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66 vote 0 2023.01.30 (19:34:56)


    황당한게 자연발생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생'이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발생이 뭐지? 미생물에 의해 생물이 번식한다면 쉽다. 발생이 뭐냐고? 그건 미생물에게 물어봐. 문제를 떠넘기면 된다. 그런데 자연발생설로 가면 발생론이라는 새로운 과학과 철학이 태동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발생의 메커니즘이 뭐야? 이거 대박이다. 창조설 찜쪄먹고 진화론 압도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발생학이 등장해 주시는 거다. 그런데 왜 아무도 자연발생설을 뒷받침하는 발생론을 논하지 않는가?


    언어가 과학에 앞선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얼버무리기 없다. 인간들이 말을 애매하게 한다. AI 하는 사람들이 창발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런데 창발이 뭐지? 뜻을 알고 쓰는 사람은 없다. 비겁한 짓이다. 이런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말을 똑바로 하라는 공자의 정명사상에서 배워야 한다.


    어떤 사람이 혼자 길을 간다면 지구와 대칭이다. 두 사람이 함께 간다면 옆사람과 대칭이다. 대칭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대칭이 자리를 바꿨다. 창발은 자리바꿈이다. 무에서 유가 출현한 것이 아니라 숨어 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자리바꿈이고 방향전환이다.


    변화는 계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계 내부에 밸런스가 있다. 그것은 갑자기 개입한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창발이라는 말을 한다. 창발은 계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변화는 밸런스의 재조립이다. 창발은 기존에 없던 다른 형태의 밸런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복제된 것이다. 닫힌계 안에서 밸런스의 격발에 의해 존재는 기능을 획득한다.


    격발 이전에 전달이 있다. 발생론을 쓰려면 먼저 전달론을 써야 한다. 전달은 대칭을 따라간다. 첫 번째 도미노의 쓰러짐이 발생이라면 두 번째 도미노의 쓰러짐은 발생한 기능의 전달이다. 도미노가 둘이면 전달과 발생이 구분된다. 창발은 전달과 발생의 구분이다. 불을 켜는 것이 발생이면 불이 옮겨붙는 것은 전달이다. 인류의 대부분의 착오가 발생과 전달을 헷갈린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33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754
6832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277
6831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412
6830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325
6829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258
6828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616
6827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171
6826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828
6825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697
6824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866
6823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321
6822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228
6821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2090
6820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908
6819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352
6818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1013
6817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9047
6816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982
6815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121
6814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