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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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7398 vote 0 2012.10.21 (17:40:58)

 

'여자란 무엇인가?', '일이관지' 

 

 

'돈오돈수', '깨달음과 삶의 자세', '현실참여', '불교의 미래', '남북문제의 해법'

 

 

 

혜문과의 대화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비롯하여 문화재환수운동으로 유명한 혜문스님과의 대화입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혜문스님은 혼자서 백사람 몫을 하는 슈퍼맨이더군요. 박원순 시장과 맞먹을 일중독자가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변호사없이 170여건의 소송을 해서 거의 다 이겼다고 합니다.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와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에 제자리를 찾아주겠다는 원을 세우고 실천하십니다. 지금은 포천 백운산 흥룡사에 계십니다.

 

아래 텍스트는 대화에서 제가 말하고자 한 내용입니다.

 

###

 

 

여자란 무엇인가?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질문은 아닐테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우주의 근본적인 작동원리라고 본다면, 여성성은 낳음, 남성성은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태어나고 다음에 성장하므로 여성성이 먼저입니다.

 

◎ 여성 – 상부구조, 낳음, 사건의 단위.. 심판이 시합개시와 종료를 알림.

◎ 남성 – 하부구조, 성장, 판정의 단위.. 심판이 득점을 인정함.

 

구조는 어떤 사건의 단위와 판단의 단위입니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지정하는 시스템이 상부구조-사건의 단위가 되며, 갈림길에서 OX를 판정하는 구조가 하부구조입니다. 생물의 진화원리로 보면 여성이 상부구조입니다.

 

어떤 일의 시작과 끝부분은 낳음의 문제이고 이때 쌍방향 의사소통이 일어나며, 일의 중간부분은 성장의 문제이고 일방향 의사소통이 일어납니다. 낳음은 기회를 요구하고 성장은 효율을 요구합니다.

 

인생의 갈림길은 어떤 기회를 잡는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효율을 선택할 것이냐로 고민하게 되는데, 보통의 경우는 기회가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효율을 따라가면 됩니다.

 

그러나 진학, 취업, 결혼과 같은 전환기에는 효율보다는 기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효율은 당장 100만원을 버는 것이고 기회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인데 좋은 친구가 내게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지요.

 

후진국은 선진국이 상부구조 역할을 해주므로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는게 맞습니다. 후진국은 남성의 가치가 부각됩니다. 선진국은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므로 선발주자의 리스크 부담에 직면합니다.

 

선각자는 기회전략, 여성의 포지션에 서야 합니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주의 작동원리로 본 여성성은 어떤 사건의 시작과 끝내기부분을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둑으로 말하면 초반 포석과 막판 끝내기가 여성 포지션, 중간의 행마가 남성 포지션입니다. 시작과 끝부분은 항상 상대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반면 중간에는 일방적으로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게 중요하지요.

 

 

일이관지란 무엇인가?

 

구조론으로 보면 방향성입니다. 상부구조에서 방향만 찾으면 다음부터는 저절로 풀립니다. 구조론은 방향성을 찾는 방법이고 그 방향의 끝에 전체를 한 줄에 꿰어내는 소실점이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물체는 지구중심을 향해 줄을 서 있으며 이를 보아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방향성은 스타일의 완성입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나다움’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다움을 내가 규정한게 아니고 타인이 규정한 것입니다. 타인의 희망이지요. 진정한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인생은 쏘아진 화살과 같습니다.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과녁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살은 과녁에 관심이 없습니다. 과녁은 궁사의 관심일 뿐이지요. 인간이라는 화살을 쏜 신의 관심사입니다. 박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목적은 부모가 만들고 사회가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화살을 쏜 신이 그려준 과녁, 사회가 그려준 과녁, 부모가 그려놓은 과녁을 향해 인간이라는 화살은 멋도 모르고 날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불쌍한 거죠. 자기 목적을 창의해야 합니다.

 

자기가 도달하고 싶어 하는 목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자기 덕분에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해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생에서 순수한 자기 목표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자신이 새로 자신이 발명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은 날아가는 화살의 신세인 인간이 날아가면서 또다른 자기만의 화살을 쏘는 것입니다.

 

인생의 과녁은 자신이 목표로 삼는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대통령 되고, 의사가 되고, 박사가 되고 ,재벌이 되는게 아니라 인생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그림을 찾는 것입니다.

