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왜 여행을 하는가. 잘 하는 여행이라는 게 있는가.

여행,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설레임이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할 만한 것이다.
좋은 스펙 중에 세계를 둘러 본 경험, 여행도 꼽힌다. 여행을 잘 하였다는 걸 어찌 알까?

딴지일보총수 김어준 이야기다. 자신의 여행 이력을 소개하며 한 말 중에 사람도 많이 만나 봤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내용이 인상에 남아 기억하는 것이라 김총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 별거 없더라는 걸" 느꼈다는 것이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이런 넘 눈여겨 본다. 뭐 대 놓고 이렇게 말 할 응시생은 별루 없겠지만 말이다. 근데 이 느낌이 스펙 잘 쌓은 사람이 풍기는 기상이다.

서울대를 제대로 나온 넘은 이런 느낌을 풍겨야 진짜다. '서울대 별거 아니다', 외국어 제대로 한 넘이라면 '외국어 별거 아니다. 우리말만 하면 누구라도 하면 된다.' 뭐 이래줘야 기본은 한 거다. 학력을 쌓든 경력을 쌓든 입상을 하든 입바른 소리가 아니고 실재 그런 느낌을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가 제대론 거다. 이건 좋은 경우고

스펙을 무슨 완장처럼 생각하는 넘들이 최악이다. 영어 좀 한다는 게 뭐, 서울대 나온게 뭐, 고시 패스가 뭐, 돈 좀있는게 뭐, 얼굴 좀 이쁜게 뭐란 말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입장권같은 거다. 그 입장권이라는 것도 남의 잔치에 침흘리는 무리 틈에 그대가 있는 탓에 준비해야 하는 입장권이란 것이다. 그러니 난 그런 입장권도 없어 하는 없어타령으로 괴롭거나 우울하거나 급좌절하겠다는 느낌조차 허락하지 마시길 바란다.

스펙 좋으니 연봉도 잘 받아야 하고, 권한도 있어야 하고, 자리도 보장되야 하고, 과거는 묻지 않아 줘야 하고..... 뭐 이런 넘들은 제발 쥐들에게 몰려가 줘야 한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은 영국 파리 자유의 여신상 따위에 감탄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기도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업치락 거리고 살고 있구나. 뭐 이 따위들을 보고 느끼는 것은 짐승도 하는 것이다.
바로 거기 지구 반대편에서 내가 떠나온 자리를, 나를 조망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이유다. 거기서 보는 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어찌 보이는 지의 감을 가지고 돌아와야 먼 여행에 시간과 돈 들인 값을 하는 것이다.

영국 파리 별거 없더라. 그래도 영국 파리 보고 와서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뒤산 매바위 위에 올라 담배갑만 해진 집 주변을 보며 느낄 수 있어도 모자랄 것이 없다. 끝장을 보고 돌아와 내 자리에서 굳세게 서서 나를 덮쳐오는 파리들을 풀라스틱 파리채로 다가 과감히 쎄려 줄 수 있다면 훌륭하다.

말을 붙여 보자면, 4차원 스펙. 나라는 개인에 세력이라는 차원이 겹쳐줘야 한다. 목숨처럼 사모하던 스승을 새벽 닭울기 전에 세번이나 모른다 모른다 저 추악한 넘은 모른다하고 도망치고 나서야 문득 알게 될 수도 있고, 친구랑 유학가다 잠결에 목말라 마신 물한바지로 문득 알게 될 수도 있고,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문득 알게 될 수 있고, 세속의 변호사로 잘 나가던 사내가 어쩌다 맡은 시국사건에서 고문당한 초췌한 몰골로 변호사인 자신을 정보기관의 끄나풀로 의심하는 피고인 청년들을 대면하며 알게 될 수도 있다.

무려 70억에 가까운 인류가 좁아진 지구위에서 가쁜 숨을 헐덕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500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스펙질은 허무하고 위험하다. 망해야 하는 세력의 공범자가 되거나 방관자로 살며 방관수당이나 챙기거나, 독극물로 자식들을 키우고 장물을 창고에 쌓으며 그대의 인생을 허송하게 된다.

깨어있는 시민이 진짜 스펙이다. 깨시라. 4차원 스펙의 세계로 오라. 그대에게 더 나은 스펙을 요구하거든 돌아서 "빠이" 하여 주라.
니들만의 잔치에 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라.

진짜 잔치가 열렸다.

구조세력이 잔치를 시작했다. 4차원 스펙, 이거 내 이야기인 분들은 어이 오시라.


[레벨:6]바라

2010.08.29 (00:53:25)

기대되오. 무척. 흐뭇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8.29 (10:29:54)

기대하오. 세력스펙으로 작업하는 진짜 일을 펼쳐 보오.

[레벨:15]오세

2010.08.29 (15:35:03)

세력이 스펙이란 말씀. 멋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8.29 (21:20:05)

세력이스펙! 자게와 구조론 게시판의 두 글을 다섯자로 요약하자면, 딱 그렇소. 세력이스펙, 세력없는 스펙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오. 호랑이나 사람이나 공통으로 남기는 것이 있으니 세력이오. 사람 껍데기를 하고서 짐승 수준에 세력에 속하고, 짐승같은 세력을 남기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넘은 짐승만도 못하오. 그런 세력에 못 들어가 안달나 삿된 스펙질에 허송하는 넘들이 천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야튼! 멋진세력이 곧 멋진스펙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0.08.29 (21:28:18)

그러니까 한마디로 구조론의 스펙은 스펙트럼이다!^^ 이는 오로지 안단테식으로 이해'헤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8.29 (21:45:40)

^^  안단테님의 "구조론의 스펙은 스펙트럼이다"라는 이해에 근거를 설명해 줄 사진과 음악을 기대하겠습니다. 자연과 음식 그리고 음악으로 설명되는 구조론의 스펙 생각만 해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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