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76 vote 0 2021.03.13 (21:04:05)

    오늘 유튜브 동영상에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mc7jbUPiE
 


    구조론에서 여러 번 언급된 파인만의 동영상이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줘야 한다. 필자의 글 '관측을 관측하라' 편은 관측에 대해 19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설명한게 아니다. 어떤 사건을 말하려면 그 이전단계가 있다.


    이전단계가 전제가 된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진술하기 전에 전제를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전제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의 전제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전제로 19단계쯤 가주면 설명을 조금 해준 것이다. 파인만의 동영상이 그걸 말하고 있다.


    자석에 쇠가 붙는 이유는 철의 경우 다른 물질과 달리 원자들이 한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인데 보통은 이 정도 설명도 감지덕지다. 파인만이 핵심을 말했다. 그런데 말이다. 철 원자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왜 달라붙지? 이걸 이야기하려면 전자기력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다. 보통 사람은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미끄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음이 왜 미끄럽죠? 그야 미끄러우니까 미끄럽지. 음 그렇구나. 이제 알겠어. 알긴 뭘 알아. 그건 아는게 아니다.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얼음이 압력을 받아 순간적으로 물이 되는데 그 과정에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해야 한다. 그러데 왜 미끄러져? 그건 동영상을 보면 알 테고 중요한건 적어도 파인만은 피상적으로 대충 알고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나무가 왜 불에 타지? 불에 타니까 타는 거야.


    천만에. 나무는 불에 타지 않는다. 나무를 가열하면 목탄가스가 빠져나오는데 그 목탄가스가 타는 것이다. 나무가 불에 타는게 아니라니깐. 우리가 당연한 상식을 의심해야 한다. 어느 분야든 깊이 들어가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뻘로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다르다. 


    필자가 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초등 4학년 때 자석에 쇠붙이를 붙이는 실험을 했다. 선생님이 결과를 발표하라고 한다. 학생들은 당연히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한 명씩 지목하여 대답을 시키는데 선생님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던지 기어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자석과 쇠붙이 사이에 어떤 힘의 방향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말하는데 선생님이 중간에 말을 끊었다. 뭐라카노? 하고 역정을 내더니 다음 학생으로 넘어갔다. 결국 선생님이 스스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자석이 쇠를 당긴다는 거야. 끝. 


    뭔 개소리야? 교실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겨우 한다는 소리가 뭐 당긴다고? 당긴다는게 뭔데? 적어도 자기장의 존재 정도는 언급되어야 뭔가 설명한 거지. 자석에 쇠를 붙이는 실험의 결과는 자석에 쇠가 붙는 거야. 끝.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화가 났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건 아니지. 나는 왜 화가 났을까? 나는 메커니즘을 봤는데 선생님은 동사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당긴다는 동사다. 그건 눈으로 본 거다. 당기는구나. 그건 결과지 원인이 아니잖아. 어떻게 당기는데? 도대체 당긴다는게 뭔데? 언어는 동사로 시작된다. 동사의 전제는 명사다.


    명사와 동사가 문장을 만든다. 술어의 전제는 주어고 진술의 전제는 전제다. 언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적어도 19단계 정도 가줘야 뭔가 설명한 것이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으로 계속 추궁해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본 것은 동사다. 동사의 전제는 명사다. 명사와 동사가 어떤 결과를 만든다. 그 결과의 원인을 묻는 것이다. 명사와 동사는 구조로 연결된다. 진술과 전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을 연결시키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까지 가줘야 적어도 말이 된다.


    그냥 동사만 뱉으면 그건 문장이 아니다. 당긴다구. 뭘 당겨? 왜 당겨? 누가 당겨? 시스템 안에 메커니즘 안에 구조 안에 명사와 동사가 자리를 잡고 문장을 일으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죄다 파악하지 않으면 아직 알고 있는게 아니다. 



[레벨:30]솔숲길

2021.03.14 (08:02:40)

술어의 전제는 주어고 진술이 전제는 전제다. => 진술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3.14 (09:38:47)

감솨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230 이기는게 인간의 목적이다 김동렬 2021-03-24 2903
5229 대중의 선택적인 분노 image 김동렬 2021-03-24 2897
5228 금태섭 두둔한 가짜 진보 쪽팔려 죽어야 image 김동렬 2021-03-24 3196
5227 범죄자의 심리 김동렬 2021-03-23 2987
5226 대구인만 누리는 광주학살의 즐거움 1 김동렬 2021-03-22 3457
5225 유럽의 실패 한국의 성공 1 김동렬 2021-03-22 3014
5224 과학의 힘 김동렬 2021-03-21 2699
5223 자연의 시스템 김동렬 2021-03-20 3088
5222 자연의 전략 김동렬 2021-03-19 3550
5221 우주의 방향은 셋이다 김동렬 2021-03-18 2550
5220 윤석열 딜레마 김동렬 2021-03-18 3086
5219 인간의 권력의지 김동렬 2021-03-17 2376
5218 유전자를 남기기 위하여는 거짓이다 김동렬 2021-03-17 2730
5217 동기부여에 속지말라. 2 김동렬 2021-03-16 2769
5216 인간은 왜 껄떡대는가? 김동렬 2021-03-16 3438
5215 남자의 이유 여자의 목적 김동렬 2021-03-15 3456
5214 세계 10강 한국 1 김동렬 2021-03-15 3392
5213 성선설과 성악설 김동렬 2021-03-15 2820
5212 밤에도 혼자 걷고 싶다는 영국 여성 김동렬 2021-03-14 3270
» 파인만의 설명법 2 김동렬 2021-03-13 2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