 

화살이 날아가면서 바람과 구름과 참새를 만나는게 진짜죠. 신이 인간이라는 화살을 쏘았듯이, 사회가 나라는 화살을 쏘았듯이, 나도 인생전체를 관통하는 화살 하나를 쏜다는 자세를 가질때 일이관지는 이루어집니다.

 

 

돈오돈수란 무엇인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눈을 얻어야 합니다. 사건으로 보는 시야죠. 사건으로 보면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유튜브에 올리면 끝입니다. 그 다음은 사회의 몫이고 주인공은 팔짱끼고 바라볼 뿐입니다.

 

돈오돈수가 안 되는 것은 작은 동네이기 때문이거나 때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없다는 거죠. 사회가 깨달음을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점수가 필요로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돈오점수는 싸이가 유튜브에 강남스타일을 올려놓고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잡다한 후속작업으로 뽐뿌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도자료 뿌려서 언플하고 조회수 조작하고 뭐 그런거 있지요.

 

책을 서점에 내놓고 책이 안 팔리니까 자신이 자기 책을 사들여서 베스트셀러 조작하는거. 그게 점수입니다. 실패지요. 깨달음은 정보시대의 가치입니다. 당나라 때는 사회가 깨달음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혹은 약했다는 거죠. 그러므로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이 하산하지 못하고 계속 절에 머물러야 하니까 점수가 요청된 것이지요. 돈오돈수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이며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회가 필요로 할 때,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에서, 북의 가죽이 늘어지지 않고 피아노줄이 당겨진 상태에서 결정적으로 한 방을 쳐주는 것이 돈오돈수이며 그것은 삶의 스타일로 표현됩니다. 스타일을 완성하면 끝난거에요.

 

다만 당나라 때는 스타일을 과시할 TV가 없었다는 거. 그나마 스님들의 행장이 알려진 것도 임제록, 조주록, 벽암록 따위가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소통할 책이 없어서 돈수로 끝내지 못하고 점수까지 해야했던 것입니다.

 

피아니스트는 연주회가 끝나는즉 돈수가 되고, 화가는 캔버스에서 붓을 떼는 즉 돈수가 되고, 작가는 탈고하는 즉 돈수가 되는데, 스님은 피아노도 없고, 캔버스도 없고, 원고지도 없어서 계속 점수하는 거죠.

 

 

치열함의 원천은 무엇인가?

 

인생의 게임은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에 묘사되는 교실 안의 정글 생태계와 같은 것이며 소년의 내게 그것은 환멸이었습니다. 인간은 태엽에 감긴 장난감과 같아서 태엽이 풀리면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그 모습이 비참이었습니다.

 

나 또한 하나의 태엽장난감이 아닌가? 나의 행동 또한 감겨진 태엽이 풀리는 모습이 아닌가? 이에 신과의 정면충돌이 필요한 거죠. 나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그 태엽을 감은 자와 정면충돌이 필요합니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작용측에 대한 대응행동이죠. 신과 세게 한 번 붙어버려야 합니다. 종이 당목과 만나듯 처절하게 울음소리를 토해내야 합니다. 그럴 때 삶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밧데리가 충전되는 거죠.

 

신이 감아놓은 태엽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충전한 인생의 에너지 말입니다.

 

 

현실참여의 이유는?

 

처음에는 괴짜 100명을 모아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컨셉이 있었는데 괴짜들 중에 보수가 많았습니다. 돈 많고 나이 많고 잘 놀고 뻔뻔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아쉬울게 없는 사람이라서 말을 안 듣습니다.

 

보수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남 눈치 안 보고 배짱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수입니다. 성공하지도 못한 주제에 새누리당 찍는 사람들은 무식해서 개념이 없는 거구요.

 

보수들은 꼭 말썽을 부립니다. 문제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거. 돈 있고, 힘 있고, 잘난 사람이, 제 돈 쓰면서 제멋대로 살겠다는데 누가 말려? 말 잘듣고, 젊고, 똑똑하고 착한 사람은 정치칼럼 사이트에 있습니다.

