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우연히 교무실에 들어갔다가 드립커피 마시면서 애들 얘기 들었다.

무기력한데 남참견하는 아이,
그 아이를 귀찮게 하고 놀리는 아이,
1학년 급식 도우미가서 놀고 가서 늦게 올라가는 아이.

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걔네들은 나쁜 애들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 애들이 어떤 발달 과정을 거쳤는지 말씀드렸다.어떤 위협과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려드렸다.

그 아이들을 상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렸다.상담방법의 핵심은 적어도 교사가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행동을 제한하고, 그 행동제한의 방법은

건조하면서도 명백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애과정도 그렇듯이 한 번해 하면 안된다.

나중에 급식도우미 오지 말라고 통보를 하더라도 그 과정은 지극히 인간적이어야 한다.

아이에게 존중과 책임을 가르칠 좋은 기회다. 아이가 급식 도와주고 늦게 올라갈 이유가

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급식을 중단시키더라도 한 1주 정도는 단계를 거친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문제행동에 대한 접근은 이미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사이(교사와 학생사이)에

다 나온다. (경청) - 공감 - 한계제시 - 해결책 탐색 -(실천). 하임 기너트 말이 맞다. 좋은 것을

가르칠 때는 좋게 해야 한다. 중립적인 방법을 가미한다. 그러나 이때 교사의 열의가 앞서

아이와 싸우면 안된다. 그건 교사의 문제행동이다. 교사는 전문가이다. 의연하게 나간다.

과거에 내가 받은대로 아이에게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앞으로 그 아이를 교육하기

더 힘들어지고, 더 많은 적들을 만들 뿐이다. 교사는 아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교사의 생활지도는 알파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기꾼을 능가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교사가 당황하고 무리수를 쓰는 순간 실패는 예견된

수순이고, 실패로 인해 교사는 좌절감에 빠지고 고립된다.

 

교사 스스로 내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문제발견능력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 부분은 토마스 고든의

문제의 창으로 어느 정도 정립될 수 있다. 지나치게 문제를 만들면 독재자가 되고,

너무 문제를 무시하면 교실이 혼란스러워진다.

 

문제만 해결하면 끝인가? 문제에 매달리는 순간 교사도 문제의 페러다임에 갇힌다.

문제만 보이면 안되고, 중립적인 것도 보이고 문제가 아닌 장점도 보여야 한다.

문제가 보인다면 그 문제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펴보라. 산만한 아이는 없다.

관심이 여러가지 일 뿐이다. 아직은 집중할 힘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 아이가

평소에 관심갖는 것에 교사도 관심을 가져주고 그 관심이 다양한 활동과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지하라. 이 부분에 대한 것은 해결중심상담이 이미 다 정립해 놓았다.

말로는 큰 시야를 가지고, 세밀한 테크닉도 발휘하라는 데 그게 금방 되진 않는다.

이것 저것 공부하기 전에 한가지를 죽어라 공부하라. 비폭력대화(NVC)가 되었든,

교사역할훈련(TET)이 되었든, 학급긍정훈육(PDC)이 되었든. 골고루 하려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가지다 교육이라는 산을 오르는 방법들이다.

한가지 루트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산 저산 헤매다가는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한다음 다음 것에 도전해서 자기 것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NVC나 TET나 PDC나 그 본질과 정수를 깨달아 학급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매달리거나 부적절한 적용을 하여

'역시 나랑은 안맞아'라는 푸념을 하는 교사들이 많다. 생각해 보라.

한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십수년을 걸쳐 시행착오를 거쳐 오류 수정을 통해 정립한 것을

 24시간 연수로, 1년 과정으로 마스터하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짧은 기간 흉내만 낼 뿐이다.

교사가 할 일은 흉내를 넘어 그저 포기하지 않고 끈을 놓지 않으면 될 일이다.

혼자서는 포기하기 쉽다. 혼자서는 힘드니까. 왕따가 괜히 성장하기 어려운게 아니다.

고로 비슷한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저경력교사중에

PDC가 하는 사람들이 많다.PDC는 교사 훈련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PDC의 프로는 없고 다들 자기도 배우면서 PDC를 가르치는 입장이니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라. 계속 PDC를 해보라. 한분야에서 선구자로 활약하는 것이 쉽지 않다.

2등은 1등하는 거 보면 되지만, 1등은 말그대로 맨땅에 헤당이다. PDC를 하면서 PDC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무엇은 안되는지, PDC와 연결된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PDC를 변형해서 자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PDC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PDC의

본질을 구현하는 교육을 내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른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PDC 강사하면 된다. 결국엔 PDC를 넘어서기가 최종 지향점이다.

 

글의 시작은 드립커피인데 결론은 PDC강사 되기?
그건 아니고, 갈 때 까지 가보라는 얘기. 다음 카드가 없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함께 갈 때 까지 가보자. 대한민국 교육을 뒤집자. 그렇게 안하려면 그냥 지금 때려치고.

 

#앞으로는 교무실 들어가는 거 자제해야겠다
드립 커피 한 잔 마시려다가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생을논했다.

순간인성부장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었다. 이젠 그만해야지 설계도를 지어야지

내가 계속 집을 짓는 것을 훈수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레벨:11]큰바위

2017.03.08 (17:21:10)

본질을 치는 게 중요하지요. 

선생님들이 수고는 많이 하시는데, 본질을 치지 못하고, 원인을 몰라서 결과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눈에도 그런데 이상우 샘 눈에는 오죽하겠어요. 


방법론은 철학이 선후에 써먹어야 합니다. 

조금 어설픈 기술을 배우고 아이들이 고쳐지기를 기대한다면 그게 더 큰 일을 부르지요. 


지금 많은 분들이 상담공부를 하는데, 상담을 끝까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진짜 상담가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상우 샘 화이팅이고요. 

<아이들과 절대 흥정하지 마라> 라는 책도 제목은 발칙하지만 하임 기너트의 사이 씨리즈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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