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3 vote 0 2024.02.19 (10:57:42)

    세상은 구조다. 구조는 만남이다. 만남은 내부를 만든다. 구조는 내부에 있는데 인간은 외부를 본다. 깨달음은 내부를 보는 눈이다. 에너지는 내부를 가리키는데 원자론은 내부를 부정한다. 외부를 보는 사고에서 내부를 보는 사고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은 만남이고 야만은 배척이다. 진보는 만나려고 하고 보수는 배척하려고 한다. 인간은 만나고 짐승은 배척한다. 근대는 만남이고 봉건은 배척이다. 문명과 야만, 진보와 보수, 근대와 봉건, 인간과 짐승은 서로 공존할 수 없고, 대화할 수 없고, 떨어질 수도 없다.


    알맹이는 껍질을 부정하므로 알맹이가 되고, 껍질은 알맹이를 붙잡고 놓치지 않으므로 껍질이 된다. 진보는 보수 덕에 살지만 보수를 부정해야 살고, 보수는 진보를 빼먹지만 진보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 진보만 있으면 서서히 말라죽고, 보수만 있으면 쭉정이다.


    ###


    권력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협력하여 권력을 생성하는 것이고 하나는 배반하여 이득을 빼먹는 것이다. 협력하면 권력이 발생하지만 그 권력은 당장 내 것이 아니다. 배반하면 권력이 내 것이 되지만 권력 자체가 깨진다.


    부부가 협력하면 부모의 권력이 생기지만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다. 배반하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이혼당한다. 이것이 존재의 본질적인 딜레마다. 먼저 협력하여 권력을 만들고 이득과 바꿀 때는 적절히 조절하여 선을 지켜야 한다.


    진보는 권력을 만드는 기술이고 보수는 그 권력을 빼먹는 기술이다. 진보는 권력을 만들지만 보수에게 뺏긴다. 보수는 권력을 빼앗지만 권력 자체가 소멸한다. 역사 이래 끝없이 되풀이된, 앞으로도 반복될 권력과 이념의 방정식이다.  


    ###


    두 사람이 만나 협력하면 내부가 만들어진다. 내부가 권력이다. 인간은 권력이 작동하는 집단의 중심부로 들어가려고 한다.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을 장악하려고 다투다가 집단이 깨진다.


    문명, 진보, 근대는 협력하여 권력을 만들고 야만, 보수, 봉건은 배반하여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한다. 협력과 배반, 생산자와 소비자의 모순과 균형과 방향성은 존재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진보와 보수가 섞일 수 없는 것은 모순이다. 둘 중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면 안 되는 것이 균형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진보가 앞서고 보수가 따라가야 하는 것이 방향성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43 탤런트 이유진의 고백 김동렬 2003-05-30 19540
6742 광대역 웹캠 최신버전 김동렬 2003-06-10 19532
6741 "우유 많이 마시면 살 빠져요" 김동렬 2002-09-30 19526
6740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6 김동렬 2014-07-21 19494
6739 박정희의 슬로건 - 중단없는 전진 김동렬 2002-12-15 19469
6738 '신은 없다' 호킹 발언 김동렬 2010-09-12 19419
6737 동영상 강의 김동렬 2010-01-25 19370
6736 까뮈의 이방인 김동렬 2006-07-14 19366
6735 구조론 개념도 image 김동렬 2008-08-25 19339
6734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인가?(펌) (노혜경) 2003-06-12 19303
6733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라" 김동렬 2003-01-10 19266
6732 구조는 자이로스코프다. image 11 김동렬 2012-01-11 19265
6731 군대가서 좋은 점 image 김동렬 2003-07-14 19261
6730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라 2005-09-17 19246
6729 물레방아와 축구경기 image 김동렬 2011-06-18 19232
6728 죄송한데여... 노원구민 2002-12-15 19130
6727 그림풀이 image 김동렬 2010-03-05 19121
6726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학문의 역사 김동렬 2006-02-11 19110
6725 여러분 고생많았습니다. 김동렬 2002-12-19 19080
6724 박노자의 글을 읽는 법 김동렬 2003-01-10 19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