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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972 vote 0 2017.10.17 (14:50:34)

     

    수출주도 성장이냐 소득주도 성장이냐?


    수출주도 성장론이라는건 없다. 애초에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이 없다. 그런 말을 한 개나 돼지는 멍멍꿀꿀 있겠지만. 경제의 본질은 기술이다. 과거 소련은 영국공산당에게 기술을 얻어와서 1년에 20퍼센트씩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냈다. 가난한 농업국에서 단숨에 근대적 공업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때는 북한도 비슷했다.


    수출주도를 한 것도 아니고 소득주도를 한 것도 아니다.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이 있으면 다 되는데 기술이 없으니까 외국의 장비를 들여와서 쓰는 것이고 비싼 외국것을 바가지 쓰니까 달러가 필요하고, 달러가 없으니까 수출로 달러를 들여온다. 수출해봤자 가져오는 것은 종이에 적힌 숫자뿐인데 숫자를 먹을 수도 없고. 


    기술이 있어야 경제성장이 되는데 기술을 배우려면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한국의 50대 60대는 뇌가 굳어서 공부를 못한다. 젊은 인구가 늘어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성장을 이끄는 것은 먹는 것과 입는 것, 쓰는 것 기타등등 생활전반에 걸친 학습이다. 사는 게 바뀌어야 학습이 된다. 사는 것을 바꾸는 건 젊은이다.


    학습은 청년만 하는 것이니까 청년층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게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어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소득이 늘어야 문화가 바뀌고 삶과 문화가 바뀌어야 경제가 성장한다. 대학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문화공부가 필요하다. 재래식 화장실이냐 현대식 화장실이냐는 소득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화장실에서 똥 닦은 휴지를 모으는 기괴한 한국관습을 지키면 경제성장은 절대로 없다. 경제성장을 해서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고급문화를 학습해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시장이 빈약하고 매장자원이 없어서 임금따먹기 수출산업으로 갔지만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이다.


    다른 나라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중국경제나 일본경제에 수출비중은 작다. 경제성장 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학습능력이다. 북유럽, 독일, 일본, 중국 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나라들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학습주도 성장이 정확하다. 대학공부가 아니라 문화전반의 학습이 중요한 거다. 물론 대학교육도 기여가 상당하다.


    가난한 나라들의 특징은 항구가 없다는 거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 첨단도시를 세울 수는 없잖은가? 마찬가지로 한국은 인구가 적고, 매장자원이 없고, 서구권과 거리가 멀어서 수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며 이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일 뿐 경제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란과 미국이 티격태격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와 교섭해서 레바논까지 연결하면 유럽으로 가는 항구를 얻는다. 이 항구 하나를 봉쇄하기 위해 미국이 별짓 다하고 있다. 영국은 무려 300년 동안 러시아가 설탕을 얻지 못하게 흑해를 봉쇄하느라 별짓 다했다. 지리야말로 경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게 예컨대 농사지을 땅이 없으면 농업이 발전할 수 없다. 바다가 없으면 어업이 발전할 수 없다. 석유와 석탄과 철강이 없으면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 남미가 발전을 못하는 이유는 지구의 모든 지역과 절대적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남미나 북미나 같은 아메리카 아니냐 싶지만 자로 재봐라. 졸라리 멀다.


    뉴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9천킬로가 넘는다. 이건 천재지변과 같아서 어쩔 수가 없다. 한국도 세계경제 중심지인 유럽이나 미국과 거리가 너무 멀다. 유럽이라면 베를린에 있는 게 다음 주면 파리에 뜬다. 수출이 아니고 그냥 된다. 기술이 옮겨가는 것이다. 한국은 맥주 만드는 기술도 없어서 칭따오 마시는 판이다.


    한국은 선진국과 문화적인 교류와 사람의 이동이 없어서 기술북제가 안 되므로 수출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며 이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다. 기술의 이전은 절대적으로 사람이 옮겨가야 되는 거다. 고려청자도 중국 형님들이 강진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기에 된 것이며 일본도 조선도공을 잡아가서 된 거다.


