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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856 vote 0 2017.10.19 (12:05:49)

     

    인간이 지식을 얻는 수단은 일차적으로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몸의 신체감관으로 들어오는 제한적인 정보를 뇌에서 가공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동물도 한다. 인간은 특별히 언어와 문자로 소통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결국은 관측이다. 관측은 관측자인 인간의 사정에 의해 제한된다. 다만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지식은 과학에 의지하고 과학은 수학에 의지한다. 수학은 무엇에 의지하는가? 여기서 끝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다. 무릇 존재한다는 것은 호응한다는 것이다. 나는 네게 말을 건다. 너는 내게 응답한다. 응답하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모든 존재는 양자화된 존재다. 하나의 존재자는 하나의 의사결정단위다.


    호출하고 호응할 때 하나의 단위가 성립한다. 수학은 무엇에 응답하는가? 인간은 자연의 관측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관측한다는 것은 호응한다는 것이다. 자연이 인간을 호출하였다. 빛으로 호출하고 소리로 호출하고 냄새로 호출한다. 자연은 어떻게 인간을 호출하는가?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외력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외력이 호출하였을 때 응답한 것이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거기에 아무런 존재도 없는 것이다. 치명적인 것은 인간은 응답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자연이 먼저 있었다. 자연이 인간을 먼저 불렀다. 인간은 수동적으로 응답한다. 그 응답에 갇힌다. 그 응답에 제한된다. 언제나 응답하려고만 하므로 인간은 진리를 보지 못한다.


    선제대응해야 한다. 인간이 먼저 자연을 호출해야 한다. 내가 먼저 네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인간의 지식은 자연의 관측에 의지하고 관측은 과학에 의지하고 과학은 수학에 의지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수학은 인간이 자연의 호출에 응답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잣대로 계량하는 것이다.


    건너편을 보아야 한다. 호출하고 호응하는 대칭구조를 보아야 한다. 그 대칭구조를 징검다리 삼아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 세계는 다른 세계다. 연역의 세계다. 응답하는 포지션은 귀납이다. 인간의 모든 사유는 귀납이라는 근본적 한계에 갇혀 있다.


    과학도 수학도 귀납이다. 수학자의 계산은 연역을 쓰지만 소스는 귀납으로 조달한다. 무게와 부피와 각도와 길이와 수량을 잰다면 그 무게와 부피와 각도와 길이와 수량의 크기는 인간이 눈으로 본 크기다. 자연의 에너지가 스스로를 지탱하며 전개하는 절차는 관측되지 않는다. 무게는 지구의 중력이 당겨서 성립한다.


    지구가 어떻게 물체를 당기는지는 관측되지 않는다. 인간은 관측부분은 자연의 호출이 끝난 다음 응답부분이다. 이미 늦어버렸다. 존재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수단은 무엇인가? 존재를 지탱시키는 관성력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 부분은 인간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자연이 스스로를 호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관심없다.


    인간은 오직 포착한 것에만 흥미를 둘 뿐이다. 영화에 비유한다면 스크린에 비친 영화의 줄거리에 흥미를 가질뿐 영사기가 어디서 돌아가는지는 관심이 없다. 에너지가 스스로 의사결정하여 존재를 연출하는 과정에는 흥미가 없다. 요리된 음식의 맛에 집착할 뿐 커튼 뒤의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관심이 없다.


    인간은 근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21세기까지 잘 살아먹었다. 한계다.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누리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이건 1라운드다. 2라운드에는 다른 게임이 펼쳐진다. 보여지는 것을 관측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에너지를 조직하여 연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출자의 관점은 관객의 관점과 다르다.


    관점을 바꾸면 다른 것이 보인다. 세상을 연출자의 눈높이라 할 신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다른 것이 보인다. 100만킬로 고공에서 내려다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가 재미없는 이유는 줄거리를 쫓아가느라 설정놀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가 재미있는 이유는 설정놀이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설정놀이를 즐기게 되면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된다.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걸 이렇게 설정하면 저것도 연동되어 저렇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설정놀이가 참 재미있다. 블레이드 러너는 기계인가? 클론인가? 생물인가? 무생물인가? 그것은 작가의 설정에 달려있다. 하나가 바뀌면 모두 바뀐다.


    그 바뀌려는 지점에서 인간의 뇌는 극렬하게 반응한다. 예민해진다. 풍부해진다. 그럴 때 인간은 거대한 에너지를 취한다.


[레벨:5]김미욱

2017.10.21 (16:15:25)

다 이해는 못하지만 늘 뇌의 착각에 일침을 주는 글입니다. 자꾸 읽다보면 언젠가 깨달을 기회가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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