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829 vote 0 2017.11.02 (18:45:36)

 

   에너지는 맞선다.

   
    세상이 에너지로 되어 있다는건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누구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자기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세상을 통제하는 것은 게임이다. 세상은 양자역학적 확률에 지배되지만 게임은 확률이 낮은 것을 제껴버린다. 양자역학의 여러 현상은 인간을 당혹하게도 하고 혹은 황홀하게도 한다. 양자역학은 기계처럼 톱니가 딱딱 들어맞는 우주관을 깨부수고 물처럼 부드러운 세계관을 제시하지만, 그 부드러운 물이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돌아간다는 아이러니.


    세상은 절대주의 기계론에서 확률적인 상대론으로 갔다가 다시 확실한 기계론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 기계는 업그레이드된 기계다. 불확실한 확률이 기계보다 더 정확하며 오히려 기계를 넘어선다. 그게 게임이다.


    기계론으로 가면 한국팀은 절대 축구로 브라질팀을 이길 수 없다. 손흥민은 메시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확률론으로 가면 혹시 한번쯤 기적이 일어나 한국이 브라질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못 이긴다. 그게 게임의 법칙이다. 기계는 어쩌다 고장날 수 있지만 게임은 고장나지 않는다.


    한국팀과 브라질팀이 붙으면 도박사들은 브라질팀에 베팅한다. 브라질의 승리가 결정된다. 배심원들의 판단을 참고하면 혹은 숙의민주주의를 하면 이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천만에! 안 나온다. 배심원 중에 이상한 넘이 끼어 있어서 살인왕 심슨이 무죄를 받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안 일어난다. 배심원 숫자를 충분히 늘려두기 때문이다.


    세상을 게임으로 이해하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맞대응이다. 우리는 진보나 보수를 기차 철로처럼 궤도를 선택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런게 아니다. 게임은 집요하게 맞대응한다.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따라가며 대응한다. 진보는 집요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센 쪽이 이긴다. 진보는 젊고 젊은이는 에너지가 세므로 이기는 것이다.


    진보는 평화를 선택하고 보수는 전쟁을 선택한다는 식으로 선택한다는 관점은 양자역학적 이해가 아니다. 에너지의 이해가 아니다. 진보는 대응한다. 정은이 전쟁으로 나오면 전쟁으로 맞대응한다. 진보가 전쟁을 회피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에너지로 판단한다.


    진보의 답은 에너지의 통제가능성이다. 무엇인가? 재벌도 통제되어야 하고 군부도 통제되어야 하고 뭐든 통제되어야 한다는게 진보다. 무작정 자유를 외치는 게 아니라 존엄을 해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는 통제되어야 한다. 차별할 자유, 깽판칠 자유, 일베충 자유는 없다.


    진보는 평화도 통제하고 전쟁도 통제한다. 전쟁을 통제한 결과 평화를 얻는 거지 전쟁을 회피하고 도망쳐서 평화를 얻는게 아니다. 완전히 다른 관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 신세계로의 항해는 즐겁다.


   0.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677 똥개는 무죄 인간이 유죄 김동렬 2006-05-03 11738
2676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image 3 김동렬 2013-05-03 11739
2675 화폐가 먼저다 image 2 김동렬 2018-04-05 11744
2674 자투리 이야기 6 김동렬 2011-04-24 11748
2673 구조론적 센스 훈련하기 image 9 김동렬 2012-05-03 11752
2672 철학의 질문 백가지 예 3 김동렬 2009-08-10 11753
2671 유시민이 어때서? 김동렬 2007-05-21 11759
2670 천하인의 기개를 배우라 image 2 김동렬 2018-04-08 11761
2669 절대어를 훈련하라 image 7 김동렬 2012-02-16 11768
2668 사건은 닫혀있다. image 김동렬 2018-01-20 11772
2667 구조론을 대하는 자세 image 김동렬 2011-10-18 11773
2666 토론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김동렬 2002-10-14 11778
2665 첫 번째 패는 바꿔야 한다 5 김동렬 2014-09-25 11778
2664 복제를 깨달아야 깨달음이다 image 2 김동렬 2018-01-28 11778
2663 황란 제 2라운드 김동렬 2006-01-25 11787
2662 우주의 모형 image 1 김동렬 2013-10-01 11787
2661 에너지교육이냐 행복교육이냐 image 김동렬 2018-01-12 11789
2660 선비는 미학으로 말한다 image 3 김동렬 2018-05-01 11798
2659 Re.. 누가 이회창과 악수하며 손톱으로 긁었냐? 김동렬 2002-12-09 11799
2658 응답하라 인간들아! image 3 김동렬 2016-12-28 1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