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체육을 하다보면 애들이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해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지요.

그나마 운동기능이 잘되는 학생들끼리 싸우는 거야 치고 받고 싸우지만 않으면

넘어 갈 수 있지만, 기능이 숙달되지 않은 친구들을 비난하니 위축감이 들고, 위축되니까 더 못하고...

팀웍이 깨지고... 경기 자체를 즐기고, 이기면 좀더 즐겁고 지면 약간 아쉬울 뿐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이미 승부라는 경쟁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민중에 생각한 것이 점수를 계산하지 않고 경기하기 입니다.

예를 들어 티볼(타격연습하는 티에 공을 올려놓고 투수없이 하는 간이 야구경기)을 할 경우, 보통 체육시간에는 기능연습(던지고, 받고, 치고, 달리고)하고 나서 몇 개 정도 연습을 하고 바로 점수제 경기를 하지만, 저도 기능연습 후 바로 경기를 합니다만,  경기를 하되 스코어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스코어를 계산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부담이 적어 집니다. 실수를 해도 친구들이 그다지 비난하지 않습니다. 동료의 실수가 자기팀의 패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좀 웃겼던 것은 그럼에도 끝까지 점수를 계산해서 '5:4로 우리가 이겼다'고 좋아하는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님은 분명 경기규칙에서 점수를 계산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이 경기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인데 점수를 따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얘기해줍니다.  

티볼 세트가 6학년에 1세트있고, 5학년에도 1세트 있기 때문에 아예 두 세트를 갖고 나옵니다.

그리고 나서 공격팀에서 타격자, 대기타자, 볼보이1명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은 좀 떨어진 곳에서 타격연습이나 캐치볼 연습을 합니다. 비교적 남학생이 잘하기 때문에 남학생이 기능이 부족한 여학생의 훈련을 돕습니다. 물론,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타자가 티에 공을 올려놓고 배팅할 때는 주위 반경 10m이상 떨어져 있게 합니다.

 

여기서 착안해서 반 아이들과 축구를 할 때도 때로는 점수를 계산하지 않고 축구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1학기때는 반대항 축구대회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반별로 잘 못하는 후보군 4-5명은 즐길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기말고사를 마치고 다시 반대항 축구대회를 하되, 상대팀의 선수는 상대팀에서 12명을 고를 수 있게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1반 학생들이 자기팀과 경기할 2반의 출전 선수 엔트리를 결정하고, 1반 선수들의 엔트리는 2반 학생들이 정합니다. 그러면 경기를 주로 독점하는 3-4명의  잘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레 배제됩니다.  팀웍과 팀의 전략을 지원하는 참모, 코치, 감독의 역할을 하게 하려고 합니다. 우리 반에서 팀을 두개로 나눌 때 제가 나누주기도 하고, 잘하는 애들이나 특정 아이 두명을 나누고 뽑기로 하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나누면 불만이 쌓이고, 양팀에서 뽑기로 뽑으면 못하는 학생들은 주로 제일 나중까지 남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실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거나(물론 이 방법도 서열의 의미가 남음), 눈감고 손들어서 두 팀으로 나누기-인원수가 달라지면 인원수를 맞추고 한팀이 너무 쳐지면 서로 밸런스를 맞추도록 대화와 타협을 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교사가 중재하기, 아니면 알아서 두 팀으로 갈라서게 한다음  인원수를 맞추고도 밸런스가 안맞으면 마찬가지로 선수바꾸기 같은 타협의 과정을 거치게 합니다. 

 

 

아이들과 지난 3월 부터 축구를 우리반 아이들과 아침시간, 점심시간(축구하고 나서 들어와서 밥먹기), 체육시간 중 여유시간, 방과후 시간, 방학중 시간을 이용해서 한 70여 차례 정도는 한 듯 싶고, 6학년 아이들과 반구분 없이 두 팀으로 나누어 한 40차례 이상은 한 듯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애들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고, 소통방식 개선, 축구 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 스포츠맨십 기르기 등등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 끼리 하는 경우 한 2주간 한 팀을 유지해서 팀웍과 전략을 맞추고, 2주후 다시 새로운 팀을 이루어 팀웍을 이루고 전략을 짜는 연습을 하니까 지금은 어떤 친구들과 팀이 되도 서로 협력해서 경기를 잘하는 편입니다.

 

선생님들도 축구나 발야구 같은 점수제 경기를 하실 때, 한 번 아니 여러 번 점수 없이 경기를 한 번 해보세요. 처음에 자연스럽게 이유없이 점수 없이 연습경기를 하신다고 해도 좋고, 아이들에게 점수 없이 경기하는 취지를 말씀해 주셔도 좋겠네요. 점수없는 경기에 대해 함께 토론하면 아이들도 그 취지에 대해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과잉 경쟁을 조금만 줄이면 자기 발전과 협력, 소통방식의 개선은 자연스레 따라 오는 열매가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1.12.08 (01:56:38)

^^

셈하자면,

싸움 - 죽음  = 겨룸

겨룸 - 가름  = 놀이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1.12.08 (09:51:03)

비교하지 않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1.12.08 (10:41:42)

노름판에 판돈이 없다면?

비유가 좀 거시기 한가.

