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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04 vote 0 2017.07.14 (13:12:59)

    

    사건이냐 사물이냐


    사건이냐 사물이냐? 이것이 구조론이다. 묻노니 당신은 사건을 아는가? 구조론 이해의 첫 단추는 사건과 사물의 분별에 있다. 세상에 사물을 아는 사람은 많으나 사건을 아는 사람은 없더라. 사물은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다. 사건은 합당한 추론을 거쳐야만 알 수 있다. 추론은 반드시 도구가 필요하다.


    사건을 추적하는 추론의 도구가 구조론이다. 필자가 아직 구조론을 다 말하여 전달하지 못하였으니 사건을 추적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당신이 사건을 이해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도전을 망설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레이어layer다. 포토샵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사건은 여러 겹이 중첩되어 있다. 사물은 그냥 한 겹으로 되어 있다. 우리의 눈은 공간의 사물을 관측할 뿐 시간의 사건을 추론하지 못한다. 레이어가 여럿 쌓이면 헷갈려서 갈피를 못 잡게 된다. 구조론을 배워 갈피를 잡아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사건과 사물의 차이에 주목하기다. 사건은 주변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있고 사물은 주변으로부터 독립해 있다. 사건을 보려면 먼저 주변을 봐야 하고 사물을 보려면 다만 그 대상을 봐야 한다. 눈앞의 컵을 보면 사물을 본 것이요. 그 컵에 실린 지구 중력을 보면 사건을 본 것이다. 뭔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에너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에너지가 있으니 사랑이라고 한다. 정치판에도 그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으니 신뢰라고 한다. 보통 그런 것을 놓친다. 에너지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속도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표는 보여도 그 쏠림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이 진실하고 사물은 왜곡된다. 사건은 존재 그 자체의 결이요, 사물은 인간 관측의 결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존재는 자연의 그대로이나 인간의 관측은 전달과정에서 왜곡된다. 관측하려면 사건의 진행을 멈춰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멈추어 있는 자동차를 본다. 자동차와 마차를 구분한다.


    그리고는 자동차를 안다고 믿는다. 이는 사물을 보는 시선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어야 자동차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사건을 보는 시선이다. 특검은 김기춘에게 최순실을 아느냐고 묻는다. 김기춘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 인사를 나눈 사이라야 아는 사이다.


    TV에서 보고 얼굴을 아는 것은 아는 게 아니다. 당신은 이효리를 알겠지만 ‘나 이효리 알아.’ 하고 말하면 안 된다. 당신은 이효리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 사건의 앎이 진실한 것이며 사물의 앎은 참다이 아는 게 아니다. 사물을 보는 불완전한 시선에서 사건을 보는 완전한 시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럴 때 모든 것이 달라진다. 당신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통제다. 어떤 대상을 통제control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신은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한다. 대상을control할 수 있기 전까지는 알아도 아는 게 아니다. 운전하지 못하면 차를 모르는 거다.


    통제냐 구분이냐? 사건의 통제냐 사물의 구분이냐? 당신은 사물을 구분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통제하는 수준으로 상승해야 한다. 사건과 사물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으니 레이어가 다르다. 겹이 다르다. 사건의 겹은 다섯 겹이니 우리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가지 방법으로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여기에는 방향성이 있다. 일의 우선순위가 있다. 닫힌계 내부질서가 있다. 에너지가 가는 방향성을 알고 우선순위를 알고 내부질서를 장악했을 때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럴 때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정치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사건의 논리는 에너지요, 사물의 논리는 약속이다. 사건은 에너지를 따라가고 사물은 약속을 따라간다. 우리가 산을 산이라 부르고 또 강을 강이라 부르는 것은 그렇게 해야 약속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거나 혹은 강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약속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산과 강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그런데 변한다. 술은 익어야 하고 고기는 숙성되어야 하고 음식은 조리되어야 하고 불은 타올라야 하고 사랑은 성숙해야 하고 믿음도 성숙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과 믿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좋지 않다. 발전하고 진보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그 변화가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변하지 않는 걸로 치자. 이렇게 약속하게 된다. 세상은 변한다. 그 변화가 약속을 깬다. 불편해진다. 변하지 않는 부분도 물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부분만 논하기로 담합한 거다. 망해 있다.


    다시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에너지와 그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눈감을 것인가다. 그 차이는 크다. 레이어가 있는 포토샵과 레이어가 없는 그림판의 차이만큼 크다. 그림판도 좀 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포토샵을 써야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없어 불편하지만, 진실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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