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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6996 vote 0 2012.10.21 (17:37:50)


왜 진보여야 하는가?

 

우리가 이상주의적인 어떤 거창한 꿈을 이야기하면 현실적인 스트레스가 반드시 뒤따게 되며 사람들이 여기에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되지만, 보수반동으로 도피하지 말고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면.

 

시대의 부름에 응답해서 목소리를 내고 실천을 해야 할 때 무엇이 이러한 부담들을 극복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것인가? 아래는 대략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글로 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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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계기는 반드시 외부에서 온다. 내부에서 자연발생적으로는 절대로 변화가 추동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처럼 국민전체가 영점교정을 해야하는 일대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국민의 사고, 관점, 시야, 태도, 위신, 계급, 입지가 확 바뀌는 지점이 있다. 서구의 학생혁명처럼 위아래를 뒤집어버리는 일도 가끔은 일어난다.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실제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난다는 거다.

 

주변에서 흔히 관측되는 모습들.. ‘무기력, 나른함, 무의미, 매너리즘, 평범, 소소한 행복, 만족’..이런 따위에 빠져서 헬렐레 하며 일상속으로 도피하려고 할 때 .. 뒤통수를 친다. 외부에서 침노한다.

 

갑자기 일본멸망, 조선해방, 38선 등장, 신탁통치, 한국건국, 한국동란, UN군 참전, 휴전회담, 독재등장, 민주화운동, 쿠데타 등 엄청난 사건들이 한 해 걸러 한번 골로 계속 나타났던 거다.

 

나른한 개인을 움직이게 하고 기어이 일어서게 하는 외부에서의 거대한 충격은 반드시 온다. 아닐 것 같은가? 단 젊은이들이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노인네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한다는 차이는 있다.

 

리더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찐따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다. 자신이 찢어진 북처럼, 깨진 종처럼, 늘어진 기타줄처럼 그러한 변화에 반응하지 못해놓고 그게 창피해서 눈을 감고 짐짓 모른척 의뭉을 떨며 마치 애초부터 변화가 없었던 듯이 나른하게 행동한다면 곤란하다.

 

경천동지할 변화는 일어난다. 단 그대가 반응하느냐다. 그대가 젊은이라면 반응한다. 반응해서 머리색깔도 바꾸고 옷맵시도 바꾼다. 그대가 민감하다면 반응한다. 김어준이 젊었을 때 훌쩍 떠난 것도 반응했기에 움직인 거다.

 

구한말 선각자들이 반응하여 일제히 해외로 나아갔듯이 반응하면 움직인다.

 

독재등장 이후 한일수교, 반대데모, 러시아 인공위성 발사, 쿠바위기, 달 정복, 컬러영화 등장, 흑백TV등장, 부마항쟁, 광주항쟁, 전두환 출현, 아웅산 테러, 올림픽, 6월항쟁, 농촌붕괴, 아파트보급, 문민정부, 중국 러시아와수교, 동구권 해체, 일본대지진, 서태지 등장, IMF, 정권교체, 남북정상회담, 자동차보급, 중국붐, 한류등장, 인터넷 등장, 스마트폰 등장, 일본쓰나미, 원전폭발, 선진국진입, 부동산 폭락 등 개인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상전벽해와 같은 굵직한 사건은 계속 터져왔다. 쉴새없이 변화는 일어났다. 그런데 반응했는가다.

 

스트레스 회피의 소극적 전략은 불가능하다. 필자가 50~60여년간 일어난 대략 30~40여가지 사건을 예로 들었는데 거의 2년에 한 번씩 중대사건이 일어난 거다.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게 이상한 거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10년 간 5가지 이상의 대형사건이 일어난다. 보통사람이 일생동안 지켜봐야 할 남은 50여년 간이라면 30여가지 중대사건이 일어날텐데 무기력, 나른함, 무의미, 매너리즘, 평범, 소소한 행복, 일상적인 만족으로의 도피가 가능할까? 끊어진 기타줄이 아닌데도? 민감한 데도?

 

남들이 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는데 혼자서 무기력? 남들이 다 IMF로 실직했는 판에 혼자서 시큰둥? 남들이 다 월드컵 응원갔는데 혼자 빈둥빈둥? 80년대 중반에 광업이라는 직업이 갑자기 소멸했고, 지금은 농업이라는 직업이 한국에서 소멸했다. 농업비중 현재 3퍼센트 이하, 곧 독일의 1퍼센트대 진입이다.

