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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531 vote 0 2017.12.26 (15:34:50)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하나 골랐는데 문제가 있다. 그 사과는 벌레먹은 사과다. 그 사과를 버리고 다른 사과를 고르면 된다. 문제해결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대개 문제가 되는 대상 자체에서 답을 찾으려들기 마련이다. 이 전략은 항상 성공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일 때다. ‘내겐 문제가 있어. 난 나쁜 사람인가봐.’ 이렇게 되면 답이 없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풀리지 않는다. 원자론적 관점의 폐해다. 뉴턴은 원자를 정의하기를 관통되지 않고 나눌 수 없는 단단한 것이라고 했다. 원자가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단단하고 관통되지 않고 나눠지지 않으니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는게 힘들다. 구조론은 좋은 소식이다. 구조론은 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주변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다. 


    '난 문제가 없어. 문제는 주변환경이야.' 이렇게 되면 답이 나온다. 문제를 풀 수 있다. 관계를 조정하면 된다. 환경을 개선하면 된다. 구조의 문제는 단단하지 않고 관통될 수 있으며 나눌 수도 있다. 문제를 풀 수 있다. 구조주의자라면 문제를 포착했을 때 먼저 그 대상이 아니라 주변을 본다. 개에게 문제가 있다면 환경을 개선하고 서열을 조정하면 된다.


    EBS 세나개의 강형욱 훈련사가 밝혔듯이 대개 개주인에게 문제가 있다. 어린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역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대개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이 불행하다면 그 사람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해줄 수 있다. 치유된다.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대개 해결된다.


    우울증에 걸린 가수가 상담을 해오면 역시 환경개선을 제안해야 한다. 이사를 가고 직업을 바꾸고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다양한 해결책이 나와준다. 국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민족성을 탓한다. '일본인은 부지런하고 단결이 잘 되는데 한국인은 게으르고 단결이 안돼서 문제야.'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답이 없는 거다. 사람탓은 참으로 고약하다.


    국가는 외교를 잘하면 된다. 대부분 내부통제 목적으로 외세배격을 주장하며 고립주의를 추구하다 외교가 망해서 망한다.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구조가 잘못 세팅되었다. 가난한 나라들은 외부와 연결되는 항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의 스탄나라들이 그렇다. 카자흐스탄이나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들이다. 지정학적 구조 역시 구조다. 


    구조개선이 해답이다. 러시아처럼 남쪽으로 진출하여 항구를 얻거나 혹은 항구가 있는 나라와 사귀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형태로 예비자원을 확보하여 환경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또 중앙집권과 지방분권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집단의 의사결정구조 개선책이다. 대부분 답없는 소리를 한다. '한국인들은 열등한 민족이야.' 이러면 답이 없다. 


    춘원 이광수의 친일논리다. 독일인은 근면해. 중국인은 배신해. 한국인은 열등해. 일종의 숙명론이다. 식초는 시고 간장은 짜고 설탕은 달다. 이는 본성이다. 어쩔 수 없다. 세상에 싱거운 소금은 없다. 달지 않은 설탕도 없다. 시지 않은 식초도 없다. 한국인의 본성이 게으르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포기하고 이민가야 한다. 구조는 그러한 본성을 부정한다. 


    민족성은 역사적 경험칙일 뿐 본질적 원인이 아니다. 누구든 주인이 되면 부지런해지고 노예가 되면 게을러 진다. 군대 가보면 안다. 일을 열심히 하면 '너 일 잘하는구나.' 하고 더 많은 일을 시킨다. '저 아픈데요.' 이러면 혹시 사건이 터져서 문책당할까봐 열외시켜 준다. 국군병원에 가보면 환자 절반은 꾀병환자다. 특히 정신과는 대부분이 꾀병이더라.

