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을 머리 속에 세팅하기 바란다. 멀리 광원이 있고, 광원에서 빛이 나오며, 노즐과 만나, 스크린에 그림자를 연출한다. 우리는 낮은 그림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줄 때 완성된다. 그 완전성이 존재한다. 저 높은 곳에 빛처럼 존재한다. 그 정상에서의 완전성을 열망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그 사랑의 크기만큼 인간의 존재는 뚜렷해진다. 본래 인간의 존재는 희미한 것이다. 그림자이므로 희미하다. 이슬같고 풀잎같은 것이다. 더 높은 포지션으로 성큼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의 빛이 되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느냐다. 반드시 동그라미가 있다. 계를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밀도가 걸려 있다. 그림이라면 소실점으로 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전부 연동되어 있다. 그 연동되어 있음을 이해하느냐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전시한다. 그림을 그리되 눈과 귀와 코와 입을 이곳저곳에 배치한다. 펼쳐놓는다. 그 그림에는 광원도 빛도 노즐도 스크린도 드러나 있지 않다. 깨달아야 한다. 한 줄에 꿰어내야 한다. 전시하지 말아야 한다. 선 위에 나열하지 말아야 한다. 눈동자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입의 모양이 변한다. 그리기는 그 ‘A면 B다’의 과학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움직인다. 그것을 드러내기다. 그것이 있다. 가만있는 돌멩이에는 중력이 걸려 있어서 하나가 움직이면 전부 움직인다. 고여 있는 물에는 수압이 걸려 있고 산들거리는 바람에는 기압이 걸려 있고 가만이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긴장이 걸려 있다.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하나를 건드리면 전체가 연동되어 한꺼번에 반응한다. 전체의 힘이 한 부분에 집약되어 있고, 한 부분이 전체의 입장을 대표한다. 그러한 사정을 그림에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에도, 경제에도, 사회에도, 문화에도, 삶에도, 일상에도, 어디에도 그것이 있다. 동그라미가 있다. 계에 밀도가 걸려 있다. 긴장이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현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맥점이 있다. 그곳을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 울림이 있고 떨림이 있다. 증폭된다. 메아리가 있다. 그러므로 서로는 서로의 빛이 되어줄 수 있다. 서로를 연주할 수 있다. 그 마음이 달뜨게 할 수 있고 그 몸이 춤추게 할 수 있다. www.drkimz.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