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23 vote 0 2022.07.06 (13:34:24)


    https://news.v.daum.net/v/20220705184005933 <- 한겨레 고명섭 칼럼


    힘은 도구에서 나온다. 민주주의 힘은 생산력에서 나온다. 지식인이 세 치 혓바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어차피 오게 되어 있는 것을 빨리 오도록 재촉하거나 어차피 가게 되어 있는 것을 조금 붙잡아둘 수 있을 뿐이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치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국가는 커지는데 광장은 작기 때문이다. 로마 공화정도 마찬가지다. 로마가 팽창하자 원로원이 있는 로마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에 앉아서 로마를 주무르려고 하니 될 리가 있나.


    공화정이라는게 나쁘게 보면 귀족정치에 불과하다. 비슷한 예로 폴란드가 있다. 왕을 투표로 뽑는 선거군주제다. 그때 폴란드가 잠시 잘나갔다. 농민을 소외시키므로 금방 한계를 보였다. 조선왕조의 공론정치도 일부 민주적 요소가 있다. 어느 쪽이든 잠시 흥하게 했을 뿐 시대의 한계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민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지 못한다. 최대한 동원하려면 계속 변해야 한다. 계속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집권당만 바뀌는건 의미 없고 계급간 세력교체가 일어나야 한다. 생산력의 혁신만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새로운 수단을 먼저 장악한 자와 늦게 뛰어든 자 사이에서의 세력교체가 민주주의다.


    이러한 본질을 도외시하고 세 치 혓바닥으로 어떻게 수를 내보려는 자는 예로부터 많았다. 묵가들은 어리석게도 천하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진시황을 밀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결과는 폭망. 묵가도 망하고, 중국도 망하고, 천하도 망하고 다 멸망. 후대까지 멸망.


    정의당 행동이 바로 묵가의 행동이다. 국힘당을 이용해서 민주당을 평정하고 진보를 통합하겠다는 망상.


    신라 - 당나라를 이용해 삼한을 통일하겠다.
    박정희 - 일본을 이용해 만주로 진출하자.
    한비자 - 황제를 설득해서 좋은 나라 만들자.
    묵가 – 진시황을 이용해서 천하에 평화를 가져오자.
    체임벌린 - 독일을 이용해 소련을 막자.
    석열 - 일본에 붙어서 수를 내보자.
    중권 - 석열을 이용해 민주당 치우고 정의당 키우자.
    진궁 - 여포를 이용해서 조조를 잡자.
    정도전, 정몽주 - 이성계 이용해서 정씨천하 열어보자.


    힘이 없는 자가 강자에게 빌붙어서 뭔가 수를 내보려고 하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한다. 데모스테네스가 세 치 혓바닥으로 알렉산더를 저지할 수 없고, 키케로가 안토니우스를 저지할 수 없다. 데모스테네스와 키케로와 한비자는 결과와 상관없이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진중권이 죽는 것도 운명이고 윤석열이 죽는 것도 운명이다. 진궁이 죽는 것도 운명이고 여포가 죽는 것도 운명이다. 역린을 건드리면 죽는다. 잠든 용을 깨우려면 누가 역린을 건드려줘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11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668
6810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195
6809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58
6808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64
6807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184
6806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536
6805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116
6804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755
6803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601
6802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780
6801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217
680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150
6799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2008
6798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815
6797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66
6796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941
6795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979
6794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900
6793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047
6792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