 

    하긴 군병원까지 와서 꾀병을 부리는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긴 있다. 노예가 게으런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지런하다간 골병들어 죽는다. 살길 찾아야 한다. 주인은 일하다 피곤하면 쉬면 되지만 노예는 그런거 없다. 일 잘하면 더 많은 일감이 몰린다. '민족성에 문제가 있어.' 이건 원자론적 관점이다. 구조주의는 역시 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정조가 통신사 끊고 청나라에 외교권 바친 이래 의사결정을 하지 않게 되어 노예가 되어간 것이다. 구조가 문제다. 구조는 둘이다. 자연의 지정학적 구조와 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지정학적 구조는 간단히 항구를 만들면 된다. 러시아는 항구를 찾아 흑해의 크림반도로 내려왔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선포하고 중앙아시아의 스탄나라들을 회유한다.


    나름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도 역시 답을 찾은 것이다. 막힌 곳을 뚫고 끊긴 것을 이었다. 한국 역시 남북통일이 답이다. 러시아와 가스관 연결해야 한다. 이는 자연의 구조개선이다. 의사결정구조 개선도 중요하다. 중국은 민주화를 해야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 놔두면 국부를 외국으로 빼돌린다. 막으면 비트코인을 쓴다.


    비트코인도 못하게 막는다. 이래저래 틀어막다가 결국 제 팔다리를 다 자르게 된다. 인간은 언제라도 대칭을 찾는다. 에너지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내부에 대칭구조가 없으면 외부와 대칭시키고 외부와 대칭시킨다는 것은 외부로 나간다는 것이며 곧 돈을 외국으로 빼돌린다는 뜻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로 죽의 장막을 완전히 철거하기 어렵게 되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구조에 답이 있다. 주변환경이 좋지 않으면 이사를 가야 한다. 이는 개인의 지정학적 구조다. 의사결정구조의 실패는 성차별이나 인종주의나 다문화혐오나 이런 거다. 서로 차별하고 미워하면 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에 히키코모리가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나 원조교제가 성행하는 것이 그렇다. 대부분 가족과 사이가 틀어져 있다. 


    특히 일본은 엄마와 딸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원조교제를 한다. 건물구조부터 잘못되어 있다. 부부가 각방을 쓰는게 그렇다. 일본 건물은 복도가 있어서 가족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자녀가 이성친구를 사귀어 집으로 부를 때를 대비한 프라이버시 존중이라고 하지만, 그러다가 히키코모리가 된다. 부족에서 가족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학생은 공부를 잘할 것이 아니라 좋은 동료를 얻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개인은 막연히 행복을 추구할게 아니라 집안도 청소하고 교통질서도 지키고 화단도 가꾸어야 한다. 도시도 깨끗해야 하고 시골도 아름다워야 한다. 깨진 유리창효과라고 한다. 주변환경이 지저분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환경에 맞추어 퇴행하게 된다. 그게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남들이 가난하게 사는데 혼자만 부자이면 무의식적으로 가난한 주변에 맞추어 도덕적 타락을 일으킨다. 복지를 강화해서 고루 잘살지 않으면 인간이 개된다. 이는 본성인데 본성은 원자론적 관점이다. 구조론이 입자 혹은 원자를 전면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본성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질, 입자, 힘, 운동, 량 순서다. 질이 먼저이고 입자는 다음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수순이 있다. 구조개선을 먼저 하고 그래도 안 되는 안철수들은 본성을 탓해야 한다. 첫째가 지정학적 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갈아타는 구조개선이며, 둘째가 교육을 통한 본성계발이고, 셋째는 힘으로 제압하기, 넷째는 운동으로 훈련하기, 마지막 량으로 매질하기는 교도소 처분이다. 이는 에너지가 전개하는 순서대로다.


    에너지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곧 엔트로피다. 집단의 상호작용 총량을 늘려가야 한다. 패션이든 트렌드든 변화된 환경을 열심히 따라잡아야 한다. 그럴 때 에너지의 흐름이 가닥을 드러낸다. 방향성이 나타난다. 화음이 맞고 호흡이 맞고 앙상블이 맞아진다. 저절로 잘하게 된다. 집단 중에 한 명이 잘하면 모두가 잘하게 된다. 한 반의 60명의 학생이 있다. 


