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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68 vote 0 2022.09.11 (17:53:29)

전쟁의 끝이 멀지 않았다.
지난 9월 5일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전격격은 오늘 10일 동부지역 교통의 요지인 쿠판스크를 점령하는 놀라운 전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며칠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와 헤르손 지역을 계속 압박하여 무려 1,000㎢ 이상의 영토를 탈환하여 최종 목적지인 이지움 포위를 완성한 것이다.
이번 동부 대진격이 놀라운 작전인 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철저하게 기만하고 마침내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전술 대형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름부터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과 크름반도를 전략적 목표로 삼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소문을 내며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이나 동부의 다른 지역에서 반격할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없는 군대를 남부 전선으로 빼돌렸는데,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만큼 넓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방어를 20여만 명의 병력으로 방어했어야만 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수십 개의 대대전술단을 눈에 보이지 않게 동부로 서서히 이동했다. 친러시아 여론이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친다고 해놓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능력을 비웃으며 전쟁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며, 가스와 에너지 자원을 가진 러시아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우크라이나의 계산된 작전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남부에 치중한다고 소문내놓고 러시아가 병력을 남쪽으로 빼니까 지난 9월 초부터 동부로 기습돌파해서 쭉 밀고 올라가는, 놀라운 전격전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성동격서 작전의 모범사례이다.
전술적으로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기만 작전은 이것뿐만 아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근접전만 하면 탱크랑 장갑차의 뚜껑이 따이니까 한계를 느끼고 장거리 공격으로 바꾸었다. 이때 쏘아댄 미사일, 로켓 자주포, 대포 탄환 수가 하루 평균 10만 발에 달했다. 2차대전 이후로 이렇게 많이 탄약을 소모한 전쟁이 없을 정도이다. 처음에 우크라이나군도 같이 포격전에 맞서다가 1:10의 우위를 극복할 수가 없어서 자국군 포병대 손실만 입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을 바꾸어 저항하는척하면서 서서히 후퇴하면서 러시아 포탄을 소모하게 했다. 이제 러시아군은 전쟁에 필요한 폭탄이 없어 북한에서도 수입해야 하는 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 또한, 이 시기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하이마스는 주로 러시아군 보급과 탄약기지를 중심으로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보급을 가로막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서방의 압도적인 무기 지원을 바탕으로 이번 전쟁에서 승리의 전술 조합을 만들어냈다. 먼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탄약과 유류 등 보급품 진지를 하이마스와 자주포로 태워버리고, 다음 기갑 사단를 최대치로 모으고, 모든 보병 부대를 SUV를 바탕으로 한 기계화 부대로 개조했다. 이제 우크라이나군은 무려 탱크 400대, 장갑차 700대 이상, 수천 대의 SUV 차량을 동원해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좁은 전선을 따라 50km 이상을 전진했는데. 이것은 그냥 적을 두고 지나친 것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탈환하거나 포위하면서 이룬 성과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과정에서 30여 개 이상 정착촌을 해방했으며,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동부지역 최대 물류 도시인 쿠판스크를 오늘 자로 최종 탈환했다. 쿠판스크는 현재 러시아군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이지움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보급기지이다. 이지움에 갇힌 약 2만 명의 러시아군은 사면이 봉쇄됨에 따라 붕괴가 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총 사망자가 9일 금요일 5만1900명에서 현재 5만2250명으로 늘어났으며, 러시아는 총 4,584대의 장갑차, 239대의 군용기, 212대의 헬리콥터, 311대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잃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일패도지 되면서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탈영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동부지역에서는 러시아군 중장이 도망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반군 사령관은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인정했다. 과연 전쟁은 끝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이 전쟁은 적어도 올해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2년까지도 계속 갈 것이라고 본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전쟁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러시아가 현재 전선을 바꿀 수 있는 뚜렷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전쟁 내내 무기보다 병력의 부족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을 무시하며 이건 전쟁이 아닌 특수작전이라고 일축하고 총동원령을 거부했다. 패배가 임박한 상황에서 푸틴이 총동원령을 내려봐야 내부 반발만 촉발할 뿐이다. 이미 러시아의 양심적인 정치인과 지식인이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지방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푸틴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푸틴이 동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에너지인데, EU 국가들은 여기에 지금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보인다. 이미 유럽국가들은 엄청난 비싼 가격이지만 겨울철 가스 공급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또한, 러시아 석유 가격 상한제를 통해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국가들은 독재자의 위협에 굴복하면 결국 더 큰 희생과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안다. 푸틴의 에너지 위협이 절대 먹혀들어 가지 않는다.
셋째, 러시아는 어떤 경우든 핵무기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회복에 끝나지 않고 본격적인 크름반도 회복에 나서게 되면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 본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푸틴 체제의 종말은 물론이고 러시아 연방은 그냥 해체되고 만다. 푸틴에 불만을 가진 군의 쿠데타는 물론이고 러시아 시민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야 푸틴이 핵 버튼을 누를 수 없다.
러시아의 마지막 남은 카드는 중국을 이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시진핑은 이번 10월에 종신 황제 대관식을 치른다. 중국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지고 있는 전쟁에 시진핑이 참전할 가능성은 적다.
전쟁은 이제 끝으로 가고 있다. 절대권력을 가진 러시아의 차르는 자연사가 아니면 전쟁의 패배를 통해 권좌에서 내려왔다. 크림전쟁이 그리했고 1905년 러일전쟁, 1917년 1차 세계대전도 그렇다. 이번 전쟁에서 패배는 푸틴의 30년 장기집권을 끝낼 것이다. 러시아에는 푸틴과 같은 전쟁광만 있지 않다. 냉전을 종식한 고르바초프도 있고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한 레닌도 있다. 푸틴이 물러나면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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