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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79 vote 0 2024.03.18 (19:59:41)

    엔트로피는 직관력을 키운다. 첫 단추를 꿰는 문제다.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일의 시작점에서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관성에 의해 그쪽으로 계속 달려가게 된다. 내부 자원들에 동력을 연결하여 한 방향으로 몰아주는 차원과 권력과 전략의 문제다.


    자원들이 각자 떨어져 있으면 복잡하지만 연결하면 단순하다. 압승이 아니면 전멸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다. 엔트로피는 관성이다. 버스가 갑자기 정지하면 일제히 쓰러진다. 그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관성이 내부의 자원들을 붙잡고 있으므로 단순한 것이다.


    자동차의 구조가 복잡하지만 파워트레인은 단순하다. 동력이 전달되는 경로가 보인다. 실이 엉키면 복잡하지만 실패에 감으면 단순하다. 복잡한 문제는 가둬놓고 압박하면 풀린다. 관성에 가두고, 동력에 가두고, 차원에 가두고, 권력에 가두고, 전략에 가둔다.


    상부구조를 개입시켜 대칭 2를 축 1로 바꾸면 쉽다. 여야 2를 보면 어렵지만 국민 1을 보면 명백하다. 앞 차와 내 차를 동시에 보면 헷갈리지만 간격 1을 보면 쉽다. 투수가 직구와 변화구 중에 어떤 공을 던질지 헷갈리지만 궤적을 보면 공 보고 공치기가 된다.


    차원을 높이면 쉽다. 동력원을 추적하면 쉽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파악하면 쉽다. 직원을 상대하면 힘들지만 사장을 만나면 풀린다. 뭐든 윗선에서 결정되어 아랫선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배후에 숨은 윗선의 힘을 보는 감각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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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슨은 어릴 때 셈을 못했다고 한다. 1 더하기 1은 1이라고. 찰흙 한 덩이에 한 덩이를 붙이면 그래도 한 덩이라고 우겼다는데.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셈은 아니다. 셈은 헤아리는 것이다. 헤아리는 것은 잘게 나누는 것이다. 찰흙을 붙이면 곤란하다.


    막대기 하나가 있다. 거기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막대기가 부러져서 두 개가 된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했다. 막대가 여전히 하나라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다. 변했다면 두 개다. 닫힌계 내부에서의 자발적인 변화는 일이 증가하는 한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변화라는 말이 증가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변화는 달라지는 것이다. 다름은 하나가 변한 것이며 변하면 더 이상 하나가 아니므로 둘이다.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변화는 무언가를 증가시킨다. 관성과 동력과 차원과 전략과 권력이 계를 닫는다.


    우주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려면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우리는 지구 중력 덕분에 쉽게 방향을 틀지만 닫힌계가 걸리면 무조건 무언가를 파괴해야 한다. 닫힌계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깨지는 것이다. 내부로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에디슨 생각과 막대기 논리가 같다. 1 붙이기 1은 큰 1이다. 1 부수기 1은 작은 2다. 붙이면 커지고 부수면 작아진다. 찰흙 붙이기는 외부변화이고 부수기는 내부변화다. 외부변화는 커지고 내부변화는 작아진다. 작아지는 대신 많아지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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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체는 닫힌계를 걸고 시작한다. 가둬놓고 조진다. 가두면 1이다. 2는 예측할 수 없지만 1은 정해져 있다. 2는 확률적 우연이고 1은 구조적 필연이다. 야당이 잘못해도 여당이 더 잘못하면 야당이 이긴다. 정당 2는 운이 따른다. 그러나 국민 1은 실력대로 간다.


    모든 대칭 2에는 상부구조가 있고 상부구조는 1이다. 양 두 개에 운동 하나 있고, 운동 두 개에 힘이 하나 있고, 힘 두 개에 입자 하나 있고, 입자 두 개에 질이 하나 있다. 위에 관성과 동력과 차원과 전략과 권력이 있다. 게임이 걸려 있다. 몰아주기가 있다.


    1의 변화는 간단하다. 안은 작아지고 밖은 커진다. 무인도에 사람이 하나 있는데 둘로 변했다면? 아기를 낳은 것이다. 엄마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마이너스다. 엄마가 작아졌다. 반대로 밖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커져 있다. 엄마의 몸 안으로 음식이 들어갔다.


    밖에 토끼 한 마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 토끼는 사람이 먹었다. 사람의 몸이 커졌다. 그런데 밖의 변화도 더 큰 단위로 보면 안이다. 무인도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무엇의 밖인가를 보지 말고 더 큰 무엇의 안인가를 봐야 한다.


    한강 둔치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면 피해자 밖에 누가 있는가를 보지 말고 한강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밖에서 찾기 때문에 관심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원인은 등잔 밑인데 사건의 발생지점에서 점차 멀어져서 영영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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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무언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방식의 변화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단지 인간이 기준을 낮은 차원에 정하면 변화가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그 때문에 헷갈리는 것이다.


    안에서 찾으려면 먼저 안팎의 경계를 정해야 하는데 그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사소한 일은 밖에서 찾는게 빠르다. 인간의 눈이 밖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반드시 기준을 세우고 안과 밖을 나누고 안으로 좁히는 소거법을 써야 한다.


    확률은 변수가 둘 이상이다. 변수가 둘이면 밖이다. 확률은 운이 좋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더 큰 단위로 보면 안이고, 안이면 게임이다. 권력과 전략과 차원과 관성과 기세와 흐름의 문제가 된다. 안이면 모든 것을 상부구조에서 정하므로 파악할 수 있다.


    하부구조는 알바의 기분에 따라 바뀌지만 상부구조는 이윤이라는 원칙에 의해 정해져 있다. 알바의 행동은 확률로 파악할 수 있지만 사장의 행동은 이익추구로 정해져 있다. 소거법의 단점도 있다. 일의 시작 부분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윤곽만 알 수 있다.


    벤처를 창업해서 몸값을 높인 다음 팔고 새로 창업하기를 반복하면? 손정의가 쓰는 방법이다. 새로 뜨는 벤처만 투자하면 승률이 높다. 처음 가는 길은 오염되지 않아서 단순하므로 판단하기 쉽다. 첫 번째 코인은 비트코인이다. 두 번째 코인은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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