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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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32 vote 0 2010.10.11 (23:54:48)

 

  타블로 손학규.

  집단의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타블로 사태를 바라보는 데는 뭐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과거 인터넷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하는 루머를 퍼뜨리다 감옥까지 다녀온 자도 여럿 있었고, 독립신문인가 하는 사이비 집단이 노무현 대통령을 모함하여 마침내 DNA 검사까지 하는 황당한 소동도 있었던 바와 비교하여 보면, 이 정도는 한국에서 그동안 늘 있던 일이고, 또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일어날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타블로는 그래도 유전자 검사까지는 안 갔으니 양호한 편이라고 해야하나? 참!-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한 마디로 머리 나쁜 짓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 전체의 판단력과 집단의 문제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인의 아이큐가 나빠진다. 이거 중요하다. 문제가 밑도끝도 없이 악화될 때는 어느 선에서 브레이크를 걸기로 시민사회의 규범 차원에서 합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을 보라, 왜 세습인가? 북한에 김정은 보다 나은 인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 이상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그 집단에서 배제되고 있다. 요즘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의 설전이 가관이다. -필자는 둘 다 한국사회에서 과잉대표성을 누리는 영양가없는 집단이라고 보지만.- 민노당은 남북관계를 해칠 우려 때문에 3대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모양이다. 그게 구차한 거다. 왜 남북관계가 첫 번째 가치여야 하는가? 남북드립 -무슨 ~드립 하는 초딩유행어 안 좋아하지만.- 만 치면 만사형통인가? 남북쉴드만 치면 만사형통인가 -무슨 쉴드 하는 것도 짜증나는 초딩 유행어.- 하여간 허접한 자들의 허접한 설전을 예로 들다보니 글이 모양이 안 난다. 눈을 떠야 한다. 시선을 높여야 한다. 인류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세습은 인류 전체의 집단지능을 떨어뜨렸다. 알 카에다의 911테러 바보짓이 부시의 이라크전쟁 바보짓으로 발전했듯이 이건 더욱 문제가 꼬이게 만드는 거다.

 

  일의 우선순위가 있다. 김정일 정권의 세습은 인류 전체의 집단지능을 떨어뜨린 사건이며, 북한내부의 문제해결능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포지션 배치가 잘못되어 머리 나쁜 자가 위에 올라가면 반드시 이런 일이 생겨난다. 지금 한국에서 이명박보다 머리좋은 사람은 전부 땅이 꺼져라 한 숨만 쉬고 있는 것과 같다. 일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아는 사람들이 전부 팔짱끼고 수수방관하게 된다. 똑똑한 사람들이 의욕을 잃어버리면 다 안 좋은 방향으로 일이 전개된다. 크게 보면 부시의 이라크 몰매주기도 타진요의 집단 다구리와 다를 바 없는 집단지성의 파괴다. 집단몰지성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주제는 흥미없고, 필자의 관점은 다른 곳에 있다. 이 사건이 확대된 이유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본질의 문제가 밑바닥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본질의 문제는 둘이다. 하나는 대중의 좌절과 분노이다. 이 나라에 특권층의 교묘한 병역기피를 비롯하여 온갖 비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분노가 타블로를 타깃으로 하여 터져 나온 것이다. 불공정사회의 고비용구조다. 헛심 쓰는거. 그러나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일이 확대된 데는 타블로의 소극적인 대응 탓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타블로의 우울증 때문이다. 5년간 우울증약을 먹었다는 HOT 출신 토니안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엊그제 무르팍도사에 나왔더만.- 타블로도 비슷한 경우다. 토니안은 군대를 갔다와서 우울증이 치료되었다. 타블로의 우울증은 역시 군대를 안갔기 때문이다. 가시처럼 목에 걸려 있다. 일이 해결되려면 일단 목에 걸린 가시부터 빼야 한다.

 

  토니안이나 타블로나 대개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린 나이에 외국에 가서 자기 정체성 잃고, 자존감 잃고, 그게 우울증으로 연결된 거다. 타블로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본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타진요들을 설득한다고 해도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는 낙담이 크다. 타블로가 다시 가수로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안티가 형성된 이상 예능프로에서 소질을 발휘하기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방송PD가 타블로를 전면에 세우는 모험을 할 이유도 없고, 타블로 역시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나오고 ‘다시 사랑해 주세요’ 하고 대중에게 읍소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군대 가기 싫으면 미국 가면 되고 ♪, 영어공부 힘들면 조기유학 하면 되고 ♪’ 하는 식의 요리 빠지고 조리 빠지는 편법으로는 대한민국호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얻을 수 없다. 적절한 포지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방인처럼 겉돌게 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으면 자존감을 얻을 수 없다. 세상 앞에서 떳떳해지지 않는다. 그럴 때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문제를 당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과감하게 돌파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주저하게 된다. 문제는 더욱 장기화 된다. 어떻게든 영어만 배우면 된다고 믿거나 어떻게든 학벌만 따면 된다고 믿고 편법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정체성 잃고, 자존감 잃고, 포지션 잃고, 이것저것 다 어색해져서 영혼이 망가지는 잘못된 교육이 지금 한국에 횡행하고 있다. 타블로도 토니안도 그 피해자다. 지금 미국에 수만 명의 피해자가 대기하고 있다.

