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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51 vote 0 2023.12.10 (18:15:37)

    영국인이 나폴레옹 찍는다? 일본인이 이순신 영화 만든다? 리들리 스콧이 역사를 다룬다? 평이 좋지 않다. 찌질한 영국식 계몽주의가 엿보인다. 미장센은 화려하고 전투 장면은 괜찮다는데 그것만으로도 본전은 뽑겠지. 근데 우리가 영화를 재미로 보냐? 아니잖아.


    구조론은 다른 것을 본다. 글래디에이터도 흥행은 했지만 아는 사람은 엉터리 고증에 하품을 하는데. 나폴레옹은 영웅이 맞다. 카이사르도. 정치적 프레임 놀음에 갇혀서 인물을 깎아내리는건 좋지 않다. 혁명 중에 자코뱅들이 무수히 나폴레옹 암살을 시도했다. 


    암살당하지 않으려고 근위대를 두면 그게 황제다. 영웅도 찌질할 수 있다. 인간인 이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캐릭터가 필요하다. 양면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는게 정답. 리들리 스콧이 나폴레옹을 찌질이로 묘사한 이유는 1. 영국인의 질투심. 


    2. 영웅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뇌의 한계. 우리가 흑백논리와 프레임 걸기,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찌질이도 영웅이 될 수 있다면 멋지잖아. 히어로물이 다 그렇지. 스파이더맨도 원래 찌질이였는데 거미에 물려서 영웅이 되잖아. 요즘은 배트맨도 찌질함.


    영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찌질이였다는 전개와 찌질이였는데 운명의 격랑에 휘말려 허우적대다 보니 어느새 영웅이 되어 있었다는 거나 뭐가 다른가? 이분법적 사고. 영웅이거나 찌질이거나 둘 중에 하나. 찌질이다. 그러므로 영웅이 아니다. 이건 초딩생각.


    카이사르도 클레오파트라에게 놀아난게 사실, 나폴레옹도 조세핀에게 놀아난게 이상한게 아니다. 남자는 부하들 앞에서 체면에 신경쓰느라 과감한 의사결정 못한다. 마누라가 단호한 결정을 해주기 바라는 거. 왕징웨이도 마누라 천비쥔을 잘못 만나 인생 폭망.


    지식집단인 자코뱅들이 계급논리에 갇혀 있을 때 그 한계를 넘어선 사람은 민족을 발견하며 민족을 발견하면 동시에 세계가 눈에 들어온다. 민족주의는 세계를 발견한 촌놈들이 흥분한 거. 그 민족주의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 현대 문명사회로 넘어갈 수 없는 거.


    영국인들은 계급논리에 갇혀 민족을 발견하지 못하므로 세계를 사유한 적이 없으며 그러므로 영웅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의당이 노무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원래 유럽 왕들은 모두 한 집안이다. 왕들이 다 사촌. 왕과 귀족과 부르주아는 계급이 달라. 


    왕을 죽이면 귀족도 사라지고 권력공백을 메우려고 민족이 대두되고 세계가 눈에 들어온다. 왕실이 민족주의 방지장치. 항우는 천하를 정복했지만 통치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진시황은 통치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붕괴되고 고제 유방이 완성했다. 천하는 시스템.


    카이사르는 시스템을 시도하다가 죽었고 아우구스투스가 완성. 나폴레옹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지만 도량형과 법전을 만들며 세계를 발견. 나는 묻고 싶다. 진시황이 보고, 카이사르가 보고, 나폴레옹이 보고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도하였다가 실패한 것.


    당신은 본 적이 있나? 보지도 못했다고? 동양인은 5천 년간 소실점을 본 적이 없으니. 눈으로 뻔히 보고도 보지 못해. 영화는 나폴레옹이 본 것을 말하고 있나? 글래디에이터도 엄청 짜증나서 몰입 못했는데 나중 뇌를 비우고 팝콘을 먹으면서 다시 봤더니. 


    괜찮은 오락영화였다. 스토리가 초딩 만화라는게 함정. 영웅을 이해하는 진짜는 지구에 없는 듯. 막연한 인물 찬양으로 가면 흥행 폭망. 찌질이로 가면 흥행할지 모르지만. 영웅론은 개인숭배로 접근하면 곤란. 조조와 유비가 영웅론을 논할 때가 그러한 것이다. 


