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55 vote 0 2023.09.20 (14:16:57)

    사슴이 죽어 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이 사슴은 죽은 사슴이야.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암 그렇고 말고. 그 사슴은 죽은 사슴이 맞아.' 그들은 만족해서 가던 길을 갔다.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이 사슴이 죽은 이유는 총에 맞았기 때문이야.'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 원인은 총에 맞은 것이고 결과는 사슴이 죽은 것이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그들은 만족해서 가던 길을 갔다. 아무도 사슴을 죽인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다음 페이지로 전진해 보자.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할 수 있다.


    천동설이 이상하다는 점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낀다. 왜냐하면 이상하기 때문이다. 불편함이 있다. 지동설로 바뀌고 편안해졌다. 지동설은 인류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직 주문한 요리가 덜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주방에서 조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릴 수 있다.


    다시 한 번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천동설이든 지동설이든 보이는 것은 관측자 입장이다. 반대편 연출자 입장은? 스크린 반대편에 필름이 있어야 한다. 지동설의 충격은 스크린에 펼쳐진 이미지가 실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실물은 어디에 있는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7 이승만 김구 김일성 박헌영 김동렬 2023-09-01 2357
» 수수께끼 김동렬 2023-09-20 2355
685 생태주의를 제압하라 김동렬 2022-03-23 2356
684 대칭과 비대칭 1 김동렬 2020-03-01 2355
683 여자는 있고 남자는 없다 김동렬 2022-05-18 2354
682 권력서열 1위 천공이 LK99 사기 배후? 김동렬 2023-08-03 2353
681 인류의 모든 사상 김동렬 2022-03-27 2353
680 사색정리 결산 김동렬 2020-12-09 2350
679 구조주의와 구조론 김동렬 2020-09-24 2347
678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2346
677 도구를 다루는 것이 철학이다 2 김동렬 2020-08-26 2346
676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3-06-10 2345
675 젤렌스키와 푸틴 김동렬 2022-04-10 2344
674 생각의 단서 김동렬 2022-11-15 2343
673 누가 볼츠만을 죽였는가? 김동렬 2021-12-09 2343
672 지식권력의 문제 김동렬 2022-01-08 2342
671 쉬운 엔트로피 김동렬 2021-12-12 2341
670 방향전환 1 김동렬 2020-02-24 2341
669 LG야구의 몰락 이유 2 김동렬 2022-10-29 2340
668 아베의 죽음 1 김동렬 2022-07-09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