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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01 vote 0 2017.10.05 (18:01:01)

     

    즐기는 자가 강하다


    이말년의 서유기에 나오는 뜬금 공자말씀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라는 구절이 있다. 논어 옹야편이라고. 재주있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자무카는 천재였고, 징기스칸은 노력했고, 수부타이는 즐겼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자무카는 힘이고 징기스칸이 입자라면 수부타이는 질이다.


    이 비유가 반드시 인물과 맞는 것은 아니다. 징기스칸은 자무카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수부타이는 징기스칸보다 13살 어리니 세대 차이가 난다. 징기스칸 안에 자무카도 있고 수부타이도 있다는 말씀. 인물의 차이가 아니라 전쟁양상의 차이, 삼국지도 초반에는 개인기로 일기토를 겨루지만 막판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지략대결로 간다. 총력전이다.


    전쟁기술자의 관점으로 보면 수부타이는 확실히 징기스칸을 능가했다. 더 총력전으로 가서 현대전에 가깝다. 이는 남북전쟁에서 셔먼이 애틀랜타에서 서배너 항구까지 조지아를 관통했던 바다로의 진군과 같다. 전쟁이 갈 때까지 가면 무자비해져서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부수게 된다. 적의 의사결정구조를 부수는 수부타이의 전쟁이 더 높은 레벨이다.


    어쨌든 징기스칸을 이긴 사람은 자무카뿐이다. 단순히 군사적 재능만을 논하면 자무카가 징기스칸보다 낫다. 군사적 재능은 항우가 유방보다 낫지만, 전쟁의 규모가 커져서 총력전으로 가면 정치력과 카리스마가 필요하게 된다. 유방이 항우를 이긴다.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 징기스칸이 앞선다. 그리고 더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 수부타이의 시대다.


    힘의 자무카 - 환경적응형 군사재능, 선택과 집중으로 이긴다.


    전쟁의 기본은 선빵에 있다. 자무카는 선제기습에 능하다. 기세를 활용하고 병사들에게는 적절히 보상한다. 여러 가지 환경적 조건을 맞추어 커다란 깔대기를 만들고 군대를 그 깔대기에 몰아넣으면 무적의 강군이 된다. 이 방법은 환경을 에너지를 쥐어짜는 깔대기로 이용하므로 환경이 변하면 쓸모가 없다. 이길 수 있을 때 제대로 이기는 능력이다.


    입자의 징기스칸 - 환경극복형 정치재능, 편제와 군율로 이긴다.


    명령계통을 확보하고 군율을 엄격하게 집행하며 결사대를 운용한다. 종교적 카리스마를 쓰고 고도의 훈련을 통해 잘 조직된 정규군을 편성한다. 막사에서의 의사결정이 일선에서 집행된다. 군대를 한몸처럼 통일시켜 군대가 가진 에너지의 백퍼센트를 끌어낸다. 환경을 깔때기로 쓰는 게 아니라 군대조직 자체를 큰 깔대기로 만들어 에너지를 뽑아낸다.


    질의 수부타이 – 환경지배형 전략재능, 우수한 자원으로 이긴다.


    막사의 평등한 시스템을 전군에 복제한다. 평등한 동료로 이루어진 질적인 차이가 있는 우수한 군대를 조직하고 창의적인 전쟁을 수행한다. 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우수한 의사결정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사전에 설계도를 공유하고 업무를 진행하듯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한다. 부대를 여럿으로 나누어 그 상황에 맞는 깔대기를 새로 만든다.


    구조론을 이해하는 핵심은 입자와 양자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입자는 견고하니 에너지가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 입자를 피해버리면 그만이다. 타이슨의 펀치가 세다하나 홀리필드가 피하면서 버팅으로 괴롭히면 방법이 없으니 화나서 귀를 물어뜯다가 망한다. 입자를 만들어 이기는 게 자무카 방법이다. 입자를 만들려면 환경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 환경이 안 맞으면 자무카도 방법이 없다. 자무카는 항상 징기스칸을 갖고 놀았지만 징기스칸은 파훼법을 개발했다. 자무카가 환경 안에서 입자를 순간적으로 도출한다면 징기스칸은 부대 자체를 입자로 만들었다. 결사대를 만든 것이다. 죽기 위해 싸우는 악귀 같은 군대를 만들었다. 그들은 징기스칸을 신으로 숭배했다. 징기스칸의 카리스마다.


