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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는 세가지 의미가 있다. 사회학적, 역사학적, 그리고 문명적 관점에서이다.

하나는 사회학적인 의미인데 마르크스가 임의로 규정한 것이다. 원시 사회주의 단계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 공산주의 단계로 발전하는데 공산주의로 가는 것이 진보라는 것이다. 이건 헛소리이므로 쳐줄 필요가 없다.

두번째는 역사학적인 의미인데 여기서 역사발전에는 일정한 법칙과 방향성이 있다는 전제로 진보라는 개념이 유의미하게 성립한다. 역사가 제멋대로 굴러간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진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는 문명의 진보인데 일단 과학기술의 발전, 지식의 증가, 도시와 문화의 발달 등을 진보로 규정할 수 있다. 도교주의자나 유나바머와 같은 반문명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문명의 진보 또한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진보를 인정하고서야 이 논의가 성립될 수 있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세번째 문명의 진보이고 두번째 역사학적 의미는 상당수의 반론이 가능하고 첫번째 사회학적 의미는 약간의 참고는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보는 일단 문명의 진보로 이해해야 토론이 가능하다. 즉 진보하였다는 것은 발달된 과학기술과 문화제도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그럼 여기에서 신권강화가 진보적인 것인가요? 왕권강화가 진보적인 것인가요?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없다면 진보와 보수를 가름할 수 없다. 보통 상업이 발달하면 신권이 강화되고 농업이 발달하면 왕권이 강화된다. 조선초기 왕권강화는 농업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목면의 전래와 양잠업의 증가로 면포와 비단 생산이 증가한만큼 국가의 세수가 증대된 것이 왕권강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조선초기 왕권강화는 역사의 진보로 볼 수 있다.

>>3. 정조가 암살된 후, 왕권이 급격하게 쇠락하고 안동권씨 외척등 신권이 강화되게 됩니다.

조선후기 왕권강화는 대동법의 시행 등에서 보듯이 모내기와 깊이갈이, 광작의 확산으로 인한 농업생산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소작농체제에서는 양반이 득세하고 있으나 소작농이 붕괴하고 자작농이 증가하면서 세수가 증대하고 왕권이 강화되었다. 역시 진보다.

>>이후, 돈으로 벼슬을 하는 매관매직을 하다가 결국은 주권을 일본에게 내주게 됩니다.

조선 말기 왕권의 붕괴는 상업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역시 진보로 볼 수 있다.

>>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발달된 일본에게 주권을 내주게 되는 것이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국가를 기준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서구문명이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즉 문명의 확산 관점에서 진보임이 분명하다.

>> 선진 일본문물이 들어와 식민지 조선의 철도 항만등을 개발하지 않습니까. 이게 진보입니까 퇴보입니까?
문명의 관점에서 진보임이 분명하다.

>>4. 산별노조가 정치권력을 꾸준히 장악해 들어가고 노동자들이 정치세력화되는 것들이 진보입니까? 역사의 퇴보입니까?

당연히 진보다.

5. 동학농민군이 부패한 봉건권력에 맞서 일어선 것은 역사의 진보입니까? 퇴보입니까?

당연히 진보다.

6. 과학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한 복제인간의 출현은 역사의 진보입니까? 퇴보입니까?

과학기술의 진보이다.

왕권과 신권과의 관계를 피상적으로 보는 이인화류의 헛소리에 현혹되어서 안된다. 그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산업구조의 재편을 보아야 한다. 신라후기 왕권의 약화는 상업의 발달 때문이다. 고려초기 왕권강화는 철기농기구 보급의 확대에 따른 농업의 발전 덕분이며 고려중기 무신의 난을 전후로 한 왕권의 약화는 상업의 발달 때문이다. 상업이 발달하면 왕권이 약화되고 농업이나 공업이 발달하면 왕권이 강화된다. 이는 동서고금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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