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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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907 vote 0 2011.12.28 (21:54:03)

 

‘아래글에서 ’이제는‘님의 질문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진중권류의 문제

 

흔히 접하게 되는 상식의 오류 중 하나가 ‘진중권류가 말은 맞는데 싸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천만에. 정언(正語)에서 정업(正業)이 나온다 했다. 말이 틀리니까 덩달아 싸가지도 외출하는 거다.

 

◎ 정견(正見)≫정사유(正思惟)≫정언(正語)≫정업(正業)

 

왜? 틀린 말하는 자기 자신이 제일 먼저 스트레스 받거든. 한 인간의 싸가지는 그 인간이 현장에서 부조리에 의해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구조론은 새로운 언어체계다. 좌표가 없는 지도에 좌표를 부여하고, 주소가 없는 지도에 지번을 정해준다. 구조론의 결론은 모든 문제는 결국 언어의 문제, 소통의 문제, 집단지능의 문제라는 거다.

 

◎ 언어≫소통≫집단지능≫공동체적 시스템의 진보

 

진보란 인류의 소통능력을 발달시켜 가는 과정이다. 흔히 빠지는 오류가 집단의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다. 천만에.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항상 그러하다.

 

사고가 터지면 가해자 한 넘을 지목하여 ‘다 너 때문이야’ 하고 사형을 시켜버리면 맘은 편하겠지만, 그 전에 왜 자기 맘이 불편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불편했을까? 왜 양심이 찔렸을까? 그게 스트레스다. 집단무의식이다.

 

‘나치는 괴물이야.’ <- 이렇게 말하면 맘은 편하지만 양심을 찌르는 한 가닥 불편한 진실은? 가해자 학생도 사회의 시스템이 받쳐주었으면 밝게 자라났을 평범한 아이였고 나치 살인마도 가족을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이더라는 거.

 

왜 불편했을까? 왜 스트레스 받았을까? 인간 내부에 개인 차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집단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 상부구조가 있는 것이다. 집단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며 모두가 불편해져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야 집단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당신이 불편해진 이유, 당신이 화가 난 이유, 당신이 죄지은 여인에게 돌을 던진 이유, 당신의 양심이 찔린 이유, 거기에 이미 공동체의 진화 메커니즘은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구조를 보는데 성공해야 한다. 보이는가? 정견(正見)을 얻었는가?

 

문제는 언어다. 보았어도 표현할 언어가 없다. 그러므로 소통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포기한다. 그래서 문제다. 진중권들은 포기한 거다. 그러한 포기의 양심적 스트레스가 개싸가지로 나타난다.

 

예수는 그 언어가 있었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인간의 원초적인 약점임을 간략한 언어로 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답은? 우리가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실상 철학자의 직업은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만들었고, 이성이라는 말은 칸트가 퍼뜨렸다. 니체가 권력의지 하나로 재미본 것도 사실이고, 마르크스가 소외 하나로 점수 딴 것도 사실이다. 단어 하나가 철학 하나다.

 

자유라는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유를 올곧게 인식하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사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경상도 남자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그게 경상도식 사랑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그딴건 쌍팔년도 소설에나 나오는 거다. 표현을 해야 한다. 오고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사랑의 교차로에 트래픽이 넘쳐야 한다. 실천해야 한다. 낳아내야 한다.

 

구조론은 단어과 개념을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진보한 언어체계를 건설하는데 나선다. 인류에게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의 양식이 필요하다. 참된 소통은 미학적 완전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것을 나타낼 깨달음의 언어를 보급한다. 정견하는 법, 정사유하는 법, 정언하는 법, 정업하는 법을 구조론은 제시한다.

 

무엇보다 보는데 성공해야 한다. 보지 못하니까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니 말하지 못하고, 말이 씨가 안 먹히니 스트레스 받아서 인간이 개싸가지가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 진중권도 처음에는 김어준과 같은 컨셉이었다. ‘즐거운 안티조선’을 표방했다. 홍세화, 김정란, 노혜경, 박노자 등 명망가들 모아놓고 스스로 자세를 낮추어 심부름꾼을 자처했다.

 

그러다가 좌절하여 유림질, 훈장질을 시작했다. 무게 잡고 목에 힘울 준 것이다. 동선은 좁아졌고 권위적으로 변해갔다. 구조주의 경제학으로 보면 지대상승의 폐해다. 땅값이 오르면 가치가 상승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수가 반비례된다. 엔고로 망하는 일본경제와 같다.

