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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507 vote 0 2017.12.12 (21:40:56)

     

    비트코인의 핵심원리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둔 사이트가 많으니까 잠시만 검색해보면 원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괜히 헷갈리게 설명해놓은 게 많다. 비트코인 채굴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걸로 되어 있다. 과연 수학문제를 푸는 것인가? 괜한 말이다. 그냥 숫자를 맞춰봐서 로또처럼 당첨시킨다.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더 많은 복권을 긁으면 된다. 1억 개 긁을 때 하나꼴로 당첨된다면 1분에 1억 번 즉석복권을 긁을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돌려야 한다. 혹은 로또가 당첨되었는지 번호를 대조해봐야 하는 데 매우 빠르게 대조해야 한다. 많은 컴퓨터가 연합해서 세력을 이루면 쉬워진다.


    채굴그룹에 소속된 컴퓨터 중 하나에 비트코인이 당첨되면 나눠먹기를 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얼마든지 잘게 분할할 수 있으니까. 해킹이 안 되는 원리는 비잔틴 장군의 문제니 뭐니 하며 어렵게 설명해 놨는데 헷갈리기 딱 좋다. 뭐 간단하다. 뭐든 조작하려면 시스템을 멈춰 세워야 한다.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형태로 24시간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예컨대 8시 정각에 획득한 장부를 훔쳐서 데이터를 조작했다 치고 그 장부를 다시 원위치에 갖다 놓으면 된다. 그런데 공간이 아닌 시간에 갖다 놓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비트코인은 최신장부만 인정하는 구조다.


    장부를 조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서 시간을 멈춰 세우지 않는 한 원위치에 둘 수 없다. KTX가 광명역에 섰을 때 장부를 훔쳐서 원위치에 두려는 찰나 KTX는 대전역에 가 있다.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부품을 빼갈 수 없다.


    은행의 현금수송차를 털려고 해도 어떻게든 자동차를 세워야 한다. 은행돈을 훔칠 수 있는 것은 금고가 공간의 어느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있으면 훔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장부가 복제되어 공유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채굴과 작업증명을 통해 시스템을 멈추지 않는다.


    장부를 조작하려면 모든 KTX 정거장에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 51퍼센트의 컴퓨터파워에 자기편을 심으면 조작이 가능하다. 고성능 컴퓨터에 가상의 채굴자 1천만 명을 심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비트코인의 세력이 커져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구조론과 비슷하다.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라는 다섯 개의 체인이 돌아간다. 세부적으로는 3125개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순서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끼어들 수 없다. 이기려면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므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게임에 가담하면 이미 입자포지션에 와 있는 거다.


    구조론은 질로 시작하는 쪽이 이기는 구조다. 즉 어떤 사람이 무언가 인지하고 개입하려고 하면 량 포지션에 가 있다. 말하자면 안철수가 민주당을 훔치려면 일단 민주당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발견된 상태는 질의 단계가 지났다. 바텀포지션이 되어 있다.


    버스가 출발한 후에만 버스를 발견할 수 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는 버스를 발견할 수 없으므로 안철수는 탈당하여 자기 버스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지금 버스를 만든다면 이미 민주당 버스는 부산까지 달려가 있다. 늦어버리는 것이다. 정직한 쪽이 무조건 이기는 구조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큰스님과 동자승이 선문답을 하면 무조건 큰스님이 이기도록 세팅되어 있다. 언제나 문제를 내는 쪽이 이기는 구조다. 답을 하려면 문제를 발견해야 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입자가 되어 있으니 선수가 아니라 후수다. 다른 사람의 나와바리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무조건 지는 구조다.


    목포가 빠른가 제주가 빠른가 하고 문제를 냈다. 목포가 빠르다고 답하면 비행기로 갈 건데? 제주가 빠르다고 답하면 KTX로 갈 건데? 질문에 대답하면 무조건 지는 거다. 문제를 내는 쪽이 이긴다. 반란군은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왜?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언제나 상부구조에 있다.


    문제를 내는 쪽에 에너지가 있다. 의사결정권이 있다. 문제에 대한 해석권이 있다. 저작권이 있다. 특허권이 있다. 선점권이 있다. 김삿갓이 말했듯이 시야비야 개오자라. 내 글에 토 달면 다 내 아들이다. 내가 확보한 에너지원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제본은 원본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의사결정에너지가 큰 쪽이 이긴다. 동원력이 높은 쪽이 이긴다. 프레임이 센 쪽이 이긴다. 조중동이 언제나 프레임 걸기로 맞서지만 프레임 승부는 동원력으로 나는 것이다. 진보가 동원력이 더 높다. 진보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오기 때문이다. 진보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문제를 내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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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귤알갱이

2017.12.12 (23:43:40)

"내 글에 토 달면 다 내 아들이다."

인정합니다. 스웩 지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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