 

사회의 가장 민감한 급소에 발을 들이밀자는 건데 그곳이 정치입니다. 그것이 흐름이고 시대정신이며 자연히 그 흐름을 따라간 것입니다. 사이트관리를 쉽게 하려고 말 잘듣는 젊은 사람의 의견에 귀기울이면 자연히 진보가 됩니다.

 

 

불교의 미래는?

 

불교가 과연 종교인가? 불교가 무신론이라면 무신론도 종교일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이 있는데 유교나 도교는 반은 학문이고 반은 종교입니다. 불교도 비슷한데 불교가 종교화 된 측면은 스님들이 먹고살려고 한 거고 본질은 다르지요.

 

스님들이 승가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불교를 종교화 한 것이고 본질은 종교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기독교는 완벽하게 종교입니다. 불교는 덜 종교이기 때문에 신도를 제압할 확실한 수단이 없습니다.

 

스님들이 신도를 제압하는 방법은 나쁜 일 하면 업보가 쌓여서 지옥에 간다거나 짐승으로 태어난다고 협박하는 건데 이런 걸로는 씨가 안 먹히죠. 한 방에 제압하는 방법이 스타일입니다.

 

깨달음은 스타일을 만들어서 한 방에 제압하는 것입니다. 현재 조계종 스님의 내공은 ‘앉아봐라’ 하고 설법하는 건데 실패입니다. 일본은 젠스타일로 제압합니다. 다도 따위 별것 아닌데 스타일이 있기에 서양인들이 꺼벅 죽죠.

 

불교가 살아남으려면 깨달음의 미학적 스타일을 완성하고 그것을 삶의 자세로 삼아서 또 미학적 표준으로 삼아서 일반화 해야 합니다.

 

 

통일문제는?

 

통일문제는 지정학적 구조의 문제로 보아야 하고 그 핵심에는 에너지 문제가 있습니다. 먹고 살 길을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그냥 북한도 우리처럼 수출해서 살면 되잖느냐는 식은 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겁니다.

 

남북분단 때 국민들의 입장도 에너지 문제로 결판이 났습니다. 당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일본과 같은 패거리고 미국은 일본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으며 일본은 극도의 가난으로 국민이 굶어죽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철천지 원수인 일본이 굶어죽도록 방치하고 있는 판에 한국을 도와줄 리가 없지요. 실제로 맥아더 치하에서 많은 일본인이 굶어죽었습니다. 한국의 살길은 에너지가 있는 대륙에 붙는 거라고 누구나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나자 확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인데 중국의 공산화를 방관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도 포기한 판에 당연히 한국도 포기할거라는 생각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았죠.

 

전쟁이나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게 되고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전쟁전까지 미국과 소련은 같은 편이었는데 미국과 소련이 한편이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소련에 붙는게 상식입니다.

 

공산주의가 뭔지는 모르니까. 그냥 기름이 있고 석탄이 있는 쪽에 붙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이 적대하게 되면 공을 세울 수 있는 쪽에 붙습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지도 모르니까.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공산화에 충격을 받아 태도를 바꿉니다. 자근자근 밟아버리려던 일본을 살려주고 한국도 지원하게 된 거죠. 결국 이 모든 것은 에너지가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인간의 생존본능입니다.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 돈 있는 남자와 돈 없는 남자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어요? 여자에게 물어보면 돈 안 보고 맘씨좋은 사람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 있는 사람은 원래 맘씨좋은 표정을 짓고 있어요.

 

돈 없는 사람은 맘씨가 어떻든 옹색한 표정이 보입니다. 결국 돈 있는 남자를 선택합니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그렇게 하며 이는 육아를 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본능의 명령입니다.

 

결국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통일의 선결과제이며, 그 에너지가 꼭 석유나 석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의 보장이죠. 말하자면 북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우리가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줄 때 그들은 반응한다는 거지요.

 

현실적으로는 중국경제의 발전, 중국과 일본 및 한국자본의 북한 침투, 시베리아 석유 및 천연가스의 북한통과, 대륙횡단철도의 연장 이런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본능이며 본능을 바꾸는 것은 생존입니다.

 

이념, 노선, 주의, 논리 따위 말 갖다붙이는건 잠시 연명하게 할 뿐 본질이 아닙니다. 긴 호흡으로 보면 북한문제는 본능문제이고, 생존문제이며, 확신문제이며, 보장문제입니다. 이게 되면 다 되고 안 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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