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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706 vote 0 2009.01.15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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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원본은 이현세의 버디 스포츠서울

676.JPG


4개의 시점을 표시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 있다. 오른팔도 잘못되어 있다. 이현세는 인체를 해체해서 하나하나 따로 그린 다음 엉성하게 조합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점과 시점의 사이에 치인 목이 이상해진다.

두 발의 간격도 너무 멀다. 발의 각도도 이상하다. 왜 이 부분이 중요한가? 사실, 의미, 가치, 개념, 원리 중에서 각 부분을 통일하는 것은 개념이다. 개념이 없으니 그림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어린이에게 그리기를 시키면 꽃와 집과 사람과 강아지를 거린다. 그냥 그린 것이다. 거기에 제목을 주어야 한다. 그 제목은 하나여야 한다. 무엇을 그렸나? 어린이는 봄풍경을 그렸다.

‘봄풍경’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함으로써 비로소 그림은 완성되는 것이다. 타이틀이 각 부분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린이는 꽃과 집과 사람과 강아지를 선 위에 나열한다. 나열하면 텍스트지 이미지가 아니다.

타이틀을 부여한다는 것은 꽃, 집, 사람, 강아지 넷을 봄풍경 하나로 통일한다는 것이다. 하나로 융화되어야 한다. 진열되면 안 된다. 무엇인가? 인체의 여러 부분을 따로따로 그려서 합성해 놓은 것이 매너리즘이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현세의 경우 의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그림이 이상해지면 감정표현을 못한다. 그러므로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들은 항상 극단적이다.

죽을래 살래? 그 중간이 없다. 은근함이 없다. 오묘함이 없다. 이현세가 버디를 연재하며 요즘 갑자기 갬블을 흉내내서 야한 장면을 그리려하다가 말았는데 뻔하다. 이현세는 야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림이 안받쳐주니까 에로틱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자는 왈가닥 아니면 냉혈공주 남자는 지독한 녀석 아니면 무표정 떡대, 아니면 안경잽이 악당.

이래가지고 로맨스가 가능할 리가 없다. 절대적으로 그림이 받쳐주어야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 그림이 토대가 되고 질이 되고 바탕이 되고 기본이 되는 것이다. 리얼리즘이다.

사실주의가 아니라도 좋다. 정열맨의 귀귀처럼 인체를 왜곡해도 좋다. 어떻든 내적 정합성에 맞아야 한다. 그림 안에 과학성이 있어야 한다. 논리가 있어야 한다. 외인구단 영화가 망한 이유는 로맨스가 죽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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