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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82 vote 0 2024.03.13 (14:56:09)

    구조론은 내부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자발적 변화를 설명한다. 외부요인에 의한 수동적 변화와 내부요인에 의한 자발적 변화가 있다. 인류의 관심은 여전히 외부의 작용에 의한 수동적 변화에 머물러 있다. 내부의 자발성을 보는 시선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깃발이 펄럭이는 이유는 외부에서 부는 바람 때문이다. 공이 굴러가는 이유는 외부에서 누가 공을 굴렸기 때문이다. 원인은 결과의 외부에 있다. 인과율은 원인과 결과를 떼어놓고 본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인간의 시선은 자연히 외부를 향하게 된다. 실패다.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있다. 외부의 작용에 의한 원인은 운동에너지다. 위치에너지는? 위치는 내부에서 결정된다. 잘 가던 자동차가 갑자기 고장난 원인은 내부에 있다. 멀쩡하던 집이 갑자기 무너졌다면 원인은 내부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


    원인이 있으면 그 원인의 원인이 있는 법이다. 원인의 원인을 계속 추궁하면 막다른 한계에 이르게 되고 거기서 내부를 만난다. 사자는 사슴을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풀은 햇볕을 먹고, 햇볕은 태양에서 온다. 햇볕은 태양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다.


    오판하는 원인은 하나의 원인을 알면 만족하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높은 단계의 궁극적 원인까지 쳐들어가지 않고 포기한다. 외부에서 변화가 일어나도 그것은 겉보기 현상이고 실제로 변화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닫힌계 내부에서 작동한다.


    투수의 공과 타자의 배트가 충돌하여 순간적으로 닫힌계를 이루고 의사결정은 닫힌계 내부에서 일어난다. 외부의 원인은 대충 보는 것이며 엄밀히 따지면 반드시 내부의 구조가 있다. 체격과 체력이 같은데도 더 뛰어난 공을 던진다면 신체의 구조가 다르다.


    계 내부 압력이 평형을 이룬 상태에서 축을 이동시키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축은 이기는 쪽으로 이동한다. 이기는 힘은 자원의 공유로 얻는 효율성이다. 효율적인 구조가 비효율적인 구조를 이기는 위치에너지가 자연에서 동력이 되고 사회에서 권력이 된다.


    구조를 모르고 하느님 탓으로 둘러대는 것이 천부인권설이다. 인권은 인간사회의 고유한 동력이다. 동력이 없으면 사회가 붕괴한다. 좋은 사회가 나쁜 사회를 이기게 하는 힘이 인권이다. 닫힌 사회는 인권이 없다. 경쟁이 없으면 이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왕권신수설이나 자연국경설도 사실은 구조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명백한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신대륙 백인들이 인디언 땅을 뺏으면서 내세운 논리다. 지정학적 구조를 암시하려고 신을 끌어들인다. 지정학적 구조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을 벗어던지고 진실을 이야기할 때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건의 모든 원인은 구조다. 구조는 내부다. 보이지 않는 내부를 꿰뚫어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구조는 차원이다. 차원은 수직이다. 수직은 너머다. 장벽 너머를 보는 초월자의 시선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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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는 차원이다. 차원은 활이다. 활은 2차원, 화살은 1차원이다. 활에 화살을 메긴다. 메기는 것은 먹이는 것이다. 활이 화살을 먹는다. 점수를 매기고 점수를 먹는다. 마음을 먹는다. 마음은 차원이다. 전략은 2차원, 전술은 1차원이다. 전략이 전술을 쏜다.


    활과 저울과 바퀴는 구조가 같다. 수직과 수평의 관계다. 축과 대칭의 관계다. 활은 화살을 메기고, 저울에 추를 올리고, 바퀴에 축을 끼운다. 활의 수평에 수직의 화살을 메기고, 양팔저울 수평에 수직의 받침대를 메기고, 바퀴의 수평에 직각의 축을 메긴다.


    마음은 심이다. 심은 중심이다. 활의 중심에는 화살이 있고, 바퀴의 중심에는 축이 있고, 저울의 중심에는 눈금이 있다. 심을 메기면 수평에서 수직으로 도약한다. 수직으로 도약하는 것이 차원이다. 구조는 차원이고 차원은 매개하는 것이며 차원은 매김이다.


    세상은 동력의 연결에 의해 작동한다. 연결하는 것이 매개하는 것이다. 총에 총알을 장전하는 것이 매개하는 것이다. 칼날과 손잡이를 연결하는 것이 메기는 것이다.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매기고, 무언가를 먹인다. 먹이면 연결된다. 연결되면 동력이 생긴다.


    매김은 공존한다. 차원은 공존이다. 어떻게 공존하는가? 수평에서 막힌 것은 수직에서 타개된다. 차원을 높이면 동력이 연결되고 동력을 얻으면 타개된다. 수평에서 교착되는 수동적인 세계관을 버리고 수직으로 타개하는 자발성의 세계관으로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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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는 안이다. 안은 마음이다. 마음은 전략이다. 전략은 차원이다. 차원은 권력이다. 권력은 동력이다. 동력은 자발성이다. 우리가 목도하는 자연의 변화는 외력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동력은 스스로 변화를 만든다. 그것은 내부에서 일어나므로 보이지 않는다.


    구조는 저울이다. 저울은 주변 2와 중심 1이다. 중심 1이 주변 2를 지배하는 것이 권력이다. 저울의 축 1이 대칭 2를 지배한다. 축은 대칭 2의 겹침이다. 겹치면 공유하고, 공유하면 효율적이고, 효율성은 이긴다. 이겨서 결정한다. 거기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눈은 처음을 보고 마음은 다음을 본다. 전술은 처음에 맞서고 전략은 다음에 대비한다. 처음 만나는 것은 점이고 다음 만나는 것은 선이다. 마음은 다음이고 다음은 높은 차원이다. 처음은 수평이고 다음은 수직이다. 더 높은 단계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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