 

변화는 매우 크다. 지금의 모습은 10년 전, 20년 전에는 상상 못했던 거다. 20년 전이라면 이규형이라는 자가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며 일본 따라배우기를 권하던 시대다.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여? 천만에. 이규형 따위 소인이 알아챌 수 없는 거대한 변화가 계속 일어난다.

 

그러므로 그것은 불능이다. 무리다. 물론 조선왕조 시절이라면 가능하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 속으로 도피할 수 있다. 안빈낙도, 천석고황 같은거 있었다.

 

최근의 큰 사건으로는 오바마 당선, 아랍의 민주화, 후쿠시마 원전붕괴, 다문화 파급, 미국의 천연가스 발전 등인데 거의 올해 안에, 혹은 늦어도 3년 안에 주택값 붕괴, 석유값 100달러 이하 붕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등이 점쳐진다.

 

구글 무인차+전기차가 보급되면 땅값 대폭락이다. 운전부담 없어지면 출퇴근부담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무인전기차 시대가 되면 도로의 수송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컴퓨터가 제어하기 때문이다. 신호대기라는 단어가 사전에서 지워진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은 소멸할 수 있다. 대리운전 기사도 없어진다. 운전면허증은 불필요다. 자동차 안은 노래방이나 컴퓨터실 혹은 극장으로 변한다. 기본 2시간 출퇴근은 재미다.

 

지금 좀 아는 사람은 그거 눈치 채고 원주에 땅 사들이고 있는데 조만간 강릉이나 속초까지 바라봐야 할 판이다. 그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엄청난 변화가 줄지어 일어난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잠이 확 달아나야 한다. 그런데도 그냥 무기력함, 나른함, 무의미, 매너리즘, 평범함, 소소한 행복, 만족이 가능하다고? 하긴 조선이 망한 그 날에도 나무그늘에서 장기나 두며, 목침이나 베고 담바고나 빨며 태평하게 있었던 사람은 많았다. 백범 김구 선생 혼자 분개해서 길길이 날뛰었다지. 김구 선생 혼자 시대의 부름에 반응한 거다.

 

그런데 그렇게 도무지 반응을 못하는 찌질이, 찐따, 마이너리그, 원초적 아님 애들은 원래 안 쳐주는 애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의 뻘짓거리도 우리의 고려대상이 된다는 말인가? 왜? 무엇 때문에.

 

하기사 그런 친구들도 세상에 있기는 할 것이나 그들과 대화가 된다는 말인가? 말이 통하는가? 당장 주택값 폭락, 석유값 폭락 등으로 세계사정이 완전히 바뀔지 모르는데 천연덕스럽게 잡담이나 하고 산다구? 갑자기 북한정권이 소멸될 수도 있고 중국이 민주화 될 수도 있고.

 

아 물론 이런 예측들은 잘 안맞는다. 그래서 점쟁이들도 예측하라고 하면 걸핏하면 뭐 지구멸망에 외계인 출현 이런거 말하더라만. 필자도 그런 예측은 하고 싶지 않다. 부동산 진짜 폭락하나 이런거 자꾸 묻지 마라.

 

근데 엉뚱한 데서 뭔가 터지기는 반드시 터진다. 인터넷 출현이나 스마트폰시대처럼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팔레스타인 독립, 북한 민주화, 남북통일, 중국분열, 열도침몰, 서해유전대박 이런 기대하는건 잘 안 일어난다.

 

그렇지만 오바마 당선, 남아공 흑인정권, 카다피 패망 이런 것도 사실 대단한 거다. 옛날엔 감히 상상도 못한 일. 놀라운 일이 일어난 거다. 감동해줘야 한다. 박수쳐줘야 한다. 흥분해줘야 한다. 역사에 대한 믿음을 다져야 한다.

 

우리가 기대한 것이 기대한 위치에서 일어나지는 않지만 여불때기로 터져도 뭔가 터지기는 반드시 터진다. 한국영화 세계제패 이런 기대한 것은 잘 안읽어난다. 노벨상 수상 이런 것도.. 근데 K팝 이런 엉뚱한게 터져나온다.

