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172 vote 1 2018.07.03 (15:18:41)

      
    범죄자로 특공대를 만들면 절대로 안 되고 대학생으로 특공대를 만들면 성공한다. 만화는 만화고 영화는 영화고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어벤저스의 팀플레이는 절대로 안 된다. 물론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범죄자로 특수부대를 만들면 대부분 3초 안에 상관을 쏘고 도망친다. 이런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는 농부출신이 사무라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구로자와 아키라의 원래 의도는 ‘농부는 원래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엘리트만 되고 농부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건 엘리트만 할 수 있는 거야 하고 선전하면 관객이 0명이 되기 때문에 농부를 세모로 끼워주는 거다.


    왜냐하면 흑백영화 시대에 만들어진 그 영화의 관객은 농부이거나 혹은 농부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왜 범죄자는 안 되는가? 왜 농부는 안 되는가? 여기서 범죄자는 그냥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의 적으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범죄자인 것이다. 어둠의 세계가 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사회의 층위가 있다. 못 뚫고 올라간다.


    B급 출신 김부선이 A급으로 못 올라간다. 무리하다가 망가졌다. 역시 B급으로 출발해서 공중파로 간 김구라와 김어준은 특별한 케이스고 황봉알과 노숙자는 못 가는 영역이다. 노무현이 개고생한 이유도 거기에 있고 조중동이 문성근 놔두고 명계남 때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일부 나이롱 문빠들이 반역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기덕처럼 묘하게 중간에 끼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층위가 있다. 범죄자라고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교통사고나 음주운전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 빚을 못 갚아서 들어온 경제사범이나 간통범은 다르다. 운동권은 다르다. 디시인사이드 김유식도 전과 6범이라는데 다르다. 문제는 대부분의 범죄자가 상습범이라는 거다.


    한탕 하고 손 씻는다는건 그냥 거짓말이다. 극히 일부 가능하지만 대부분 한 번 그 세계에 발을 담그면 못 빠져 나온다. 상습적인 강도, 절도, 조폭은 굳은 결심을 하고 제 발로 범죄자의 길로 간 것이며 대부분 별을 수십 개씩 달고 있다. 얼마전에 중학생이 전과 40범이라고 동아일보가 떠들었는데 이게 기본이다. 보통 그 정도 한다.


    애초에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 자체가 비뚤어져 있으며 그래야 범죄의 세계에서 알아주는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눈빛부터 바뀐다. 만화에 나오는 식으로 선량한 사람이 범죄자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뭔가 불일치가 일어나서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일반인이 거기서 오래 못 배긴다. 양아치는 걸음걸이도 다르다. 왜 그렇게 되는가?


    범죄자는 매일 보는게 범죄자다. 당신도 범죄자를 매일 쳐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엘리트를 매일 바라보고 있으면 엘리트가 되고 양아치를 매일 쳐다보고 있으면 양아치가 된다. 그 안에 각별한 호흡이 있고 리듬이 있고 하모니가 있어서 저절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구조론연구소라도 마찬가지다.


    구조론 글을 읽다가 다른 글을 읽으면 글이 안 읽어져야 정상이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고 태도가 다르고 방향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동유럽의 정교회 신도는 일상적인 대화 중에도 성모마리아를 주워섬기고 성호를 긋고 하는게 있다. 처음 대화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 뭔짓이여 하고 불편해진다. 사회주의 서적에도 그런게 있다.


    불편해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스타일이 괴이하다. 북한주민과 대화하는데 말끝마다 아니라 말시작마다 경애하는 장군님 수령님 원수님 이러고 있으면 피곤한 거다. 대화가 불편해진다. 범죄자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범죄자 스타일이 있다. 그 세계로 들어가면 묘한 중독성과 편안함이 있어서 빠져나올 수 없다. 구조적인 거다.


    사회의 편에 들어오면 의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범죄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의리가 없어야 한다. 서로를 구속하는 그들만의 체계가 있다. 그냥 범죄자가 되는게 아니라 패거리가 있고 서로를 구속하는 물리적 수단들이 있고 거기에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다. 과거 노가다판에서는 저녁시간에 도박을 시켜 전표를 당일로 회수해 갔다.


    노동자들을 계속 노가다 현장에 묶어두려면 목돈을 만지지 못하게 해야한다. 월급이나 주급이 아닌 전표를 주는데 매일 저녁에 주는 것이다. 도박을 시켜서 회수해야 다음날 일하러 온다. 월급으로 주면 그 돈을 다 쓸 때까지 일하러오지 않는다. 성매매하는 매춘부들도 이런 구조로 결박되어 있는 것이며 낭만적인 접근은 곤란하다.


    대학생은 의리로 조직되는 것이며 어둠의 세계는 물리적인 결박으로 조직되는 것이다. 그 결박이 풀리는 순간 목줄이 풀린 맹견처럼 폭주하게 된다. 검투사의 난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의 무리가 그렇다. 그들은 원래 육로로 이동하여 알바니아 쪽으로 로마를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하들이 도무지 말을 안들어서 망한 경우다.


    스파르타쿠스가 명령했지만 부하들은 말했다. 로마의 노예에서 겨우 풀려났는데 다시 스파르타쿠스의 노예가 된 것이냐? 우리는 자유를 구가하다가 죽겠다. 그들은 진정한 자유 대신 자유로운 죽음을 선택했고 스파르타쿠스는 혀를 차다가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며 결국 같이 죽었다. 변명이 그럴듯하지만 그들에게 자유는 과분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의리를 지켰지만 노예 검투사들은 죽을 때까지 노예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 노예는 영원한 노예다. 왜 그러한가? 노예를 벗어나 자유를 얻으려면 명령받는 입장에서 명령하는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들은 타인에게 명령해본 적이 없으므로 절대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부족민은 자유롭지만 그건 자유가 아니다. 집단 안에서 명령하고 대표하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자유다. 자유는 팀플레이 안에 있고 의리 안에 있는 거다. 그들은 족쇄에서 풀려났을 뿐 팀플레이를 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해줬지만 신은 대표한다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들이 달라진 게 없다. 


