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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논의 안된다]

필자가 내각제를 지지하는 논리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내각제를 해야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져서, 민노당이나 개혁당에도 한가닥 희망이 있을 거 아닌가 해서이고, 두 번째는 내각제를 해야 합법적으로 장기집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를 해서 선거에서 이긴다면 노무현총리가 20년간 해먹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각제 논의를 반대하고 싶다. 내각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각제 논의를 반대하는 것이다. 두가지 조건을 먼저 갖춘 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내각제 논의의 두가지 전제조건은 첫째 총선승리요 둘째 임기 끝나고다.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내각제 주장은 노무현 흔들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게 멋대로 대통령당선자를 흔들어도 되나? 굳이 숨겨진 의도를 파헤치자면 내각제를 빌미로 한나라당 몇몇을 빼와서 그들의 도움으로 당권을 유지하자는 속보이는 수작이다.

이런 유치한 수작을 집권 여당의 대표라는 자가 턱없이 내놓고 있으니 기도 안찰 뿐이다. 이봐요 한화갑씨! 생긴 것 보고 처음부터 알아봤지만 과연 그렇게도 머리가 나쁜가? 영배 보다 똑똑하면 어디가 덧나는가?

[중대선거구제 안좋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민노당이나 개혁당에도 희망이 있다. 한번 추진해 볼 만한 아이디어가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전반적으로 의원들의 자질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다.

지금 경쟁이 치열한 서울, 경기 지역 의원은 그래도 좀 수준이 되고, 말뚝을 꽂아놔도 당선되는 영남과 호남출신 의원은 전반적으로 의원들의 자질이 떨어진다. 대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말뚝들이다. 이름값 하는 인재들은 서울, 경기로 올라갔다.

중대선거구제를 할 경우 지방은 의원들의 자질이 약간 향상될 수 있다. 호남에서 개혁당이 당선되고 영남에서 민노당이 당선된다. 대신 서울 경기에서 얼뜨기가 어부지리로 아슬아슬하게 차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4인을 당선시키는 대선거구제라 치면 우선 지역구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이 경우 서울 지역의 경우 1순위로 당선될 의원 10여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준이하의 얼뜨기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바꿔치기를 해보자.

■ 플러스 요인 - 지역에서 2~4순위로 당선될 민노당 및 개혁당의 자질있는 의원들
■ 마이너스 요인 - 서울에서 2~4 순위로 당선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얼뜨기들

이렇게 바꿔치기를 했을 때 득인가 실인가이다. 결론은 실이 득보다 크다. 왜? 지역의 50~60대 촌로들이 과연 제대로 민노당이나 개혁당에 투표할 것인가이다. 대신 서울의 20~40대 유권자들은 당연히 민노당이나 개혁당에 몰표를 던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20~40대 젊은이들 표는 1순위로 당선될 민노당이나 개혁당에 집중될 것이다. 1순위 당선자가 총 득표수의 60프로 이상을 독식해 버리는 것이다. 즉 젊은 표가 몇몇 후보에 몰표로 집중되어 그만큼 손해가 되는 것이다.

대신 시골의 50~60대 노인들의 표는 이곳저곳으로 분산된다. 결국 서울의 젊은 표는 지나치게 한곳으로 몰려 똑똑한 10여명을 당선시키고, 지방의 노인표는 골고루 분산되어 수백명의 말뚝들과 보릿자루들을 당선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 경기의 젊은이는 한 표를 투표하고 시골의 노인들은 두 표를 투표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이가 수도권에 많고 노인들이 지방에 많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소선거구제가 약간 유리하다.

필자는 소선거구제를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제도가 대통령제에 소선거구제인데 이를 뒤집으려면 국민의사의 과반수로 안되고 70퍼센트 이상의 압도적인 이유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자는 것이다. 개헌이 애들 장난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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