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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06 vote 0 2022.11.27 (14:05:37)

    축구 잘한다고 훌륭한 나라는 아니지만 축구도 못하는 나라는 분명 문제가 있다. 축구는 마음만 먹으면 일정한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항서가 베트남에서 증명한 바와 같다. 월드컵 본선은 못 갔지만 가능성은 보여줬다. 축구를 못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확실히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문제다. 인도는 크리켓을 하느라 축구를 잊어버렸다고 변명하면 된다. 중국은 축구에 관심이 많고 이미 시진핑이 축구굴기를 선언한 상태다. 신체조건이 약한 것도 아니다. 농구는 제법 하잖아. 


    동남아는 체격이 작아서 어쩔 수 없지만 인도의 경우 시크교도는 체격이 크다. 시크교 인구만 해도 3천만이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문제가 있다. 유럽 리그에서 날고 기는 특급 스타가 많은데 비해서는 월드컵 성적이 신통치 않다. 체격 되고 개인기 되는데 말이다. 


    의사결정구조 문제다. 축구는 얼마간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 축구를 못하는 나라는 집단의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축구에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이유다. 한두 번 못할 수는 있지만 방법을 찾아내고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4강에 못 들어도 되지만 바보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축구 이야기 나오면 항상 나오는 말이 축협비판과 유소년축구 타령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말을 하는 의도다. 6개월 안에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게 축구다. 6개월에 되는데 무슨 유소년?


    지나치게 원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이념적 프레임을 걸고 자빠지는 것은? 딴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게 비겁한 짓이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게시판 권력놀음을 하고 있다. 음모론과 비슷하다. 음모론이 판을 치는 이유는 그게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축협 비난하면 사람들이 흥분한다. 두 주먹 불끈 쥔다. 30년 전에 어떤 종교행사에서 목격한 광경이다.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다 큰 장애인 청소년이 단상에 올라와서 ‘저는 예수님과 열두 제자의 이름을 댈 수 있어요.’ 하고 외쳤다. 청중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열거하던 청년이 막판에 갑자기 악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찢어 죽일 놈의 가롯 유다’.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를 갈고 몸을 부들부들 떤다. 눈동자가 뒤집어지려고 한다. 청중의 박수가 쏟아졌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 아니던가? 


    북한의 군중집회 같은 데서 어린이들이 자본가를 규탄하며 분노와 격정을 쏟아내면 쏟아지는 관중의 환호. 김정일이 모습을 드러내면 청중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모습. 환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절망감을 느낀다. 기생충 서민의 좌파 타령도 같은 거다.


    가롯유다를 씹으며 이를 가는 지적 장애인 청년과 좌파가 너무 무섭다는 기생충 서민의 철지난 신파놀음.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다. 인간의 존엄을 잊어버린다. 그래야 박수가 쏟아지니깐. 다음에는 아예 졸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인가? 끔찍한 악몽이다.


    축협타령도 같다. 사람들이 그런 쇼 좋아한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찢어 죽을 놈의 축협이라고 외치며 몸을 부들부들 떨어주면 조회수 팍팍 올라가 준다. 어휴! 인간들아. 그딴 식으로 살고잡냐? 축협 욕하는 이유는 축협을 감시하는 수단이 없어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막 가는 윤석열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서 불안하기 때문에 촛불을 드는 것과 같다. 정치적 프레임이다. 정치는 정치니까 그렇고 축구는 정치가 아니다. 유소년 타령도 같다. 인터넷에서 주목받는 방법은 지구 온난화 따지고 생태주의, 성찰, 진정성 언급하면 된다. 


    그게 나쁜 말은 아니다. 공허할 뿐이다. 하나마나 한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분명히 말한다. 최소 2억이 죽기 전에는 인간들이 태도를 안 바꾼다. 학교에서 배운 관성의 법칙이다. 인간들 원래 방향전환 못한다. 핏대만 세우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 


    유소년 축구 중요하다. 그러나 유소년이 6개월에 되냐고? 히딩크도 그렇고 박항서도 6개월 안에 뭔가를 보여주었다. 차범근이 국대감독으로 월드컵 8강 올려놓고 유소년 축구 제대로 하고 모든 초중고에 축구팀 만들자고 제안하면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있겠는가? 