 

인간심리나 정치적 포지션이나 경제학이나 알고보면 다 물리학이다. 물리적으로 결정되어 있고 범인은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에 있는 사람이 1을 움직일 때 그 아래에 딸린 식구들은 100이 움직인다.

 

이 원리가 역으로 피드백 되면, 그 아래에 딸린 식구들이 그 정상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동선을 묶어버린다. 상부구조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부구조가 편하다. 대대장이 119 비상전화를 걸어 개문수짓 하면 병사들 짜증난다. 대장은 눈치를 읽고 스스로 목에 힘을 주고 자기만의 세계에 유폐된다. 호스의 수압이 높을수록 방향을 못 바꾼다. 유연성 잃고 경직된다.

 

역사에도 그런거 있다. 임금이 인기 얻으려 백성으로 변장하고 골목길에 출현하여 오뎅도 쳐묵, 떡볶이도 쳐묵, 쳐묵놀이나 하고 나자빠져 있으면 처음에는 재미난 에피소드라 하여 인기를 얻지만,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백성이 임금을 쥐로 알고 고양이를 보낸다. 결국 임금은 백성의 목을 베고 위엄을 세운다. 18사략에 무수히 반복되는 장면.

 

이를 타개하려면 새로운 언어와 언어체계가 필요하다. 의사소통이 원할해져야 한다. 무엇인가? 진중권에게는 대중을 리드할 언어가 없고 김어준에게는 그것이 있다. 진중권은 언어가 없으므로 포기한다. 김어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면? 자신의 역할을 좁힌다. 시소의 한 쪽에 올라탄다. 고정된 역할을 하게 된다. 독설가 캐릭터 구축했다. 이미 하부구조에 올라탔다. 이때 상부구조가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어 작동을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걸리면 집단무의식이 작용하여 나쁜 길을 선택한다. 그 결과는 자신을 파괴하고 장기적으로 집단이 이득을 보는 것으로 정리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절대 상부구조를 해치지 않는다. 개인의 판단은 자기 스트레스를 집단에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나며, 집단은 양의 되먹임에 의하여 떠넘겨진 스트레스로 잔뜩 긴장하게 되고 바른 판단을 하게 된다.

 

김어준은 팀을 결성하고 있다. 진중권이 왕년에 팀을 가졌듯이. 김어준은 팀 안에 역할이 나누어진 시소가 꾸려져 있다. 외부의 에너지를 끌어와서 자기 안에서 순환시키고 배설한다. 반면 진중권은 자기 자신을 에너지로 삼는다. 구조 안에서 자기를 소모시키고, 자기를 배설한다.

 

결국 언어의 문제다. 소통이 정답이고 언어가 무기다. 언어로 소통하여 의제를 선점하고 판도를 장악하는 것이다. 언어가 없으므로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그 스트레스가 자기파괴로 치닫는 것이 무뇌좌파의 실패다.

 

언어로 상대방을 자기팀의 하부구조로 종속시켜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바른 길이다. 그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알아서 떠나야 한다.

 za0.JPG

 

중요한건 에너지의 질서다. 질서는 사람을 줄 세운다. 시소는 동시에 저울이다. 그 저울로 에너지를 계량한다. 시소의 대칭은 힘과 운동의 대결이다. 힘은 집중하고 운동은 그것을 풀어낸다. 힘이 형님이고 운동은 탈락이다. 힘 1에 운동 2가 대칭된다. 진보가 힘이 되고 보수가 운동한다. 보수가 진보의 하부구조로 종속되는 것이다.

 

언어를 창안하고 언어를 순환시키는 엔진을 김어준은 가졌다. 자기 안에 그 엔진이 있고, 나꼼수 팀에 그 엔진이 있다. 대한민국의 엔진으로 발전한다. 반면 진중권은 대한민국이라는 시소 안에서 한쪽 귀퉁이에 자리잡는다. 시소가 작동하면 자동으로 배설된다. 이는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진중권의 너절리즘 운운은 한 마디로 김어준팀이 윤리적이지 않다는 고발인데, 우리가 그딴 정신력으로 이길 때는 지났고 이제는 연장으로 이기고, 도구로 이기고, 기술로 이기고, 생산성으로 이겨야 한다. 입으로 이길 때 지났고 완력으로 이겨야 한다.

 

지식인의 연장은 언어다. 언어가 없다면 원초적인 자격미달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총 없는 병사가 배회하고 있다. 언어 없는 부적격자가 돌아다니고 있다.
 