    한 명이 요즘 뜬다는 신곡을 부르면 얼마 안 가서 모두가 그 노래를 부르게 된다. 좋은 거다. 반대로 한 명이 컨닝을 하면 모두가 컨닝을 하게 된다. 그게 에너지의 결이다. 에너지는 결따라 간다. 남들이 부르는 신곡을 나도 불러야 동료와의 대화에 끼일 수 있다.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기다. 남이 부동산투기를 하면 나도 부동산투기를 해야 손해보지 않는다. 


    이런 에너지 흐름의 방향성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결따라 가면 된다. 의도적으로 이런 흐름을 조직하고 조율하고 운용할 수 있다. 연주하고 박자 맞추고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손발이 척척 맞아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규칙으로는 이게 되는데 낡은 규칙으로는 안 된다. 손자 기준에 맞추면 가족간에 화음이 맞는데 할배 기준에 맞추면 망한다.


    그것이 엔트로피다. 사건이 진행하여 가는 결을 찾아야 한다. 고기를 자르더라도 결따라 칼날을 넣어야 하고 장작을 패더라도 결맞음이 되게 도끼를 내리쳐야 한다. 구조에서 답을 찾기로 하면 이렇듯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긴밀해지고 풍성해진다. 세상을 입자가 아닌 구조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대상이 아닌 관계를 보는 훈련이 요구된다.


    사과를 보지 말고 사과나무를 봐야 한다. 자동차를 보지 말고 신호등을 봐야 한다. 사람을 보지 말고 세력을 봐야 한다. 문재인을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오류이고 문재인을 당선시킨 중산층의 권력의지를 보는 것이 세력을 보는 것이다. 문빠타령 하다가 깨지는 기레기들이 그렇다. 봐야 하는 것은 에너지의 방향성이며 소실점을 봐야 방향성이 보인다. 


    대상을 보면 소실점이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의 흐름을 보면 소실점이 보인다. 결이 보인다. 결을 읽어야 한다. 결맞음과 결어긋남에 민감해야 한다. 들어가는 박자와 빠지는 박자를 알아채야 한다. 여기에 맞게 거대한 발상의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깨달음이 필요하다. 민족성을 고칠 이유가 없다. '다 내 잘못이야!' 하고 자책할 이유는 없다. 성찰하지 말라.


    사과할 필요없다. 진정성 필요없다. 다만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트러블이 있어도 치고나가는 과정에 다 용해된다. 당신이 무언가를 잘못했거나 혹은 동료에게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꼬인게 아니고 둘이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틀어진 것이다. 둘이 한 배를 타지 않아서 리듬이 깨진 거다. 토대를 공유하지 않은 잘못이다. 


    만약 서로 토대를 공유하고 둘이 한 배를 타고 하나의 방향을 바라본다면 결맞음이 일어난다. 결이 맞으면 잘못해도 그게 애드립이 되어 더 재미지다. 더 흥이 난다. 더 귀엽다. 사람이 실수를 저질러도 배의 복원력에 의해 저절로 해결된다. 가속도가 붙으면 어지간한 트러블은 그냥 치고 나간다. 돌파한다. 분위기를 바꾸는게 중요하다. 도덕군자 필요없다. 


    나설 때 나서주고 빠질 때 빠져주면 된다. 흥을 돋우면 된다. 그것은 천하와의 의리다. 인맥을 의식하고 패거리들 사이에서 조폭의 의리를 추구하면 기레기들처럼 망한다. 공자는 의리를 제시했다. 의리는 천하와의 의리다. 공자가 구조의 답을 제시했다. 공자가 이미 구조를 말했는데도 사람은 도덕성타령하며 원자를 찾는다. 그들은 깨닫지 못한게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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