    유태인들이 해방된지 2천년이 지났는데도 무언가 보이지 않는 끈에 결박되어 있다. 스파르타쿠스의 부하들은 사실이지 자유가 두려웠던 것이다. 검투사답게 검투는 하겠는데 자유를 실천하기는 싫다. 자유롭다는 것과 대표한다는 것은 다르다. 대표해야 진짜 자유다. 타인을 위하여 대표한다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배우가 무대에 서도 떨리는 판에 선비가 되는 것도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냥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에헴하면 선비겠는가? 인류의 대표자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적국의 왕을 상대한다는 정도의 배짱이 있어야 군자다. 보통 하던대로 한다. 싸우다가 죽는 것이 직업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로마와 끝까지 싸우다 죽었다. 


    이것이 인간이다. 역사에 죄수부대가 용맹하게 싸운 기록이 간혹 있지만 그들은 진시황의 노역에 끌려간 것이지 사실 죄수가 아니다. 진짜 범죄자는 절대 교화되지 않는다. 단지 제압될 뿐이다. 범죄자는 다 분노조절장애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 자신을 분노조절장애로 만들어야 범죄자의 세계에 당당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정상인의 눈빛을 가지면 동료와 마찰하므로 매우 불편해진다. 물론 분노조절장애는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한다. 물리적으로 제압될 뿐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그들이 호르몬을 바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노상 기도하라고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쁜 쪽으로 하는 기도이다. 


    필자가 나무 아미타불과 나무 관세음보살 기도법을 말했지만 그들은 주로 욕설이라는 형태로 그들 방식의 기도를 해서 자신을 분노조절장애에 가두어놓고 있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아야 범죄자 호르몬이 나와주는 거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다리가 굳어서 범죄자의 세계에서 배겨낼 수가 없다. 


    양심에 찔리면 범죄가 위축된다. 태연하려면 훈련되어야 한다. 개백정이 되려면 태연하게 개를 죽여야 하고 소백정이 되려면 태연하게 황소의 목을 따야 한다. 권투선수가 되려면 상대의 주먹이 날아와도 눈을 감지 않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펀치의 궤적을 읽으려면 호르몬을 맞추어놔야 하는 것이며 한번 세팅되면 복구되지 않는다.


    이후 가는 길은 완전히 달라진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호르몬이 바뀌어야 깨달음이다. 호르몬이 바뀌면 방향이 바뀌고 방향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지므로 돈오돈수다. 범죄도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이며 일종의 전문직이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잡범들은 논외다. 선비의 의리가 있으면 결코 범죄자가 될 수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8.07.03 (15:39:42)

이번 월드컵 예선 때부터 중국리그 선수들을 가리켜

중국화 되었다는 말을 하던데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7.03 (15:41:40)

그러고 보니 저도 요몇년 사이에 투사쪽으로 호르몬이 바뀐듯한 생각이 드는군요~
[레벨:9]일수

2018.07.03 (17:12:49)

세살버릇 여든 간다고 맘 잡고 목사 됐다던 대도, 결국 그 짖으로 징역형. 그렇듯 이제까지 맘잡은 조폭 보지 못했고, 버스 안탄다는 소매치기, cctv로 밥벌이 힘들어지자 마약 운반, 마떼기로 전환해서 계속 범죄밥 먹죠.

패고 괴롭히고 약올리고 집어넣고 감호 때리고 해야 그 순간 후회하고 착해지지만 그것도 그때뿐 징역에서 나오면서부터 범죄를 계획하죠. 더 세밀하게. 그래서 상습범은 계속 따라붙고 관찰하고 유사사건 발생하면 부르고 질문하고 뒤지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안한다고..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152 선택이냐 대응이냐 1 김동렬 2018-07-10 7603
4151 구조론과 관념론 1 김동렬 2018-07-09 7877
4150 시행착오의 이유 김동렬 2018-07-09 7930
4149 리얼 액션을 해보자. 5 김동렬 2018-07-08 8619
» 범죄자와 대학생 3 김동렬 2018-07-03 9172
4147 철학이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8-07-03 8285
4146 나의 입장 요약 2 김동렬 2018-07-02 8592
4145 신의 입장을 요약하면 1 김동렬 2018-07-01 8329
4144 인간이 말을 들어야 한다 image 6 김동렬 2018-07-01 8919
4143 구조론의 알파와 오메가 3 김동렬 2018-06-27 8787
4142 관성력으로 이겨야 진짜다 김동렬 2018-06-26 9290
4141 고쳐쓴 노자와 디오게네스 김동렬 2018-06-25 8933
4140 최근 글 정리 김동렬 2018-06-22 9310
4139 증명의 문제 2 김동렬 2018-06-22 8350
4138 종교의 실패 김동렬 2018-06-21 9069
4137 신은 권력이다 김동렬 2018-06-20 8892
4136 용감한 이야기를 하자 김동렬 2018-06-20 8762
4135 신에게서 인간으로 7 김동렬 2018-06-19 9075
4134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2 김동렬 2018-06-17 9527
4133 신의 증명 2 김동렬 2018-06-17 8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