 

페어플레이를 하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기고도 진 것 같고, 지고도 이긴 것 같은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멋진 게임은 승패와 무관하게 만족스럽지요.

 

아군에게는 친화로 팀웤을,

상대에게는 양보로 신뢰를,

심판과 관중에게는 성실함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

그런 멋진 게임을 연출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테니스 게임에서의 나의 전략!

스코어가 5:5가 되면 파트너의 양해를 얻고, 상대편의 동의를 구해서 공동우승으로.

 

빡빡한 게임에서,

지고 기분 나쁘잖은 사람 별로 없지요.

 

먼저 다섯게임을 딸 수만 있다면,

패자 없이 공동우승하기 쉽습니다.

 

탑에서 바텀을 바라보면서 마이너스를 행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1.12.08 (10:49:42)

이렇게만 된다면 상처없는 경쟁이 되지요.  삶에 활력이 될겁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관을 형성되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1.12.08 (18:12:52)

결국 그렇습니다.

원인측에서 답을 찾아야지요.

 

왜 게임을 하는지?

왜 공부를 하는지?

 

이기기 위해서, 따기 위해서, 합격하기 위해서, ....

 

애들을 나무라고, 애들 붙들고 답을 찾으려 하면 난감이지요.

주변환경이 너무나 너무나 열악하니까요.

 

바꿔야 합니다.

최소한 조~기 저애들 완전 증발에 떡돌리는 일이 우선이지 싶네요.

[레벨:4]일반이론

2011.12.08 (11:39:00)

먼저, 제 글에 기분나빠 하지 마세요.  즐겼으면 좋겠네요.

 

게임방법을 설명하는 글이 기네요. 왜 그럴까요?  속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기분 잡치죠! (죄송)

저 길게 설명되는 과정속에 결국 님이 불편하게 생각했던 그 욕망들을 숨긴 겁니다. 저 길고 긴, 미로같은 게임방법 중에 님이 재미를 느낀 부분은 결국 님이 숨겨논 그 욕망들입니다.

 

자동차 악셀러레이터(과속) 때문에 사고났다고, 브레이크만 있는 차를 탈 수는 없습니다. 균형을 찾아야죠. 그리고, 그 불균형 자체가 동력이며, 전부입니다. 그 자체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1.12.08 (13:14:12)

사람이 기분이 나쁜 이유는 상대방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이러쿵 저러쿵 재단해서' 입니다. 본질만 말하면 됩니다.  

[레벨:4]일반이론

2011.12.08 (13:52:41)

그러면, 안심하고, 더 적나라하게 본질만 말하겠습니다.

 

님의 그 죄의식 마케팅으로 아이들이 병들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스스로의 욕망을 발견하고, 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나에게 지금 어떤 욕망이 있는데, 그것을 해보기도 전에, 님의 "재단"으로, 그 욕망은 아주 나쁘고, 비도덕적인 것으로 낙인됩니다.

 

설사, 그 욕망이 가져다 주는 폐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그 아이들이 온전히 본인것으로 가져야하는 몫입니다. 아픔, 좌절, 실패, 상처, 이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님이 미리 빼앗은 겁니다.

 

초딩들 축구하는 거 가지고, 저렇게 복잡하게 따지고, 이데올로기를 들이미는데, 애들의 평소 생활에, 얼마나 님의 그 "이데올로기"로 아이들을 "재단"을 했겠어요. 

 

아이들, 풀어주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1.12.08 (17:00:22)

에휴...보다 기어이 댓글다네....


욕망은 다 같은 욕망이 아니라고 보오.
욕망도 레벨이 있고, 수준이 있다고 보이오.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보오.

욕망하는 수준을 높여, 상부구조에서 미리 개입하여, 게임의 룰을 정했소.
하여 아이들은 그것을 체험으로 기억으로 몸으로 저장해 놓게 되었소.

욕망의 본능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 알게 되어 있소.
하지만 욕망하는 것에 대하여 수준을 높이는 것은 훈련이 되어야 하오.
아이들은 그것을 기억할 것이오.
즉 욕망하는 것에 대하여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라는 것이오.

스스로 정신을 확장하고 소통이 뭔지를 알게 된다라는 것이오.

하여 아이들을 내버려 두라는 말은 좀 아닌것 같네요.
상부구조에 개입한 것이지, 아이들의 욕망을 누른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아이들 역시 상우선생님 의도를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그것이 자신들 모두를 공평하게 하기 위함인것도 알것이라고 보오.

선생은 높은 수준의 것을 욕망하여 아이들에게 그것을 이식시키는 존재요.
그것이 없는 선생은 선생의 자격이 없다고 보오.

선생은 아이들의 욕망이 저급하게 자라고 저급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여 스스로 욕망을 조절하고 욕망의 수준을 상승 시킬 수 있도록 돕는 존재요. 여기서 재능이 나오는 것이고 보는 것이라고 보오.

아이의 재능은 그렇게 발견된다고 생각되며, 그렇게 욕망의 수준을 높여간다고 생각되오.

하여 상우선생님의 의도는 존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한것이라고 보이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오.

생각을 말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구조론을 이해했다면 그런식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져서..써 보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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