 

그렇다. 충격은 외부에서 온다. 분명히 사건은 일어난다. 다만 반응하느냐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안이하게 하품 나오는 소리나 하는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그런 친구와는 당장 끊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과 뭔 대화를 해? 전혀 영감을 주고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과 할 이야기가 있어? 세계를 움직여가는 1퍼센트라면 그런 나사빠진 소리 안 하는게 맞다. 하긴 어느 시점부터 그런 밥통들과 대화가 짜증나게 되는게 구조론 학습의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랄 수도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트이면 좌파나 우파의 찐따들과는 같잖아서 사람이 한심해 보이고 그들과 말섞기 싫어진다.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도 없고 흥분할 일도 없고 눈동자 크게 뜰 일도 없는 자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스티브 잡스는 그런 한가한 이야기 안 한다. 그런 마인드로 스티브 잡스가 친구먹어 주겠는가? 만약 그대가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면 만나서 무슨 얘기 할 것인가? 대화가 통해? 이건희와 스티브 잡스의 만남이라면 아프리카 부족장과 잘나가는 깐느 그랑프리 영화감독의 만남처럼 황당재미로소이다가 될 것이다.

 

아는 사람들이 만나면 그런 세상의 변화를 주제로 대화하는 거다. 한심하게 주말 연속극 이야기나 할 수는 없잖은가. 미래를 열어가는 창의적인 대화를 해야지. 왜? 신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으니까. 역사가 우리에게 액션을 주문하고 있으니까. 반응을 해야 하지.

 

우리가 모여서 이런 무수한 변화들, 흥미있는 반전들, 세계의 진보와 문명의 도전들, 70억 인류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산다는 건가?

 

세상은 끝없이 변화하고 신은 계속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오는데 거기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왜 사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반응해야 한다. 세상이 100번 펑고를 올려주는데 단 한 개도 받아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나 슬픈 거다.

 

깨진 종, 찢어진 북, 늘어진 현이 된다면 곤란하다. 그런 사람들은 어른들과의 대화에 끼일 수 없고, 아는 사람들의 사교에 빌붙을 수 없고,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나머지들에 불과하다.

 

필자가 이해하는 진보는 좌파들이 놀음하는 무슨 노선타령, 이석기짓 이런 뻘짓거리 따위가 아니다. 세상이 계속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므로 거기에 반응하는 것이며, 종이 소리를 내고, 북이 울음을 토해내고, 현이 가늘게 떨 듯 상호작용하는 것이며, 그렇게 반응하고, 대응하고, 응수하여, 세상과 맞서 겨루는 포지션의 자취들이 모여서 크게 방향성을 이루는 것이 진보다.

 

진보란 그러한 세상의 말걸기에 대해 끌려가는 입장이 아니라 약간 선제대응하는 포지션에 서는 거다. 세상의 수를 미리 읽고 한수 위에서 노는 거다. 사건은 계속 일어난다. 전부터 기다렸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서태지가 갑자기 떠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어서와 여기 자리 준비해뒀어. 너를 위해.. 짜잔.. 이런 정도 여유는 부려야 한다. 노무현이 갑자기 떠도.. 설렁탕 요구하지 않고.. 님을 위해 준비했어.. 이런 대사는 대비되어 있어야 한다.

 

왜? 그거 안 되면 너무 어색하잖아. 너무 쪽팔리잖아. 그건 마치 멋진 미녀가 나의 집을 방문했는데도 ‘왜 왔능교? 당신 누구요?’하고 두려워 하여 인상쓰며 머쓱해 하다가 결국 깨지고 마는 것처럼 한심한 거다.

 

당신이 짝사랑하던 환상 속의 그녀가 당신의 집을 갑자기 방문했다면 당신은 설사 준비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마치 준비되어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다.

 

하늘의 별을 따지는 못해도 오는 찬스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근대 찬스는 온다. 변화는 일어난다. 다만 조건은 있다. 당신이라는 종은 깨져있지 않아야 하고 당신이라는 북은 가죽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야 한다. 늘어진 피아노줄은 제대로 조율해 두어야 한다. 불시에 그녀가 방문할지도 모르니까. 근데 2년에 한번쯤 방문한다. 당신이 기다리던 사람은 안 와도 멋진 사람은 온다. 꼭 온다. 늘 왔다.

 

진보는 하나의 포지션이다. 문득 시대가 그대를 불렀을 때 적어도 쪽팔리지는 않는 위치다. 거기에 서 있는 사람만이 마이크 잡을 자격이 있다. 기회가 오면 부를 노래는 평소에 연습해 두어야 한다. 기회가 온다는게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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