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7840 vote 0 2008.11.10 (19:54:14)

때려죽일 한국 차들

한국차 디자인은 다 잘못되었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은 어차피 개인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다. 내가 싫다는 것을 남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컨대.. 구형 산타페라면 완전 호박 컨셉이지만.. 그래도 호박 컨셉으로는 통일성이 있다. 호박 치고는 완벽한 호박인 것이다.

딱봐도 플로리다 뒷골목의 가난한 멕시코 이민자나 불쌍한 쿠바 난민을 위해 선심쓰듯 제작한 싸구려 차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거 성공한 디자인이다. 현대에서 작정하고 후진 차를 만들기로 했다면 말이다.

어차피 현대 기업 이미지가 후지니까 역으로 찔러서.. 오지게 후진 느낌을 줘야 잘 팔린다는 철학을 가지고 그렇게 디자인 한 것이라면.. 나름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산타페를 시비하지 않는다.

뭐 그런거 있다. 옛날 코란도나 무쏘처럼.. ‘난 무식하다 왜 떫냐?’ 하는 분위기. 그것도 나름대로 가치있다. 레조도 그렇다. 얼른 봐도 바보같지만 세상의 다양한 바보들을 위한 차라는 관점에서 보면 허허 하고 웃어줄만 하다.

그러나.. 기본은 기본.. 절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초등학생이 그림일기에 해를 그려서는 안 된다는 규칙같은 거. 왜 해를 그리면 안 되는가? 그건 사악하기 때문이다.

왜 사악한가? 하늘에 해를 그린 이유는.. 그것이 하늘이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즉 그리지 않고 텍스트를 꾸민 것이다. 무엇인가? 혹시 누가 보고 ‘흠 이 바다 참 푸르군’ 이러면 곤란하다. ‘이거 바다 아니고 하늘인데요!’

그렇게 일일이 설명해주기 귀찮다. 그래서 해를 그려서 이곳은 하늘이요 하고 표시를 딱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그리기의 기본 자세가 안 된 것이다. 그리려면 곧 죽어도 그림으로 나타내야 한다. 그것이 철학의 출발점이다.

해를 그려도 된다. 해를 그렸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다. ‘이곳은 하늘입니다’하고 글자로 썼다는게 문제다. 글자로 써도 된다. 문제는 왜 썼느냐다. 쓰려고 쓴건 괜찮다. 문제는 왜 그리기를 포기했느냐다. 이건 참을 수가 없다.

정말 이가 갈리고, 오바이트가 나오고, 분노가 치미는, 이런 자들 하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살의를 느끼게 하는..

세상의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좌절하게 하는.. 디자인 파괴의 현장을 대략 고발하면 이렇다. 분명히 말하면 이건 디자인을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못해도 괜찮다.

의도적으로.. 작정하고.. 지나가는 행인을 괴롭히기 위해서 못된 짓을 해놓은 것이 문제다. 예컨대 렉스턴 옆구리의 동네 꼬마들이 못으로 긁기 전에 미리 긁어서 출시하자는 작전 따위 말이다.

자동차 앞대가리에 사파리도 아닌데 이상한 쇠붙이 달아서 지나가는 행인 겁주는 짓은 물론 때려죽일 고약한 범죄지만 그걸 안떼고 다니는 이용자도 문제가 있으니 그런건 논외로 하고. 더 많은 다양한 잘못은 논외로 하고.

오직 디자인을 파괴하여 인류를 해칠 의도로 작정하고 저지른 악행만 고발하면 대략 이렇다. 이건 그냥 디자인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인류를 해치는 악행이라는 거다.

 

 

 

측면의 파도무늬는 호박컨셉의 차로서, 호박 임무에 충실하므로 구태여 문제삼을 일 아니다. 잘했다.

 

개인의 주관이 저마다 다를 것이므로 무수한 잘못들은 불문에 붙이기로 하고.. 또 내가 디자인에 그다지 관심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므로 논하기 꺼려지는 부분은 생략하고..

좌우대칭이 안 되는 것, 선인지 각인지 면인지 입체인지 형태가 불분명한 것, 유리와 강철, 플라스틱 등 소재가 다른 것이 만나는 접점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을 넣지 않은 것.. 등 반드시 지켜줘야 할 기본이 문제다.

단은 쟈켓의 소매깃에 와이셔츠가 약간 나와서 옷과 피부 사이의 이질감을 완충하듯이 또 얼굴과 옷 사이에 넥타이나 셔츠의 깃을 세워서 완충하듯이 테두리를 둘러주고 내용물을 감싸주는 부분을 말한다. 디자인은 단에서 시작해서 단에서 끝난다.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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