 

  누구 잘못인지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어떤 식으로 꼬여가는가를 논하려는 것이다.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의 관점에서 순리를 따라 일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은 천재를 죽이는 사회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결함있는 천재를 발굴해서 그 결함을 보완해 주고 재능을 살리는 나라는 선진국이고, 없는 결함도 만들어내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결함이 오히려 독특한 개성으로 치부되어 더 매력이 되는 사회가 선진국이고, 사소한 것을 물고 늘어져서 대인배의 인격이 없다느니 어쩌구 하며 천재를 죽이는 사회가 후진국이다. 밑으로 갈 것이 위로 가고 위로 갈 것이 밑으로 가면 이렇게 된다. 역시 구조의 포지셔닝 문제다.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을 알아야 정체성을 얻게 되고 자존감을 얻게 된다. 그럴 때 당당해진다. 한국은 선장을 잘못 뽑아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며 서로 공격하고 있는 거다. 절망과 낙담의 사회다. 타블로 사태는 타블로 본인의 소설에 얼마간 예고되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타블로는 자신이 예감했던 일이 현실화 되자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깊은 우울모드로 들어가서. 정체성 상실, 자기 분열, 파편화. 자아가 게임 속의 아바타처럼 중력을 잃고 허공에 발이 떠 다니는 현상.

 

  노벨상 시즌이다. 일본이 올해도 노벨화학상을 주워담아 모두 18개나 되었다고 한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머리가 좋은 것은 전혀 아니다. 집단지능이 노벨상을 낳는 거다. 한국에서 머리가 좋다고 튀면 찍히기 쉽고, 찍히면 죽는다. 앤디 워홀을 만나지 못한 바스키아를 상상해보자. 미국에서 쫓겨난 채플린의 경우도 그러하다. 홍콩영화의 몰락이나 중국 5세대 감독들의 침체도 그러하다. 집단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일제히 잘못된 길로 가는 거다. 다들 바보짓을 하게 된다.

 

  필자는 전부터 유시민과 정동영의 제휴, 박근혜 중립화 설을 말해왔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유시민이 정동영과 손잡고 박근혜가 중립화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동영 지지자와 박근혜 지지자 귀에도 필자의 주장이 들어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심전심 룰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정동영에게도 이용될 수 있고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다된듯이 기고만장해 있겠지만 앞일은 알 수 없는 거다. 이명박에게 타격받는다면 대비할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이쪽의 전략은 저쪽에게 역이용 될 수 있다. 전부 다 머리를 굴린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머리 좋은 사람이 이긴다. 상대방에게 찬스를 주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을 통제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또 필자가 민주당에 3단계 제휴방안(1단계 분위기조성, 2단계 선거연합, 3단계 권력배분)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정치력이 있을 리 없다. 필자가 이런 글 쓴다고 해서 손학규가 ‘아 맞네’ 하고 김정길에게 당직 한 자리를 덥썩 줄 일은 없지만, 밑바닥에서 이심전심의 룰이 전파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요즘 손학규 지지율 올라간다고 한다. -하긴 정동영도 열린우리당 창당무렵에는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몽도 후단협이 밀어줄 때는 지지율이 욱일승천을 했다만.- 그럼 이제 우리는 손학규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되는 것일까? 천만에! 정동영도 훅 갔고, 몽도 훅 갔다. 손학규도 훅 간다. 노무현 대통령도 훅 갈뻔 했다. 거의 지옥 문앞까지 갔다가 왔다. 67프로 지지율이 한 순간에 16프로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살아났다. 훅 갔던 사람을 다시 살려낸 것은 무엇일까?

 

  정치의 본질은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앞으로 2년 남았다. 2년 동안 우리는 의사소통 능력을 끌어올리고, 가치판단 능력을 끌어올리고, 의사결정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은 필자의 안이 현실성 없다. 그럴 정도의 지도력이 누구에게도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던 것이 손학규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 지금부터 총체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내가 옳다고 우기는건 소극적인 자세다. 그건 방어전에나 먹히는 것이다. 집권하려면 공격전을 해야 한다. 총체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저쪽 수구는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방법을 쓴다. 이쪽은 토론하는 방법을 쓴다. 어느 쪽이 더 빨리 답을 낼까? 대중들은 어리둥절한 채로 그냥 있다가 갑자기 눈 앞에 버스가 와서 서고, 버스 문에 열리고, 운전기사가 ‘얼른 탑승하세요. 버스 출발합니다.’ 하면 멋모르고 그냥 올라탄다. 그런데 그게 한나라당 버스다. 이쪽 버스는? 아직 출발도 못했다. 도무지 의사결정을 못한다. 우리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서 집단의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언제라도 선제적 조치, 선제대응을 해야 한다.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는 거다. 타블로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문제해결능력이 없다는 거다. 실제로 능력이 없다. 누구도 단 칼에 사태를 종식시키지 못한다. 타진요 탓이다 혹은 타블로 탓이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선제대응이 중요하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집단의 의사결정능력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포지션에 미리 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필요로 하는 위치에 미리 가 있어야 한다. 빠르게 합의해야만 일이 되도록 판을 꾸려가는 것이다. 그냥 손학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다 함께 바보 되는 거다.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사전에 주요 포지션을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이해 안될 사람을 위해 구태여 설명을 덧붙인다면, 손학규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다시 말해서 손학규가 우리 세력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가 있음으로써 문제 해결을 쉽게 하는 것이다. 속내를 감추고 꿍하고 있다가 싹수가 안보인다 싶으면 돌연 태도를 바꾸어 뒤통수 치는 후단협식 대응이 최악이다. 나는 후단협식으로 안 한다. 미리 손학규 반대 선언하고 잘 보이는 지점에서 깃발 올리고 있다. 똑똑히 봐라. 이래야 대화와 타협이 쉬워진다. 이게 일을 풀어가는 방향이며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방향이다. 속을 감추고 강화도령 모셔오고 가케무샤 내세우면 최악이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10.12 (03:40:40)

결국 신뢰의 문제.
포지션을 분명히 하여, 상대로하여금 나의 동선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그래야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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