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20130 vote 0 2002.12.19 (19:51:15)

팍삭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이번 선거전에서 저는
웃기고 자빠진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배신, 약속, 배신, 약속, 배신 또 배신
갈데 까지 가서 변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 뻔뻔스런 군상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아서
이제는 저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민석이의 배신이야 그렇다손치더라도
2시간 남겨놓고 몽이 배신 때렸을 때는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차안에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받고
"야! 농담하지마."
이런 일은 진짜 911 테러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911 테러날도 저는 말했거든요.
"야 장난 그만쳐! 썰렁하다구! 하하하"
그날 저는 늦잠을 잤는데
9시 30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출근해서야 그 사건이 밤새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으아~!

2시간을 남겨놓고 몽의 배신
철저한 작전입니다.
우발적으로 삐쳤다?
저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애들 장난하자는 겁니까?
완벽하게 계산된 것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멸!
이 세상이란 것이 과연 내일 하루를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환멸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이렇게 닳아버린 것이
언젠가 재충전이 될 수 있을는지
아니면 영영 닳고 닳은 인간으로 빛 바래어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으로규의 25시적 상황,
믿지 말라!, 기대하지 말라!, 차라리 체념하라!, 냉정하게 현실을 보라!
최저의 기대치로 기준을 세우라!
안다 다 안다구!
거듭 자신과 약속을 하지마는
나모 모르게 은근히 기대하게 되고
철없는 신뢰를 보내게 되고
그 기대는 또 다시 냉정한 배신으로 돌아오고..!

그래도 오늘 승리했으니 되었습니다.
이런 승부는 아마 내 인생에 두번 더 없을 것입니다.

노태우 김영삼 때 저는 투표도 안했습니다.
기대할 것도 없었지요.
김대중 때는 처음 투표했지만
지역대결이 거의 결정하였고
네티즌은 선거전에 별로 기여는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은 진짜 네티즌이 만든 대통령이겠습니다.
아마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승부는
내 인생에 두번 다시는 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신경쓰지 않아도
대한민국 저절로 다 잘 되겠죠.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까?
노무현인데 뭐!

몽도 떼내었겠다.
겁날 것도 없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1036
공지 지정학의 의미 김동렬 2024-12-23 4653
589 김용옥 피투성이가 되다 김동렬 2003-01-21 14572
588 서프라이즈 출판기념회 사진 image 김동렬 2003-01-20 19131
587 이회창은 과연 돌아오는가? 김동렬 2003-01-19 14418
586 이회창은 언제 복귀할 것인가? 정답..413총선 직전에 복귀한다. 김동렬 2003-01-18 16414
585 노무현은 징기스칸에게 배워라! 김동렬 2003-01-16 16335
584 한화갑의 내각제 논의 문제있다. 김동렬 2003-01-14 18352
583 조선일보 김대중편집인 아직 안죽었구나? 김동렬 2003-01-14 15844
582 박노자도 모르는 한국 한국인 김동렬 2003-01-13 12685
581 박노자의 글을 읽는 법 김동렬 2003-01-10 20211
580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라" 김동렬 2003-01-10 20293
579 노무현호의 개혁철학 image 김동렬 2003-01-10 18530
578 추미애총리 정동영대표 체제는 어떠한지요? 김동렬 2003-01-08 16490
577 나라가 흥하는 일곱가지 법칙 김동렬 2003-01-07 16113
576 김대중은 성공한 대통령이다? image 김동렬 2003-01-06 18080
575 범대위와 앙마 누가 옳은가? 김동렬 2003-01-05 18599
574 촛불은 올리고 깃발은 내려라! image 김동렬 2003-01-01 16914
573 볼만한 그림(펌) image 김동렬 2003-01-01 15641
572 핵 위협 - 후진타오와 노무현의 담판으로 간다. image 김동렬 2002-12-31 13831
571 낮의 촛불을 켜고 한나라당을 찾습니다. image 김동렬 2002-12-30 15317
570 왕권과 신권에 대한 이해와 오해 김동렬 2002-12-29 18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