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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00 vote 0 2020.06.03 (17:24:23)


    아킬레스와 거북이


    우리는 수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수학도 한계가 있다. 수학의 논리는 관계의 논리다. A면 B다. 그냥 A는 불성립이다. 사과가 1이면 배는 2고, 감은 3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과인가? 사과 통조림이잖아. 벌레 먹은 사과는? 풋사과를 들고 오면 어쩌자는 거냐? 그것은 관측자인 인간의 사정이다. 수학은 자체적으로 완전하다.


    인간과 수학이 만나는 접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혹은 자연과 수학의 접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수학의 모든 규칙은 수학원리 안에서 해결된다. 수학 자체는 무오류의 완전한 세계이지만 수학에 관측자인 인간을 대입하거나 혹은 자연을 대입하는 절차는 당연히 불완전하다. 프로야구라고 치자. 스트라이크존은 불완전하다.


    미국인은 키가 커서 위아래가 후하고 일본은 키가 작아서 좌우폭이 후하다. 그런데 롯데는 짜게 판정하고 기아는 후하게 판정한다든가 하는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 수학은 롯데와 기아 중에서 공정하게 판정할 것을 기대할 뿐이다. 어쨌든 수학의 체계는 완전하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수학으로 볼 것이냐다. 수학은 비례다. 


    비례가 1 대 1이든 1 대 2든 1 대 3이든 나란하다.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풍선에 공기를 많이 집어넣으면 크고 작게 집어넣으면 작다. 즉 우리가 따지는 비율의 숫자는 풍선에 들어간 공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바람을 많이 넣으면 커지고 적게 넣으면 작아진다는 원리 자체가 비례이며 그 비례는 나란하며 그러므로 완전한 것이다. 


    그러나 그 풍선에 물을 집어넣으면? 흙을 넣으면? 돌을 넣으면? 이는 결정론의 오류다. 수학이 완전하므로 물질도 완전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물질은 물질이고 수학은 수학이며 수학은 비례이고 비례가 완전한 것이며 그 둘의 연결지점은 애매하고 불완전하다. 그리고 우리는 물질의 문제를 수학의 문제로 착각한다. 


    결정론적 사고가 위험한 것은 그 때문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이 패러독스는 이러한 착각에 기인한다. 수학이 완전하므로 수학에 무엇을 대입해도 완전해야 한다는 믿음은 터무니없다. 완전이라는 개념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풍선효과는 이상기체를 넣었다고 가정한 것이며 자연에 이상기체는 없지만 그렇다고 치고 말하는 것이다. 


    기체는 높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이상기체에 가까워진다. 우주 안에 완전한 것은 비례밖에 없고 비례는 나란하며 그 나란함이 완전할 뿐 다른 데서 완전함을 찾으면 안 된다. 이상적인 풍선에 이상기체를 넣으면 그 풍선효과가 완전하다. 비례의 완전성은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일정한 조건을 걸어 대칭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현실속도는 다르지만 일정한 조건을 걸어서 둘의 속도를 일치시킬 수 있다. 우주공간에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상대속도는 완전히 같다. 어떤 것이든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여 나란함을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이 수학의 완전성이다. 골프는 핸디캡을 부여하고 경주마는 부담중량을 이용하여 나란함을 끌어낸다. 


    물론 당구장에서 점수를 속이는 짓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물질은 완전하지 않다. 에너지가 이상기체의 성질을 가지므로 투박하지만 완전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쪽에서 없어진 것은 저쪽에 모여 있다. 완전한 것은 비례와 비례를 통한 대칭과 대칭을 통한 나란함뿐이지만 한 가지 완전함에 의지해 우리는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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