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조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은 수많은 기대와 우려를 낳고있다. 이 정책은 뉴타운이 실컷 들쑤신 이후 대책없이 주저앉은 부동산 자본의 외곽에 산포된 가난한 사람들을 어루만지겠다는 뜻을 담고있다. 그러나 50조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현장의 시민활동가들과 수혜자가 되어야 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는 냉담한 반응도 적잖다. 큰 자본이 흐르면 결국 중간에서 댐을 만들고 둑을 막을 줄 아는 자본 기술자들이 모두 가로챌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정부는 자본을 퍼붓기 전에 자본이 흘러가는 구조를 셋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워줄 사회적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그 한가지 방법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연결망이 더 말단까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연결망은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포함한다. 공동체를 말하면 사람들은 막연히 자신의 개인주의적 삶에 피해가 올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주택, 공동체주택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그러한 개인주의적 삶과 공동체적 삶이 서로 어긋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고립된 개인은 층간소음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반면 공동체의 중재는 많은 문제에 대응할 수단을 제공한다.

공동체는 사회 연결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세련되어져야 문명이 발전하므로 사회 연결망이 세밀하게 확대되는 것은 시민사회의 성숙에 필수적이다. 개인주의는 고립되어 사회와 등돌리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는 개인의 삶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을 넘어선 집단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단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 연결망이고 공동체다.

필자는 얼마 전 몽골의 초원을 며칠 달려보고 왔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은 무한의 인상을 강렬하게 전달해준다. 타인과 쉽게 접촉하고 고개만 돌리면 은신처가 나타나는 우리 사회에서 무한의 감각은 아스라한 기억일 뿐이다. 그러나 자신을 가릴 것 하나 없는 광막한 초원에 서면 누구라도 수억광년을 겨우 달려온 별빛마냥 맥없이 깜빡이는 나약한 존재가 될 뿐이다.

초원에 있으면 어디를 가도 자신이 서있는 곳이 중심이다. 무한한 세계의 중심에 혼자 떨어져 있다는 이 아찔한 느낌은 사람을 겸허하게 한다. 게다가 초원의 날씨는 사람이감당하기에는 너무 포악하다. 몽골은 최근 영하 40도가 5개월 동안 지속된 적도 있다고 한다. 황무지가 된 초원을 훑은 바람은 모래폭풍이 되어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비가 내리면 금새 없던 물길이 생겨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곤 한다.

개인을 나약하게 만드는 광포한 초원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모여 함께 달리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정복자가 되었다. 칭기스칸은 유목민 부족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뤘고 그 시련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지혜를 통일 몽골제국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것은 바로 멈추지 않는 지혜다. 사람이 한번 성공하여 배부르고 등따숩게 되면 그 안정감을 영속시키는데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러한 본능을 이기고 상황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내는 팀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국의 원동력이었다.

가장 좋은 시스템은 변화하는 외부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멈추지 않는 시스템이다. 우리사회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을 통해 굵은 뼈대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고 다양해진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민조직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사회 연결망을 확대하여 문제에 맞서고 더 나아가 문제를 창조해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조화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첨단의 교육모델이다. 개인주의를 통해 광막한 세계에 홀로 설 개인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공동체를 통해 팀웍을 익혀 개인을 넘어선 문제에 대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렇게 사회 연결망이 건강해지고 조밀해져 사회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문명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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