    수출은 외환위기가 오지 않을 정도면 되고 그다음부터는 기술이다. 산업기술은 얼추 따라잡았고 핵심은 문화기술이다. 물론 산업기술도 아직 멀었다. 경운기로 밭갈이 하는 수준으로 농사짓는다고 할 수 있나? 농업기술의 격차는 매우 크다. 어업도 일본의 양식기술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기본적인 기술에서 안 되고 있다.


    치명적인 것은 문화기술이다. 최근 커피집이 늘고 편의점과 다이소와 아울렛이 호황인 것은 문화적인 진보다. 재래시장 살리기에 발목잡혀 있으면 발전은 없다. 한국인의 패션감각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할 수 있나? 이런 건 학습에서 결판이 난다. 그런데 이걸 누가 학습하는가? 노인들이 학습하는가? 안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말이 그런 거고, 본질은 문화가 바뀌어야 학습이 되는데 문화를 바꾸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거다. 한국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학습을 안해서 그렇다. 시골사람들은 한 달에 30만 원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 왜? 일체의 문화생활을 안 하면 된다. 자연인들이 그렇다. 이렇게 내핍으로 가면 경제성장은 없는 거다.


    서구를 따라잡으려면 서구와 대등한 수준에서 대화가 되어야 한다. 문화가 서로 섞여야 한다. 일본처럼 자진해서 왕따를 자처하고 외국여행도 하지 않고 혼자 놀면 학습이 멈추어 성장이 없다. 미국은 자기네가 문화를 주도하므로 자동학습이 된다. 문화를 주도하여 남을 가르치거나 아니면 문화를 배워 남을 따라잡거나다.


    어떤 것이 필요하면 그것을 만들면 된다. 문제는 기술이 없어 만들지 못하거나 아예 그게 필요없거나다. 기술을 학습하거나 아니면 필요를 학습하거나 어느 쪽이든 학습이 정답이다. 일본처럼 겨울에도 난방하지 않고 코타츠에 만족하면 필요가 없으니 성장은 없다. 일본처럼 경차에 만족하면 대형차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도 아파트에 만족하면 건축기술의 발전은 없다. 죽어라고 아파트만 때려짓는데 세계적인 건축상이 한국에 올 리가 없잖아. 기차에 만족하면 자동차가 필요없다. 네덜란드처럼 자전거에 만족하면 역시 자동차가 필요없다. 이렇게 필요를 계속 지워나가면 당연히 경제성장 없다. 등산복이나 입고 다니면 경제성장 없다. 


    지리적인 여건이 불리하면 타개방법은 수출뿐이다. 수출을 해서 외환위기를 막을 정도가 되었다면 다음은 학습이 중요하다. 학습이 멈추면 경제도 멈춘다. 할배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강제로라도 모아놓고 가르쳐야 된다. 관광버스 타고 단체로 등산 가는 아저씨 아줌마군단도 학습으로 막아야 된다.


    한국은 공부를 많이 해서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이며 쓸데없는 대학공부 말고 문화공부를 해야 한다. 대충 살기로 하면 성장은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95퍼센트는 쓸데없는 거다. 문화적 우위를 달성하려고 괜히 하는 거다. 괜히 해야 경제가 발전한다. 필요한 것만 딱 골라서 하니 공산당처럼 시스템이 망하는 거다. 


    경제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관성을 타고 간다. 학습이 그 관성을 유지한다. 원자론적 관점을 버려야 한다. 어떤 필요한 것을 조달하면 된다는 게 원자론 관점이다. 조달하고 난 다음에 망한다. 유기적인 연결상태를 계속 발달시켜 가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게 없으면 가짜필요라도 만들어야 한다. 가짜필요가 문화산업이다.


