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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368 vote 0 2018.03.04 (22:42:08)

     

    완전성으로 시작하라


    우리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곧 강한 것과 약한 것으로 이분하여 바라보지만, 세상은 실로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또 세상을 선한 것과 악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으로 나누어 바라보기도 하지만 공허한 관념들이다. 세상에는 오직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이 있을 뿐이다.


    완전한 것만 복제되고 씨앗이 싹트는 것이며 불완전한 씨앗은 싹트지 않는다. 남자와 남자가 결혼해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 그것은 불완전하니 실패다. 에너지는 처리되지 않았다. 사건은 원인에서 결과까지 에너지 순환 1사이클을 말한다. 이것이 사건의 의미라는 점이 각별하다. 다이아몬드가 완전하다거나 혹은 황금이 완전하다는 말도 있다.


    불순물이 없는 투명한 다이아몬드나 혹은 24K 순금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완벽이라는 말도 있다. 화씨지벽은 흠이 없는 완전한 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사건의 완전성에서 빌어온 가짜다. 사건의 완전성이 진짜 완전성이며 사물의 완전성은 사건의 완전성 개념을 빌어 유추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원래 없다.


    노무현도 완전하지 않다. 노무현이 일으킨 사건이 완전할 뿐이다. 이상주의자는 완전성을 추구하지만 황금비례니 완전수니 뭐니 하여 사물에서 그것을 찾는다면 실패다. 완전성 개념은 고대의 제사에서 시작되었다. 제사를 지낼 때는 몸에 상처가 없는 동물을 신전에 바치게 되어 있다. 병든 양이나 상처 입은 양이나 죽은 양을 가져오면 곤란하다.


    saint라는 말은 원래 몸에 상처가 없다는 의미였다. 결함이 없는 존재가 성자다. 인간이 어찌 결함이 없겠는가? 완전성은 집단의 대표성에서 비롯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신부가 결혼할 때는 화장을 하는게 정상이다.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정상이다. 그게 대표성이다. 솔직하게 말한다고 탁현민처럼 막 떠들면 곤란하다.


    그런 거리낌 없는 행동은 상대를 무시하는 무례행동이다. 그 행위가 탁현민을 대표할 수 없는 것이다. 완전성이란 프로토콜을 말한다. 사전 통신규약이다. 어떤 둘이 연락할 때 미리 암호나 규칙을 정해놔야 한다. 완전성은 말하자면 통제가능한 상태다. 컵은 손잡이가 있어야 하고 자동차는 시동이 걸려있어야 하고 생물은 호흡하고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실린 동적 상태여야 한다. 황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완전할 수 없으니 자체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미녀, 완전한 남자, 완전한 히어로 같은건 없다. 그것은 사건이 아닌 사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술을 통하여 완전성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가 있다. 완전한 음악, 완전한 작품은 분명히 있다. 예술은 사건을 격발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작동시키는 근원은 에너지 효율성이니 강자의 완력에 의한 물리적 제압이 아니라 사건의 완전성에 의한 대량복제로 달성된다. 강자가 약자를 때려눕히고 이겨봤자 약간의 에너지를 취할 뿐이다. 사자가 토끼를 이겨봤자 몇천 칼로리 영양소를 빼앗을 뿐이며 그걸로 오래 못 간다. 들판에 사자만 있는게 아니라 사슴도 있고 토끼도 있다. 


    사슴과 토끼는 약하지만 완전하다. 사슴은 사슴으로 완전하고 토끼는 토끼로 완전하다. 자기 포지션에서는 각자 완전하다. 그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환경과 넉넉히 소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자는 여자대로 완전하고 남자는 남자대로 완전하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 최적화되어 있다. 사람은 지상에 최적화되어 있다. 주어진 환경에 맞다.


    그럴 때 사건 안에서 에너지가 통제되니 에너지의 망실이 없고 에너지가 보존된 만큼 대량복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완전하다. 이것이 우주를 꾸려가는 최종원리다. 최초의 아담과 이브는 완전했으니 병자가 아니었고 네눈박이도 아니었고 꼬리가 달려있지도 않았다. 사실은 몸뚱이가 완전한게 아니라 자식을 낳아 전달한 사건이 완전한 거다.


    완전성은 절대성이다. 우리는 세상을 상대성으로 이해하지만 틀렸다. 상대성도 약간의 에너지는 있으나 운동에너지다. 위치에너지가 진짜다. 운동에너지도 취할 수 있으나 방향이 맞아야 쓸 수 있다. 위치에너지는 방향을 맞출 필요가 없으므로 언제나 쓸 수 있다. 상대적인 것은 대칭적이다. 상부구조의 완전성이 하부구조의 대칭성을 통제한다.


    강자와 약자, 선한 것과 악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은 대칭적이다. 환경에 따라 약자가 강자 되고 나쁜 것이 좋은 것 되고 그른 것이 옳은 것 되고 변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된다. 그러므로 상대성은 항상 조건이 걸린다. 조건부로 써먹는 거다. 완전성은 항상 맞다. 항상 사용이 가능하다.


    완전성은 자궁이니 낳는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온다. 대칭성은 완전성의 자궁 안에서 조건부로 기능한다. 쓸모있는 것은 대개 대칭적이다. 통제가능하게 되어 있다. 단, 에너지가 없다. 차는 좋은데 운전수가 없다. 말은 좋은데 길들지 않은 야생마다. 옥은 좋은데 가공되지 않았다. 사물은 좋은데 사건이라야 진짜다. 에너지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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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3]형비

2018.03.05 (09:39:48)

머리와 등에서 소름이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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