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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김대중"이라 말하라(문화일보기사) 이병선/leesun@munhwa.co.kr

지난 99년 격주간지 ‘사피오’에 ‘김대중 대통령 지도하의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란 글을 기고,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사태’ 이후 한국경제의 개혁방향에 관해 대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미국UCLA 교수)가 당시 자신의 견해가 잘못됐음을 사실상 시인하는 글을 최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인이여 이제는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자”란 제목으로 ‘사피오’ 최근호에 실린 글에서 오마에는 김대통령에 대해 “5년 동안에 경제를 V자 회복시킨 희대의 명대통령”이라고 극찬하면서 “한국인은 떠나가는 김대중씨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전 그는 김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시키는 대로 나라를 해체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그의 최대 실패라고 후세 역사가들은 낙인찍을 것”이라고 혹평했었다.

그러나 오마에는 이번 글에서 김대중 정부의 5년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면서 ‘한국경제를 부흥시킨 것은 김대통령의 공적’ ‘세계에서도 5년 동안에 이렇게까지 바꿔놓은 대통령은 거의 예가 없다’는 등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렸다. “나는 김대중씨를 신랄하게 비판했었지만 여기에서 깊이 사과하고자 한다”고 ‘반성’도 곁들였다.

오마에가 4년 전 전개한 ‘김대중 비판’의 핵심은 재벌개혁 문제였다. 김대중 정부가 재벌해체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대신할 새로운 기업이 출현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한국기업의 경쟁력 약화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글에서 재벌해체 정책을 한국경제가 부활한 4가지 이유 중 하나로 들면서 “살아남은 재벌은 구조조정과 경영개혁을 진행해 이전보다 강하게 됐고, 재벌기업에서 대량의 인재가 흘러나와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다”며 그 긍정성을 평가했다. 그는 “살아남아 더욱 강해진 재벌의 총수들은 결코 김대중씨에게 감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혁명적 신용카드 이용 촉진책 실시 등 내수확대 ▲금융개혁에 의한 부실채권 처리 가속화 ▲중국을 경제적으로 잘 이용한 것 등을 한국경제 부활의 이유로 들면서 “한국은 아시아 경제위기에 빠진 나라들 중 유일하게 V자 회복을 그리며 부활했다”고 감탄했다.

“그 결과 혼미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전망이 좋아졌다”면서 “장거리 트랙경기로 친다면 일본보다 2바퀴 정도 뒤져있던 한국이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다가온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도쿄〓이병선특파원 lee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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