    징기스칸은 남송을 깨지 못했다. 입자는 견고하지만 피해버리면 그만이다. 견고한 입자를 만들려면 깔대기가 필요하다. 주어진 자원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장치다. 교육과 훈련으로도 가능하지만 시스템이 우월해야 진짜다. 의사결정구조의 차이다. 우리는 평등한 시민의 수평적 연대지만, 적은 수직관계 공무원이나 노예라서 의사결정 못한다는 거다.


    자원을 결속시키는 것은 입자가 아니라 양자다. 원자와 양자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레코드판과 같다. 정보는 둘 사이의 홈에 기록된다. 이랑이 두개면 고랑이 하나다. 그 이랑의 간격 속에 정보가 들어간다. 무엇인가? 군대를 흩어서 여럿으로 나눈 후 순간적으로 결집해서 깔대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자무카의 환경깔대기 방법을 군대로 해낸다.


    자무카는 적을 구석에 몰아붙이면 깔대기가 만들어져 입자가 되는 것을 알았고 징기스칸은 편제를 깔대기 형태로 만들어 깔대기를 들고다녔다면 수부타이는 풀어서 흩어놓았다가 필요한 순간에 모아서 깔대기를 이룬다. 자무카법을 쓰려면 지형지물을 파악하여 깔대기를 찾아내야 한다. 징기스칸법은 고도의 훈련으로 깔대기를 늘 들고다녀야 한다.


    수부타이는 필요한 때 신호탄을 날리면 흩어졌던 군대가 갑자기 깔대기 형태로 모여 에너지를 도출한다. 이게 되려면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입자가 아닌 양자로 바뀌어야 한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깨지다가 대학생들을 투입하여 욤 키푸르 전쟁을 이긴 것이나 모택동이 같은 학교 학생들로 공산당을 조직한 것과 같다. 자원의 질이 균일해야 이게 된다.


    우리는 손자병법을 능사로 알지만 적을 속이려면 자기편도 속여야 한다. 지휘관 한 명만 설계도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이 방법으로 일시적인 승리가 가능하지만 구조의 복제가 안 된다. 누가 지휘하든 무조건 이기는 군대는 다른 거다. 무조건 이기려면 애초에 질적인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리스인은 자유민이라 페르시아 관료를 우습게 보았다.


    유기적인 협력게임을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은 미리 정해진 임무를 수행할 뿐 돌발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 답은 게임체인지다. 우수한 게임으로 시스템을 갈아타야 한다.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흩어져 있다가 신호를 내리면 깔대기 모양으로 뭉쳐봐 한다고 해서 병사들이 그렇게 움직여줄 리가 없다. 인간들 말 안 듣는다. 특별한 방법을 써야만 한다.


    징기스칸이 다른 점은 그리스군은 알렉산더 죽으면 끝나고, 한니발도 늙으면 끝나고, 나폴레옹도 늙어서 망가졌는데 몽골군은 징기스칸 사후에 더 강해지는데 있다. 이게 되려면 촌놈정신이 필요하다. 우수한 시스템을 만들어 시스템의 차별을 드러내야 한다. 반일영화 공식이 있다. 일본은 시스템이 우수하지만 한국은 개인 자질이 우수하다는 거다.


    일본은 조직적이고 한국은 결단력이 있다. 이는 보수가 진보를 이긴다는 논리다. 사실은 이게 패배주의다. 일본은 치밀하고 설계도가 있고 계획적이고 집요한데 한국은 뭔가 어설프고 잘 속아넘어가고 인정에 치우치고 꼼꼼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개인이 탁월해서 어쩌다 한 번은 이긴다는 식이다. 그거 진다는 말이다. 항상 이겨야 이기는 것이다.


    패스를 잘해서 팀전술로 이겨야지 개인의 돌파로 이기는 건 한두 번이지 월드컵에서는 안 먹힌다. 펠레나 가린샤가 날고 뛰던 브라질의 전성기에도 극도의 조직적인 축구를 했다. 군대축구로 가서 다들 똥볼을 차는데 펠레 혼자 개인기로 날아다닌 것은 전혀 아니다. 전술도 브라질이 월등하게 앞서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라도 그렇다. 문제가 있다.


