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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801 vote 0 2005.11.22 (21:39:44)

서울시장 보다는 차라리 대통령이 낫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우선은 본인의 스타일을 들 수 있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강금실 전 장관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시장이 되어 속박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할 것인가이다.

두 번째로는 정치경력을 들 수 있다. 강금실은 선출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밑에 자기 세력이 없거나 빈약하다. 내세울만한 자기사람이 없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반드시 팀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과거 조순도 그렇고, 고건도 그렇지만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으로 많은 자기사람을 두고 있어서 조직을 장악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강금실은 아니다. 정치는 팀이 하는 것인데 강금실의 팀이 없거나 약한 것이다.

김민석이 깨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바보됨은 그 당시에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았다. 유권자가 김민석을 불신한 이유는 김민석 개인이 아니라 그의 팀을 살펴보려 했기 때문이다. 즉 이명박의 사람들에 비해 김민석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별볼일 없었던 것이다.

시장을 뽑는다는 것은 국회의원을 뽑는 것과는 다르다. 국회의원은 보좌관 다섯 정도를 먹여살리지만 서울시장이면 수 많은 공직자들의 밥그릇이 관련되어 있다. 서울시의 관료들이 김민석 한 사람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지만 나이도 어린 김민석의 사람들을 모두 감당하지는 못한다. 반드시 마찰이 일어나고 만다. 결론적으로 김민석은 김민석의 사람들이 약하기 때문에 텃세도 강한 서울시의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강금실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자기사람으로 누구를 데려갈까? 데려갈 사람이 없다. 혼자서는 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설사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해도 시정을 멋지게 해치우지 못할 우려가 있다.

강금실은 성공한 서울시장이 되기 어렵다. 혹은 된다 해도 많은 난관들을 돌파해야 한다. 또 사전에 그런 약점이 노출되어 시장선거에서 패배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강금실의 서울시장행은 현명한 결정이 되지 못한다.

진대제라면 나쁘지 않다. 진대제는 충분한 ‘진대제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원래 ‘연부역강’한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사정은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나 줄리아니 뉴욕시장이라도 비슷하다. 연부역강한 딱 시장타입이 있는 것이다. 강금실은 시장타입이 아니다.

필자가 강금실이라면? 서울시장 보다는 차라리 대통령 쪽으로 진로를 정할 것이다. 강금실로 서울시장이 어려운데 대통령은 가능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시장은 스트레스 받는 자리지만 대통령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자리일 수 있다. 정치적 제휴의 방법으로 문제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불도저 최병렬이나, 덤프트럭 이명박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장의 실무를 아는 사람이 나서서 밀어붙어야 하지만,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듯이 내각에 실무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우회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도리어 오히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법이다. 법무부 장관시절 송광수 검찰총장과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 따위가 없는 것이다. 누가 감히 대통령과 맞서서 밀고당기기를 하려 들겠는가?

국회의원이나 장관 혹은 서울시장 보다 대통령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자리일 수 있다. 대통령은 인간중심이 아닌 과제 중심으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다르다. 국회의원이 인간중심이 아니라 과제중심으로 대응하면 딱 유시민 된다. 만인을 불편하게 하고 싸가지 없다는 평을 듣게 된다.

인간중심으로 일을 할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통령은 인간중심이 아닌 과제중심으로 일을 해도 된다. 모셔야 할 윗분이 없기 때문이다. 힘겨루기를 할 라이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제 중심으로 가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비난을 받게 된다.(DJ가 인간중심의 일처리도 곧잘 했던데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나치게 과제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문제다.)

여성은 원래 인간중심으로 일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남성은 과제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강금실이 송광수와 폭탄주를 나누고 기자들 앞에서 팔짱을 낀것이 인간중심의 일처리가 된다.

인간중심의 일처리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강금실이 이르게 장관을 그만둔 것도 아마 그때문인듯) 대통령 강금실이라면 과제중심으로 일을 해도 유시민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듣고 있는 비난은 듣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여성 특유의 모성적 태도가 이 부분에서는 완충작용을 하는 것이다.(남성이라면 1시간은 통화를 해야 풀 수 있는 오해를 강금실이라면 눈인사 한번으로도 풀 수 있다.)

그런데 인간중심으로 일을 하면서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뻔대들도 있다. 이들은 타고난 정치인이다. 정치자영업자라 불리는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면 나라가 망한다. 인간중심의 일처리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대통령은 되도록 과제중심으로 일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강금실이 송광수와 폭탄주를 나누기는 했지만, 또 여성이어서 인간적인 배려심이 남다르겠지만 스트레스 받기 싫어하는 점을 볼때 원래 일하는 스타일은 과제중심으로 본다.)  

강금실의 정치에 무관심해 보이는 지금의 행보는 대선행보로도 나쁘지 않다. 반드시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당이 위기에 몰리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양이면 지금의 무심행보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강금실 입장이라면 서울시장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무심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다가 차기 대선 직전에 우리당이 결정적인 위기에 몰려 ‘국민이 그를 원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구원투수로 나서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계속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대선을 겨냥한다면 강금실이 지금쯤 보선이라도 나서줘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조급하게 정치판에 발을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출직을 해보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는 우리당이 잘 나갈 경우이고 대선을 앞두고 우리당이 결정적인 핀치에 몰리는 상황이 되면 그런 약점은 자동으로 해소된다. 즉 선출직을 하지 않은 약점 때문에 강금실대세론을 절대 불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강금실 다크호스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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