    아프리카 선수들이 유럽리그 휩쓸면서 타고난 피지컬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성적이 저조한 것은 유소년 때문도 아니고 축협 때문도 아니다. 중국은 축구굴기를 선언하고 유소년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제는 성적이 나와야 한다. 인구가 적은 축구 강소국들도 많다. 


    크로아티아, 코스타리카, 세르비아, 스위스 인구가 얼마나 되나? 인구가 적어도 축구를 꽤 한다는 것은 신체적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우승권에 가려면 펠레나 마라도나 같이 압도적인 신체를 가져야 한다. 전성기의 호나우두, 호나우딩요도 탁월했다. 


    유소년과 피지컬과 축협의 좋은 행정은 4강 도전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16강, 8강은 전략전술만으로도 가능하다. 팬들의 집단지성만으로 가능하다. 감독의 역량, 국내 리그의 기본, 국민의 수준이라는 3박자가 따라주면 여러 불리한 조건에도 16강은 해낼 수 있다.


    거기에 손흥민급 특급스타 두엇 붙고, 대진운 좋고, 부상 없으면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 성적의 1/3은 국민의 관심과 집단의 수준이다. 개소리 하지 말자는 거다. 축협비난은 저급한 정치적 프레임이고, 유소년 타령은 이상주의로의 도피다. 정의당이 늘 하는 짓. 


    너무 목표를 높이 잡는다. 현실은 모르쇠다. 예컨대 일제강점기 시절이면 당장 독립이 급한데 무정부주의나 사회주의 한다는 친구들은 더 높은 가치를 내세우면서 일본과는 일단 잘 지내야 한다는 개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독립운동 안 하려고 핑계를 대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혁명해야 하는 판에 지금 수준 떨어지게 철지난 민족주의나 하고 있니? 일본 공산당과 손을 잡아야지. 이런 중권스러운 자들이 많았다. 왜? 민족주의보다 무정부주의가 더 폼 나거든. 사회주의도 알아주잖아. 진정성 없이 잘난 척하며 허세를 부리는 거.


    왜냐하면 그게 말은 맞거든. 고상한 말, 점잖은 말, 바른말로 도피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비겁자들이 많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짓. 욕먹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거. 사회주의 한다며 전두환과 잘 지낸 김철과 그의 아들 김한길의 정치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두환은 어차피 7년 채우고 물러간다구. 우리는 그다음을 내다보는 거야. 원대한 이상을 품어야 해. 우리는 세계시민이라구. 이러면서 뒷구멍으로 전두환의 궁물을 챙기는 자들이다. 핑계가 걸작이지만 배후를 들여다보면 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구조론만 알아도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적어도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일정한 성과를 보이면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유소년 타령은 그때 가서 해도 된다. 내친김에 축협도 개혁해주고 말이다. 얼마나 좋냐.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동원력 문제다. 중국은 형식상 독재국가는 아니고 원로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다. 제대로 되는게 없다. 시진핑이 축구굴기를 하라고 하면 지방정부는 하는 시늉만 한다.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 실패이유나 시진핑 축구굴기 실패이유나 정확히 같다.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냐? 이게 본질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이미 중앙에서는 포기를 선언했는데 지방정부가 시진핑 눈치 본다고 저러고 있다. 푸틴도 마찬가지다. 이미 전쟁은 졌는데 확인도장을 못 찍고 푸틴 눈치 보느라고 애면글면 저러고 나자빠져 있다.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 포기하고 싶고, 푸틴은 전쟁을 그만두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딴생각 품은 충성파들 등쌀에 시진핑도 푸틴도 포위된 거다. 그게 권력의 생리. 모택동은 진작에 강청과 사인방 버렸지만, 총대를 매는 사람이 없어서 실패한 문혁이 십 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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