    우리편이 우수한 시스템으로 가서 개인기로 임기응변하는 테러범을 갖고 놀아야 한다. 테러범이 1단계를 돌파하더라도 2단계 3단계의 대응조치가 작동해서 완벽하게 그물에 몰아넣어야 한다. 그런 영화를 못 만드는 건 감독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주인공의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식이다. 그게 사실은 진 거다. 주인공버프로 이기는 건 곤란하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가 걸작인 이유는 주인공들이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준비된 기술로승리하기 때문이다. 환경적응이 아니라 환경을 지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의 결속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곧 촌놈정신이다. 촌놈은 언제나 적지에 있어서 도망갈 곳이 없다. 촌놈은 평등하다. 언제나 동료가 있는 것이 촌놈이다.


    도시인은 외톨이다. 목수가 집을 짓듯이 전쟁을 설계도대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항우장사라 해도 미녀에게 빠지거나, 술 먹고 꼬장부리거나, 부하와 반목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늙어서 총기가 떨어지거나 반드시 한 번은 실수하기 마련인데 몽골군은 그런 게 없다. 개인의 결단력을 쓰지 않고 잘 훈련된 패스축구를 구사하니까. 무조건 이긴다.


    대부분 전쟁을 할 때는 자기편이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며 이는 자기들이 더 우수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영국군은 왕립학회 중심으로 표준을 좋아하는 공무원들이라 임기응변을 못하니 우리가 그 허를 찌르겠다는 게 독일군생각이다. 프랑스군 역시 나폴레옹 이후 대국주의에 빠져 식민지 지배하느라 시스템에 의존한다.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에어서 흘러온 다양한 식민지인 기준에 맞추다보면 하향평준화된다. 프랑스는 입으로 전쟁하는 놈들이라 아리안 민족으로 단일화된 독일군을 당할 수 없다는 거다. 독일의 단일민족 시스템이 더 깔대기가 강하고 프랑스 외인구단 시스템은 지들끼리 못 알아먹는 다양한 외국어로 말하다가 망하는 판이니 깔대기가 약하다는 거다.


    영국과 프랑스는 인도와 아프리카 식민지 애들 데리고 전쟁하므로 의사소통이 안 되어 모든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우물쭈물하다가 당한다는 거다. 러시아군 역시 스탈린이 귀족출신 지휘관을 모두 처형해 버린데다 러시아군은 전통적으로 코사크 애들 데리고 전쟁하는 자들이라 위아래가 따로 노는 집단이라 격파하기 쉽다. 사실 1차대전은 그랬다.


    러시아군 장교들은 군대 안에서 왕처럼 하인을 거느리고 수발을 들게 하며 멀리서 쌍안경으로 지켜볼 뿐 전투에 가담하지 않았다. 장군은 전쟁터 근처에 안 간다. 장군이 전쟁터에 나선 경우는 롬멜이 처음이다. 이걸 패튼이 따라하고 맥아더는 전선에 가지도 않고 언론기자 불러서 연출사진 찍고 사기친 것이다. 귀족장교와 평민병사의 신분차이다.


    영화 300에 나오듯이 스파르타는 자기네가 우수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의사결정에 능한 것이다. 시스템이 우수해야 한다. 시스템은 법과 제도로 되는게 아니고 애초에 자원의 질이 우수해야 한다. 촌놈이라야 한다. 동료가 되어야 한다. 로마군은 신병을 받지 않는다. 신병은 신병끼리 따로 중대를 편성한다. 중대에 신병을 넣는 이유는 무언가?


    고참들이 신참을 부려먹으라고 넣는 것이며 그 경우 질이 균일하지 않아 전투가 안 된다. 대신 신병을 고참이 교육시키므로 비용이 절약된다. 강군이 되려면 위아래가 없어야 한다. 모두가 동기여야 한다. 월남에 파병된 군대라도 월남군번이 따로 있다. 월남에서 복무한 기간만 인정한다. 한국에서 병장 달았더라도 월남 온지 1달이면 1개월 신병이다.


    동료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노빠가 강한 것은 동료이기 때문이다. 남부가 백인 인구수 1/4의 절대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북군을 이길 수 있다고 믿은 이유는 자기네는 동료고 북군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무자이니 동료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군은 자기네만 촌놈이고 미군은 도시놈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실 미군도 촌놈이었다.


    모두 이민자이므로 토박이 인디언에 비해 외지인이다. 촌에 산다고 촌놈이 아니다. 촌에서 도시로 막 올라와서 패거리를 이루고 똘똘 뭉쳐다니는 결속력 있는 집단이 촌놈이다. 그냥 촌에 사는 넘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다 우수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집단이 열등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집단을 이긴다. 깔대기 만들기 성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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