    한나라 몰락, 현실을 읽고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을 제안하는 거. 조조의 민중을 풀잎으로 만든 인형으로 여기는 도교 시스템과 유비의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재상 시스템의 대결. 그런거 모르며 삼국지를 읽나? 영웅은 특별히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지성과 덕성과 미모를 겸비한 사람이 아니라, 카리스마와 개인적 역량과 인내심과 배려심과 모험심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처럼, 일론 머스크처럼 질러야 할 때 지르는 사람이 영웅. 잡스도 일론 머스크도 따지고 보면 단점은 많은 사람이다.


    운명이 부를 때 응답하는 사람이 진짜다. 메인보드만 만들면 뭐 하냐? 가전제품처럼 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쓸 수 있어야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포드자동차도 초기에는 시동걸기가 힘들었다. 10단계 거쳐 겨우 시동이 걸린다. 버튼만 눌러서 되냐?


    포드시스템은 포드 아니라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걸 해내는 사람은 영웅이 맞다. 진정한 영웅은 개인의 탁월함이 아니라 주변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 워즈니악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 잡스의 역할. 개인이 탁월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영웅주의가 아니라 찌질주의로 가는건 개인숭배 피하려다가 바보되는 것. 펠레가 혼자 축구해서 브라질 우승했다? 뭔가 이상하다. 이건 아니지. 리들리 스콧은 영웅주의로 가도 백 퍼센트 망했을 것. 찌질주의로 가는 이유는 그게 그나마 흥행하는 방법이라서.


    진실을 말하자. 영웅에게는 동료가 있는 법이며, 영웅이 죽는 이유는 그 동료가 죽어서다. 혹은 나이가 들어 동료와의 관계가 수평관계에서 수직관계로 바뀌기 때문. 사실 전쟁을 이기는 것은 쉽다. 걍 대포 쏘면 된다. 근데 장군이 대포를 쏴 본 적이 없어서 실패.


    적진을 둘로 쪼개면 된다. 기병과 포병을 유기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기병은 귀족이고 포병은 농부인데 귀족과 농부가 합동작전 하라굽쇼? 미쳤냐? 실패. 이런 윤석열, 이상민, 금태섭, 박지현, 한경오 같은 놈들은 매우 패야. 답을 알면서 계급논리 때문에 회피.


    적보다 아군 숫자가 많으면 된다. 프랑스는 혁명으로 농부를 징집. 원래 농노는 전쟁 못한다. 프랑스는 농노가 폐지되어 쪽수가 많은 거. 당시 영국 인구가 900만뿐이고 프랑스 인구 3천만. 독일은 30년 전쟁으로 개털된 상황. 2500만이지만 분열되어 있었던 거.


    쪽수 늘리는 방법은 간단. 행군속도를 두 배로 높여. 적이 전장이 집결하기 전에 먼저 가버려. 행군속도 두 배로 높이면 보급이 못 따라오는데? 현지 조달이지 멍청아. 그러면 욕먹는데? 너 그렇게 입 털다 디진다. 나폴레옹은 적절히 의사결정 해서 문제를 해결.


    영웅의 진실은 무엇인가?
    1, 계급이냐, 민족이냐?
    2. 대포 중심이냐, 기병 중심이냐?
    3. 쪽수냐, 소수정예냐?
    4. 보급부대냐, 현지조달이냐?


    오스트리아군은 민족이 아니라 계급이므로 자동으로 기병중심으로 가야 하고, 소수정예로 가야 하고, 보급부대가 늦게 와서 작전차질이 일어나는 것이고,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계속 망가지는 것이고, 나폴레옹의 신속한 기동에 매번 한 발짝씩 늦어져 버린 것이다.


    보통 인간과 영웅의 차이는
    1. 전쟁은 계급이지 거기서 민족이 왜 나와? 농노가 전쟁하냐 바보야.
    2. 전쟁은 기병이지 무슨 대포냐? 대포는 성벽 깨뜨리는 공병장비지. 바보야.
    3. 쪽수 많아 봤자 오합지졸. 농노가 기병돌격을 당해내냐? 바보냐?
    4. 쪽수가 많은데 어떻게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냐? 말이 돼?
    5. 현지조달 하려다가 적이 청야작전으로 나오면 어쩔 건데?


    이런 참모들의 이의제기를 당신은 어떻게 제압하고 전술을 밀어붙일 것인가? 내부 반대파를 제압하고 상황에 맞게 혁신을 하는게 영웅. 보통은 주변 참모들이 말려서 불가능. 회사 운영해 봐도 그렇다. 기술자들 처음에는 무조건 된다고 한다. 걱정 붙들어 매셔.