    중국인들은 화장실에 지붕과 칸막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했을까? 사실 그거 없어도 되잖아. 만리장성은 변의장성이라는 말이 있다. 만리장성에 화장실이 왜 필요해? 숲이 있잖아. 등산로 옆으로 새서 3미터만 전진하면 거기가 천연화장실이 아닌가? 더 이상 뭐가 필요해? 그걸로 만족하면 경제성장은 없다. 


    이런 식으로 필요를 계속 지워나가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제 망한다. 관성이 망해서 망한다. 유기적인 연결상태가 망해서 망한다. 뭐든 하나를 구하면 다른 것도 덩달아서 필요해진다. 그냥 10만 원짜리 접는텐트로 충분한데 침낭도 필요하고 야외용 의자도 필요하고 해서 이것저것 장비를 추가하게 된다. 


    결국 텐트 하나 쓰자는데 1000만원이 든다. 그 돈이면 그냥 호텔에서 자는 게 더 나을텐데 말이다. 그런 뻘짓을 해야 경제가 발전한다. 10만 원짜리 텐트로 만족하면 경제성장은 없다. 그럼 왜 한국인들은 천만 원씩이나 들여서 호화 캠핑장비를 사모을까? 장비를 사모아야 장비의 사용법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학습이 소비다. 


    천만 원짜리 캠핑장비를 모두 학습한 다음에는 더 이상 캠핑을 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 경제는 학습이다. 학습하려고 캠핑도 하고 낚시도 하고 별걸 다 하는 것이다. 좋은 옷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요즘 잘 팔리는 좋은 옷은 어떤 것인지를 학습하는 것이다. 최신폰은 어떤 기능이 있는지 학습하기 위해 2년마다 스마트폰을 산다. 


    학습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 지식을 생산하는 자가 이긴다. 한국은 아직 남이 만들어놓은 지식을 배우는 수준이다. 배우는 자 모드에서 가르치는 자 모드로 갈아타야 부자가 된다. 배우려고만 하는 즉 계속 배우는 자로 남아있게 된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볼일 다 보게 된다. 가르치는 자가 되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배우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주는 것이다. 남이야 뭐라든 우리는 당당하게 개고기 먹으면 되는거야. 이런 식으로 주체사상 망하는 거다. 신토불이는 망한다. 와인은 어떻게 마시는건지 배워야 경제가 산다. 일본은 작은 봉건소국으로 분열되어 있으므로 지역특산물을 학습하는게 있다.

 

   어느 지방은 뭐가 명물이고 어느 지역에서는 뭐를 먹어봐야되고 하며 복잡하게 규칙을 정해놓고 지들끼리 열공한다. 한국은 전주 한옥마을 한 번 가보고 아 여기는 이런 시스템이군 고개를 끄떡끄떡 그걸로 끝. 기껏해야 인사동이나 홍대입구나 가로수길 섭렵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다. 이 좁은 바닥에 학습할게 뭐있나 말이다.


    결론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은 학습주도, 문화주도 성장이다. 수출이 더 이상 전략이 안 되는 것은 달러와 무역흑자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달러 벌어봤자 해외여행 하면서 다 써버린다. 진짜 성장을 하고 싶다면 일본과 경제통합 하면 된다. 일본과 FTA도 안 하면서 성장운운은 비겁하다. 쉬운 길 놔두고 왜 어려운 길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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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눈마

2017.10.17 (23:27:30)

Arman Hammer의 자서전을 읽는 중인데, 레닌은 마르크스 및 영국 노동당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New Economic Plan을 했군요. 물론 NEP는 후에 미국, 일본, 한국에 적절히 수입되는군요.


http://www.laborsbook.org/dic/view.php?dic_part=dic01&idx=5096


물론, 공산주의의 폐쇄성으로 인해 진화가 안되어서 환경변화에 밀려 망했지만. 1900년도 초반에 전세계 (영프독미일중) 천재들이 파리 살롱에 모여서, 인류학부터 시작한 공산주의라 그래서 매도 되지만, 이 지적 유산은 21세기의 이 무도한 시대에 다시 적용되어야 합니다. 지금 좌파들은 수준이 너무 떨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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