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231 vote 1 2017.07.26 (16:18:51)

     

    인생은 게임이다. 다른 사람이 설계한 남의 게임에 함부로 가담하므로 인간은 불행해진다. 별도로 자기만의 게임을 세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권력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은 상대적이다. 누가 자기편이고 적군인지는 본인이 정한다. 뻐꾸기의 탁란과 같다. 누구의 유전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개개비는 비록 남의 새끼일지언정 새끼를 키우는 권력을 누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는 게 권력이다. 애초에 줄을 잘 서지 않으면 안 된다. 멋모르고 남의 집에 들어가서 줄 서기 다반사다. 안정되고 확실한 줄은 없다. 줄은 진보의 줄이다.


    진보는 변하는 게 진보다. 스스로 변화를 설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태로울 뿐이다. 인간의 보수심리는 안정을 희구하지만 안정된 게임은 원래 없다. 안정을 찾으려 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권력이다.


    인간은 원죄가 있다. 원죄는 족보의 결함이다. 누구든 타인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 것이 원죄다. 스스로 태어난 자는 없다. 그러므로 자궁을 빌려준 자의 뒤에 가서 줄을 서게 된다. 자궁은 권력의 자궁이다.


    몸의 자궁은 부모에게서 빌리지만, 권력의 자궁은 국가에게서 빌린다. 남의 게임에서 탈출하려면 그 줄에서 나와야 한다. 빌린 남의 자궁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 탈출과정에서는 당연히 권력을 상실한다.


    그 권력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독립하여 자기의 줄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어떻든 줄을 서고 본다. 게임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이 게임을 거부한다는 것은 저 게임을 승인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립하여 자기의 게임을 만들 때까지는 탈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몸을 준 부모를 찾고 권력을 준 부모를 찾아야 한다. 스승을 찾아야 한다. 신을 찾아야 한다. 인간이 비참한 이유는 진짜 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태어나지 못했고, 남의 자궁을 빌려 태어났으며, 그 부모와 연결이 끊어졌고, 남의 권력을 빌어 성장했으며, 그 권력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다른 사람의 게임에 속했다가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쉽게 독립하려 할수록 오히려 다른 사람의 권력에 말려들게 된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다가 교회에 가서 종노릇하기가 다반사이다. 이 줄에서 탈출하려다가 저 줄에서 낚여서 거미줄에 걸린 나방신세가 된다.


    ###


    인생이 게임이라는 말은 내가 누구고 누가 내편이고 누가 적인지 내가 정한다는 말이다. 원수를 갚아라 하고 부모가 정해주거나,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교회가 정해주거나, 국뽕이 최고여 하고 국가가 정해주지만.


    그런건 가짜 게임이고 진짜 게임은 본인이 정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죄다 연동되어 있으므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곤란하다. 신과의 일대일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큰 판에서 시작해야 바르다.

   


00.jpg




[레벨:4]고볼매

2017.07.26 (16:26:23)

명문이십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18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713
6817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232
6816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89
6815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93
6814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220
6813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573
6812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149
6811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797
6810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658
6809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831
6808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263
6807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191
6806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2054
6805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862
6804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99
6803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972
6802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9010
6801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927
6800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072
6799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