    개발 시작하면 온갖 이유 들이대며 안 된다고 한다. 강압적으로 하라고 하면 내가 기술자인데 조또 모르는 사장이 왜 잔소리냐고 맞선다. 이직 준비. 나폴레옹은 참모 설득하는 카리스마가 있었고 임기응변에 능했고 집중력과 에너지가 있었던 것. 그게 중요하다.


    강희제는 전쟁 때 하루에 50개씩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는데 하루 4시간도 자지 못했다. 윤석열은 하루에 두 개도 결정 못한다. 박근혜? 얘는 출근도 안 한다. 그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거. 늙어서 참모들과 한솥밥 먹는 관계가 아니라 상하관계가 되면 망하는거.


    보고가 직통으로 안 오고 한 다리 건너오면 바로 멸망행 티켓 끊은 거. 대개 스트레스 문제로 문고리가 한 차례 거르고 보고 안 해. 부산 엑스포 안된다는 보고를 어떻게 하냐? 결국 전투가 거듭되며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순간적으로 51 대 49를 만든걸 알아챈거.


    보통은 적의 압도적인 능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다고 생각하지만 하나씩 복기해보면 나폴레옹은 매번 49 대 51의 불리한 포지션으로 시작해서 현장 안에서 부족한 2퍼센트 만들어내고 있던 것. 말하자면 허허실실. 자기편을 일부러 불리한 지역에 가두고 시작.


    적이 미끼를 물면 배후의 약점을 치는 것. 조조가 오소를 불태워 원소의 식량을 없앤게 대표적. 나폴레옹은 이겨놓고 싸우는게 아니라 져놓고 이기는 방법을 사용. 전투가 거듭되면 이겨놓고 싸우는 쪽이 이긴다. 조조 방식을 쓰는 적을 상대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


    왜 유비는 적벽과 한중에서 연거푸 조조를 이겼을까? 똑같은 거. 보급의 곤란을 이용한 것. 후퇴하면서 적의 공세종말점을 유도한 거.


    져놓고 이기는 방법
    - 항우의 파부침주, 솥단지를 깨고 배를 불태우고 승리.
    - 한신의 배수진, 일부러 불리한 지형으로 들어가서 적을 방심하게 하는 방법
    - 알렉산더와 한니발의 병법도 비슷, 일부러 적의 유인에 말려듦.


    이겨놓고 싸우는 방법
    - 러시아의 청야전술, 후퇴하면서 적의 공세종말점까지 유인.
    - 고구려와 강감찬의 청야전술 및 공세종말점 유도
    - 몽골의 만구다이, 후퇴하면서 공세종말점 유도
    - 한신의 십면매복, 압도적 군세로 항우 사생결단 유도, 후퇴하면서 포위
    - 로마군의 게르만 상대, 보급이 안 되는 게르만족 상대로 장기전 유도


    결론.. 항우나 한신이나 나폴레옹이나 한니발이나 알렉산더는 모두 소수의 군대로 다수를 이기는 거. 이 경우 보급문제가 있으므로 적이 공세종말점까지 후퇴하며 장기전 유도하면 백퍼 전멸함. 한니발도 그래서 진 것. 다수로 이기려면 이겨놓고 싸우는 방법뿐, 


    쿠투조프의 병법. 후퇴하면서 험지로 유인하고 배후를 쳐서 보급을 끊어야 하는데 나폴레옹은 프랑스 땅이 좁아서 그래 본적 없음. 일본군의 함대결전 사상과 유사한데 불리하면 심리적 압박에 한 번의 대회전으로 끝을 봐야 한다는 초조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그 경우 적군에 지장이 있으면 백 퍼센트 패배. 해하전투에서 항우가 진 이유는? 유방군이 모이기 전에 각개격파 했어야. 나폴레옹은 황제체면에 방어전으로 지구전을 할 수는 없어. 나폴레옹은 한 번만 져도 파멸, 반대로 영국 독일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아.


    결론.. 리들리 스콧에게 이런 전쟁의 다이나믹함을 기대할 수는 없음. 소인배는 마음이 작아서 진정한 거인을 그릴 수 없음. 나폴레옹의 찌질한 면모? 누구나 뒤를 캐면 그런거 나와. 아인슈타인도 뉴턴도 찌질한 거 많았어. 다 알면서. 왜 그러셔? 윤석열도 캐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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