 

 

 

 0.JPG

http://gujoron.com




[레벨:0]호롱

2011.12.29 (09:52:18)

죄송합니다. 물음 취소합니다.

답변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29 (10:17:07)

자기 일 안에서 탑을 찾으면 되지요.

그건 베테랑이 되는 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1.12.29 (10:31:33)

사원 과장 팀장 사장 이렇게 다드러나는 직위구조는 중요하지않아요.

업무중심으로 사고하면 되어요.

내가 맡은 업무의 상부구조를 보는거예요.

 

앗 벌써 동렬님이 ㄷ답변을.

[레벨:8]열수

2011.12.29 (10:42:51)

      직장이라는 조직 구조를 눈에 보이는 대로 사장과 직원,  상사와 부하로 나누어 상하부 구조를 파악해서는 안될 것 같네요. 조직 마다 특성이 있겠습니다만 조직과 업무 특성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도적 위치에 포지셔닝하면 부하직원이나 종업원의 위치가 오히려 탑포지션이겠지요. 물론 쉽지 않지만요.(제의견이 어리석으면 댓글해 주세요. 저도 고치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29 (11:20:03)

탑을 잡는다는게

무작정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접근이고 본질을 봐야 합니다.

에너지가 들어오는 입구 쪽에 선다는 겁니다.

탑은 하루 안에도 있고

밥먹을 때도 있고 떵 쌀 때도 있고 어디가나 있습니다.

 

미야모도 무사시는 '선수를 잡는다'고 표현하는데

 

문 - 싸움에서 이기는 비결은?

답 - 선수를 잡으세요.

 

넘 간단하지 않습니까?

구조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답 - 돈을 찍어내면 됩니다.

 

참 간단하네요.

근데 맞는 말입니다.

 

세상 이치는 원래 간단한 거에요.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은 아직 뭔가를 모르고 있는 겁니다.

 

최고의 연주자에게 물어봅니다.

 

문 - 피아노를 잘 치는 방법은?

답 - 밸런스입니다.

 

최고의 투수에게 물어봅니다.

 

문 - 공을 잘 던지는 방법은?

답 - 힘 빼고 던지세요.

 

그런데 이게 정답입니다.

문제는 선제공격을 한다고 그게 선수가 아니라는 거에요.

 

무작정 종이를 찍어낸다고 그게 돈을 찍어내는건 아닙니다.

어떻든 구조는 입구와 출구를 틀어막고

 

내부에 스트레스를 걸어주면 저절로 질서가 생겨서 답이 나옵니다.

그 답은 매우 간단한 거에요.

 

기다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선수는 미리 함정을 파고 상대의 선제공격을 유도하는 겁니다.

 

즉 상대가 들어올때 그 동작을 이미 읽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먼저 들어와도 내가 선수입니다.

 

내가 먼저 선제공격을 해도 첫번째 동작은 속임수입니다.

두 번째 동작이 진짜공격이기 때문에 상대는 결국 후수를 잡히고 마는 거지요.

 

판 전체를 읽고 상대와 나의 동작 전체를 읽고 그 사이에 밸런스를 성립시킨 후

조금씩 접근해서 밀도를 걸어주면 상대는 허둥지둥 하다가 뒤로 자빠져서 주저앉게 됩니다.

 

계속 밀도를 높여가서 압박하며 상대의 호흡을 뺏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일진일퇴 하면서 상대에게 공간과 시간을 줍니다.

 

한번 치고 한번 빠지는데 이때 상대는 다시 재충전을 하지요.

그러나 미야모도 무사시는 그거 없습니다.

 

칼박치기 하면서 일진일퇴 하는거 없이

계속 조금씩 접근해서 상대의 호흡 자체를 뺏어버리므로 상대는 힘 한번 못 씁니다.

 

맹수들이 싸울 때는 서로 으르릉대면서도 딴전을 피웁니다.

곁눈질 하면서 정면으로 안 보고 관심없다는듯이 일부러 다른 데를 보는 척 하지요.

 

그 경우 상대방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그때가 공격타이밍입니다.

찰나의 순간에 호흡을 뺏기면 바로 가는 겁니다.

 

계를 형성하고 긴장을 조성하여 밀도를 걸어주면 그게 탑입니다.

탑은 방구를 낄 때도 있고 응가를 할 때도 있습니다.

 

힘을 주는게 탑입니다.

스트레스를 줘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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