800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746
6799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593
6798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770
6797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208
6796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135
6795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998
6794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802
6793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57
6792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929
6791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966
6790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891
6789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029
6788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