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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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배우고 알려주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은 미처 어제 정돈하지 못한 다구들을 이제서야 세다洗茶를 하고 있다.

차 마시고 난 후, 찻자리 정돈하는 일도 다른 여러 일 치르고 뒷정리 하는 것 만큼이나 시간이 투여 된다. 무엇보다 여럿이 사용하는 다구들은 청결과 위생 상태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구를 정리하다 말고, 일어나는 생각을 그대로 옮겨 본다.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차를 배우고 알려주는데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차를 먼저 미셨던 이들과 같이 마시는 자리를 자주 갖는 것 - 다회의 형식이 되겠다.

그 다음은, 보여주는 것이다. 일종의 자신의 다실 외에는 모두 그 자신에게 모델하우스 역할을 하게 된다. 참고사항이 되는 것이다. 다실을 어떻게 자신의 심미적 취향을 겉으로 이끌어 내어 꾸밀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여기서 심미적 취향의 쌓임은 하루 아침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심미적 취향이 묻어 나오려면, 압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공간에 심미적 취향을 투사시킬때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안에서 드러나는 느낌을 자기 밖으로 표현할때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그 불일치로 인하여 불만족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치가 될때 완전성을 체험하게 된다. 이 완전성이 체험되려면 직접 시물레이션을 돌려 보아야 한다. 그 상황은 사람을 포함할때 완성 된다. 공간은 사람에 의해 시물레이션 되어지기 때문이다. 정적인 공간이 동적 움직임으로 바뀔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두루두루 복제되어 곳곳에 침투된다.

그다음은, 좀더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다도구들은 어찌 사용되는가? 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즉 연출된 공간 - 다실에서 직접 차를 우려 마셔보는 것이다. 다도구들의 특징과 기능과 미적인 사항을 고려하여 차를 우려내는 행위가 되겠다. 다도구들과 자신이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친해지면 경직된 자세가 부드러워진다. 자기만의 선이 드러나게 된다. 그 선의 움직임은 자기 근육이 내는 힘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바뀐다. 자연스러움을 얻게 된다.

그 다음은, 다구들마다 다루는 방식들이 조금은 다르다. 같은 도자기라도 각각의 특성이 있다. 그 특성을 파악하려면, 도자기에 대한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차를 우리는 기본적인 법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이 우리는 차의 분류와 계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무수히 많은 차 종류들에 대한 미각 훈련이 되어야 한다. 차 모양만 보고도 무슨 차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차를 어떻게 우려야 그 차맛을 잘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훈련이 필요하다. 다회나 여럿이서 품평해보기, 그리고 혼자서 우려보고 시음해보기 등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그 다음은, 차가 가지는 역사와 정신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차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는 산업이기도 하고 학문이기도 하며 철학이기도 하고 미학이기도 하다. 종합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해진다.

그 다음은, 자기사유를 관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자기안에서 통섭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뒤죽박죽 섞거나 끌어와서 막 쓴다고 하여 통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안에서 질서를 찾아야 한다. 자기 안에서 하나로 관통하는 그 무엇을 얻어야 한다.

그 다음은, 자기다워 지는 것이다. 자기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자기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로 창의적 단계라고 여긴다. 자기안에 갖출 것을 갖췄을때, 무엇인가를 복제하여 낳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하니, 뭐니뭐니해도 백문이 불여인견인거 같다. 보여주는 것. 직접 닫힌계를 형성할 공간을 만들어 시물레이션 돌려보는 것. 몸소 체험해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거 같다. 그러한 장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거 같다. 결국 쉬워지려면, 많은 이들이 차를 마셔야 하고, 자본이 투여되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다만, 그 방향성을 맞출 필요는 있는거 같다. 그 무엇이든 어느 정도 훈련의 기간을 거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감각의 문제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차는 어느 궤도에 접어들면 자기감각의 영역으로 넘어 간다. 자기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그래서 차는 미학이다.

이 미학은 모든 개인들마다 취향적 차이가 있으니, 개인주의이다. 미학이 성행하면 그 사회는 개인의 심미가 존중 받는 사회로 이전된다. 미학이 개인주의와 맞닿아 있는 이유이다. 개인이 강해지려면, 미학적이어야 한다. 차는 종합예술로서 개인이 넘어서야 할 궁극을 보게 한다. 쉽사리 넘어설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게 하여 개인을 바로서게 한다. 차가 품고 있는 크나큰 덕이다. 이러하니, 차는 시간 투여와 세월 투여가 알차게 일어날 수만 있다면, 급속도로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선禪은 절제와 질서와 간결함을 부여하였다. 차는 드디어 깨달음의 영역을 취합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선다일미禪茶一味가 일상다반사로까지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한 개인들이 만나려면, 그만한 예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잘 만나지 않고 자기세계에서 살고 있으니, 예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제 다시 차는 만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인문학적 지성과 사교의 요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만남을 유통시켜 차 그 자체가 갖는 쓸모를 삶에 이식하도록 공간들이 필요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만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만난다고 다 만남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내가... 오늘, 내가 다구들을 세다하며 세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또는 하였다). 부족한 용기로나마 공간을 통해서 구현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겠지. 관계의 문제는 인간사회를 떠날 수 없다. 관계의 문제들(타자성의 문제)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만으로도 차는 더 부단하게 제 갈길을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현대 사회에서는 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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